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탐구하는 긴 여정을 담은 마이클 폴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요리를 욕망하다’에는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러 한국을 찾은 이야기가 나온다. 요리 선생인 이현희 씨와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 배춧잎 양면에 빨간 양념을 꼼꼼히 바르며 ‘손맛’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무한히 복잡…
미국계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홈페이지에 밝힌 기업문화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thoroughness(철두철미)’와 ‘tenacity(집요함)’이다. 2001년 재정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헐값에 사들인 뒤 10년여의 소송 끝에 막대한 돈을 받아낸 엘리엇의 속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800여 km 기차 여정의 마지막 구간은 중국-베트남 국제철도(중월철로)였다. 중월철로는 중국 광시좡(廣西壯)족자치구 난닝에서 베트남 하노이에 이르는 392km 구간으로 2009년부터 하루 한 편씩 정기 여객 열차가 다니고 있다. 난닝에서 오후 6시 5분에 …
“야, 학주(학생주임) 떴다.” 학생주임이 막강한 권력자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등굣길 학생주임 앞을 지나는 학생들 사이에선 쫄깃한 긴장감이 흘렀다. 남고생은 스포츠형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집어 밖으로 삐져나오면 안 됐다. 여고생은 귀밑머리 3cm, 앞가르마, 치마 길이… ‘걸면 걸리…
대학 캠퍼스의 ‘마지막 수업’은 졸업식 축사다. 유명 인사의 통찰이 담긴 축사는 새로운 출발을 앞둔 졸업생에게 때론 위로가, 때론 인생의 길잡이가 된다. 그래서 해마다 졸업식 명연설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단 두 마디였던 윈스턴 처칠 영국 총…
1931년 3월 21일 머리에 흰 수건을 동여맨 14명의 선수가 광화문과 영등포를 왕복하며 22.530km를 달렸다. ‘하프코스’로 시작된 첫 동아마라톤대회 우승자는 양정고보 재학생인 김은배. 이듬해 김 선수는 한국인 최초로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해 6위를 한다. 김 선수는 당시 …
1919년 경성(현 서울)의 3·1 독립만세 운동 현장에는 독립선언서와 함께 또 다른 유인물이 뿌려졌다. ‘조선독립신문’이란 제호가 적힌 신문 형태였다. 이 신문은 3·1 독립선언의 취지와 함께 만세운동 상황을 알리는 목적이었고 당일 탑골공원에서 4000부가 배포됐다. 다음 날 신문 …
제주 A초교에선 학부모 1명이 지난 한 해 동안 100여 건의 민원과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처리 결과에 불복해 교육청, 국민신문고 등 행정기관마다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반복했고 교장, 교감, 담임·보건교사뿐 아니라 동문회장까지 직권…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의 주요 소재는 대통령의 유고(有故)에 대비해 승계 원칙을 정한 수정헌법 25조다. 대통령 국정연설 도중 발생한 폭탄테러로 백악관과 내각, 의회 참석자 전원이 사망하면서 승계순위 말석의 주택도시개발장관이 졸지에 대통령직을 맡아 위기를 헤쳐 나가는 스토리다. 그…
미국 뉴욕 경찰이 지난해 12월부터 운용 중인 ‘드론 캅’ 부대에 불법 드론을 격추할 법적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요청하고 나섰다. 뉴욕 경찰은 현재 드론 14대를 인명 구조 및 조사, 그리고 신년 전야제 등 행사 경비에 투입 중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외로운 늑대’ 같은 테러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 이유로는 미국 남부 국경지역에 마약과 성폭력 문제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자신의 선거공약인 국경장벽 설치를 위해 사상 최장기 ‘셧다운’마저 불사했지만 충분한 예산 확보에 실패하자 ‘의회를 뛰어넘는’ 해결 방…
인류 역사에서 낙태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기원전 약 12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시리아 제국의 법전은 낙태 여성을 공공장소에서 신체관통형(말뚝으로 신체를 관통시켜 처형)에 처하도록 했다. 낙태를 금지한 것은 어느 종교에서나 비슷하지만 생명과 양심의 문제로 다룬 기독교의 …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77)가 다음 달 방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북한이 로저스 초청을 추진한다면, 이는 외국자본 유치에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북한은 국제제재로 로저스의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영업정지도 안 끝…
96세 노인이 몰던 차량에 치여 31세 보행자가 사망했다. 사고를 낸 노인은 12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주차장 입구를 들이받은 뒤 후진하던 중에 보도를 걷던 행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 정확한 경위는 차차 나오겠지만 노인은 지난해 고령 운전자 적성검사를 무난히 통과한 데다 음주 …
“가톨릭청년회 모임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어요. 청년들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수환이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환이가 누구냐고 다시 물으니까 그제야 ‘나 김수환이야’라고 해서 청년들이 다들 놀랐지요.” 얼마 전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가 회고한 김수환 추기경의 겸손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