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는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다. 학교 선생님의 말이라면 요령이 없다 싶을 정도로 곧이곧대로 따른다. 큰아이가 만약 세월호를 탔다면 “객실에 남아 자기 자리를 지켜 달라”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을 누구보다 충실히 따랐을 것이다. 아빠와 같이 있었고 아빠가 갑판으로 나가자고 권했다면 아빠…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인터넷에선 밑도 끝도 없는 글들이 떠돌고 있다. 실종자가 보낸 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자메시지까지 등장해 가족과 당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급기야 한 종편 채널에선 거짓말 인터뷰까지 등장했다. 민간 잠수부를 자처한 여성…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는 2005년 윤리경영을 선포하고 모든 임직원으로부터 직무청렴 서약을 받았다. 2년 뒤에는 국제기준에 맞는 수준까지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며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했다. 직무와 관련해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직원은 바로 해임 또는 파면하는 ‘…
1898년 4월 20일 미국이 스페인에 선전포고를 했다. 스페인이 지배하고 있던 쿠바의 아바나 항에 정박한 미 군함 메인호에서 두 달 전 폭발이 발생해 침몰한 사건이 불씨였다. 배후로 지목받은 스페인은 완강히 부인했지만 미 언론은 ‘메인호를 기억하라’며 국민감정을 부추겼다. 결국 일방…
삼성의 신입사원 공채 직무적성검사(SSAT)의 희한한 문제가 화제다. ‘토르 슈퍼맨 울버린 아이언맨 중 성격이 다른 슈퍼히어로는 누구인가.’ 광고직 시험에 나온 선다형이다. 어느 것이 정답일지 주변에 물어본 결과 백인백색(百人百色)의 답이 돌아왔다. “울버린. 유일하게 동물의 본성을 …
600여 년 전인 1392년(고려 공양왕 4년) 위화도 회군을 통해 대권을 잡은 이성계는 개경(현재의 개성)의 지기(地氣)가 쇠락했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새 도읍지로 옮기려고 했다. 이듬해 태조 2년 이성계는 계룡산 길지(吉地)설을 받아들여 현장을 둘러본 뒤 공사에 착수하려 했다. 하…
신라시대 중앙관부의 하나인 사정부는 백관(百官)의 기강을 다잡는 일을 맡았다. 고려시대에선 사헌부, 조선시대엔 사간원에서 벼슬아치를 감찰했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탐관오리(貪官汚吏) 변 사또를 응징하고 춘향이를 감옥에서 빼낸 것은 16세기 초 도입된 암행어사 제도 덕분이었다. 지금…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이 있다.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갈증을 해소한 데 그치지 말고 우물을 판 사람을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1년 이상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다 마무리된 기초선거 무공천 파문을 지켜보면서 불현듯 이 글귀가 떠올랐다. 본질은 …
작가 황석영은 8일 영국 런던 도서전에서 ‘문학과 역사’란 주제로 강연을 하다 이런 말을 했다. “난 사나운 마누라와 같이 사는 것처럼 늘 역사의 중압감에 눌려 살았고 그걸 작품으로 써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작가의 역사적 책임을 사나운 마누라와 같이 살기에 비유하는 것은 흔치 않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지난해 10월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야르훈데르트할레 무대에서 가수 이미자 씨(73)가 ‘동백아가씨’를 부르기 시작하자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 출신 교민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반백 년…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개츠비는 첫사랑 데이지를 향한 일편단심을 버리지 못한다. 자신이 전쟁에 나간 사이에 부잣집 아들과 결혼해버린 옛 연인을 되찾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재산을 모으고, 데이지의 집이 보이는 곳에 호화로운 저택을 얻는다. 불가능한 사랑을 …
인터넷 쇼핑 때 네이버 지식쇼핑이나 다음 쇼핑하우로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프리미엄 추천상품’ ‘기획전·이벤트’ ‘추천 소호몰’ 같은 이름이 붙으면 다른 제품에 비해 질도 좋고 값도 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알고 보니 이들 중 상당수는 네이버와 다음이 광고비를 받고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1998년 서울 종로구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어 2000년 총선 때는 다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다. 민주당의 불모지였던 부산에 출마하는 이유를 “이 나라를 좀먹는 지역주의를 타파하…
요즘 서울 청계천길을 걷다 보면 타원형의 긴 잎자루에 원뿔 모양의 흰색 꽃잎을 머금은 이팝나무를 자주 만날 수 있다. 꽃이 피는 5, 6월에 멀리서 보면 나무에 눈이 소복소복 쌓인 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여기저기 쌀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모습이다. 벼농사가 잘되면 쌀밥(이밥)을 먹는…
2005년에 나온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주인공 이영애가 13년간 옥살이하다 출소하는 장면. 목사가 “죄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며 두부를 내밀자 금자 씨는 싸늘한 표정으로 “너나 잘하세요!” 하며 쏘아붙인다. 영어로는 ‘Mind your own business’쯤 되겠다. 사회의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