‘600년 도읍’ 서울에는 경복궁 같은 조선시대 문화유산만 있는 게 아니다. 근현대를 거치며 시민들의 발길이 머물렀던 서점, LP 가게, 지하철역 중에도 미래세대에 전달할 가치가 있는 보물 같은 장소가 적지 않다. 동아일보는 서울 곳곳의 특별한 ‘서울미래유산’을 흥미로운 사연과 함께 소개하는 ‘레거시 in 서울’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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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성우이용원이다. 이남열 대표(74)는 지금도 손님 머리를 자르기 전 머리에 붓으로 면도 거품을 정성스럽게 바른다. 다른 이발소에서 이발 전 머리 정리를 위해 분무기를 이용하는 것과 대비되는 이곳만의 풍경이다. 이발 중 감자전분을…
“아버지가 운영하실 때부터 오던 손님들을 보면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선을 다하다 보니 이제 저를 믿고 찾아오는 단골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대를 이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을 지키는 호미화방의 조석현 사장(67)은 13일 ‘롱런’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해방촌.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5분 정도 걷자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옹기들이 늘어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손으로도 들 수 있는 작은 크기부터 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큰 항아리까지, 크고 작은 옹기 100여 개가 반질반질한 표면을 자랑…
1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의 한 골목길. 시끌벅적한 거리 한편에 1970년대 모습을 간직한 카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원두커피 전문점’이란 문구를 뒤로하고 입구에서 2층으로 올라가니 계단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영화 속 …
서울 종로구의 전통 한옥 ‘무계원’은 익선동에 있던 조선 말기 서화가 이병직(1896∼1977)의 집 ‘오진암’을 부암동으로 옮겨 복원한 것이다. 안평대군의 별장 ‘무계정사’가 있던 터에 옮겨 ‘무계원’으로 명명됐다. 현재는 전시와 세미나, 기획전시 등에 사용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
‘B3 출입구.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 16일 오후 3시경 서울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지하 2층 승강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민들 사이로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은 철문이 보였다. 문 옆에는 ‘서울미래유산’ 현판과 함께 ‘신설동 2호선 비영업 승강장’이란 명칭이 붙어 있었다.● 지하철 …
“손님이 최고로 예뻐 보일 수 있도록 한복을 만드는 것이 우리 가게의 신념이다.” 서울미래유산인 ‘이리자한복’의 황의숙 대표(66)는 2일 서울 종로구의 한복점 피팅룸에서 빼곡히 쌓여 있는 옷감들 중 기자의 얼굴에 어울리는 옷감 두 가지를 권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밝은 초록…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용기 과자점’. 가게 안에선 계란과 버터가 섞인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다. 갈색 톤으로 꾸며진 10평(약 33㎡) 남짓한 가게엔 찹쌀, 쑥, 깨, 파래 전병 등이 큼지막한 투명 박스에 종류별로 담겨 있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종이봉투에 가득 담아 사오셨던 추…
“진짜 같죠? 사람마다 피부색이 달라서 의수는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합니다.” 44년째 의수와 의족을 만들어온 대한의수족연구소 이승호 대표(72)는 11일 서울 종로구 원남동 작업실에서 다양한 의수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의수는 실리콘 재질임에도 불구하고 미세한 실핏줄이 도드라질 정…
“지금은 말 그대로 ‘케이팝 전성시대’예요. 가게를 찾는 손님 10명 중 9명이 외국인입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음반가게 ‘부루의 뜨락’에서 만난 권정숙 대표(68)는 외국인 손님이 들고 있던 앨범을 계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음반가게에는 과거와 현재가 …
《‘600년 도읍’ 서울에는 경복궁 같은 조선시대 문화유산만 있는 게 아니다. 근현대를 거치며 시민들의 발길이 머물렀던 서점, LP 가게, 지하철역 중에도 미래세대에 전달할 가치가 있는 보물 같은 장소가 적지 않다. 동아일보는 서울 곳곳의 특별한 ‘서울미래유산’을 흥미로운 사연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