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伯牙)라는 거문고 명인에게는 종자기(鐘子期)라는 친구가 있었다. 백아가 높은 산에 오르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거문고를 켜면 종자기는 ‘태산이 눈앞에 우뚝 솟은 느낌’이라고 말했고, 도도히 흐르는 강을 떠올리면서 켜면 ‘큰 강이 눈앞에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아는 종자기…
“말레이시아를 말레이계 무슬림의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1965년 이렇게 주장하며 말레이시아 연방정부로부터 싱가포르 자치정부를 축출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 당시 초선 의원이었던 마하티르 모하맛이었다. 비통한 눈물을 흘리며 싱가포르를 이끌고 독립했던 리콴유 총리는 반세기 만에 이 작은…
아르헨티나는 소를 팔아 세계 5위 경제대국이 되었던 나라다. 1900년 전후 냉동선이 발명됐다. 비슷한 시기 발명된 철조망을 팜파스라는 대평원 위에 쳐놓고 소를 풀어 놓으면 소는 절로 먹고 자랐고 때마침 개발 붐을 탄 철도망을 통해 유럽과 미국에 수출됐다. 냉동선, 철조망, 철도 등 …
한 지상파 TV가 ‘말의 힘’이란 실험 다큐를 방송한 적이 있다. 갓 지은 쌀밥을 두 유리병에 나눠 담고 각 병에 ‘고맙습니다’ ‘짜증 나!’라는 문구를 써 붙였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두 개의 병을 전달한 뒤 한 달 동안 ‘고맙습니다’ 밥에는 칭찬의 말을, ‘짜증 나!’ 밥에는 부정적…
큰 기러기와 고니에 비유해 큰 뜻을 지칭하는 홍곡지지(鴻鵠之志)는 한국에서도 널리 쓰이는 사자성어다. 진나라를 무너뜨린 진승은 출신이 천한데도 명구(名句)를 잘도 토해내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왕후장상이 어찌 씨가 따로 있겠는가(王侯將相寧有種乎), 제비와 참새 같은 작은 새가 어찌 …
일본의 지방 소도시에 사는 노인들은 장보러 가는 일이 큰 고역이다. 건강상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 감소로 인한 버스 노선의 폐지 등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한 탓이다. 한 달에 일정액을 내면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고령자 전용 택시 서비스까지 등장한 이유다. ▷대도시의 인구 집중으로 지…
1937년 독일 나치 정권은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을 몰수했다. 나치 이데올로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 후 나치 관계자가 이 그림을 빼돌린 덕분에 유대인 금융가에게 넘어갔다. 소장자는 1939년 나치의 눈을 피해 암스테르…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가수 양희은의 노래 ‘엄마가 딸에게’를 배경으로 한 TV 광고가 3년 전 선보여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결혼한 자식의 자식농사까지 책임진 부모 심정에 특히 중장년층…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안으로 들어오지 말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 정문에 써 있었다는 글귀다. 기하학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다.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가 증명한 정리를 여전히 배우고 있다. 기하학의 영어단어(geometry)에 지형(geo…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가지고 온 것은 평양냉면 말고도 하나 더 있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이 방한 때 ‘전용 화장실’을 준비했다며 호위총국 출신 탈북자를 인용해 “배설물에는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2006년 11월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의 잡초 무성한 경의선 옛 장단역 터에서 육중한 쇳덩이를 크레인이 들어올렸다. 길이 15m, 높이 4m, 무게 70t. 1950년 12월 31일 개성을 떠나 장단역으로 들어오다가 포격을 맞아 탈선한 채 그대로 멈춰 선 기관차였다. 표면은…
방음이 완벽한 유리벽 집무실. 보스의 방에 들어간 주인공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눈다. 직원들은 밖에서 두 사람의 입술과 표정만 초조하게 읽는다. 마침내 유리문이 열리고, 운명의 담판 결과가 공개된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투명하게 보이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는 유리벽의 …
“속성조림(速成造林)! 소나무 상수리 등 속성수 조림으로 단기간에 녹화운동의 성과를 거두겠다.” 1953년 4월 5일. 농림부는 식목일을 맞아 소나무를 비롯한 2500만 그루의 묘목을 전국에 심었다. 전방에선 포화가 이어졌지만 1948년부터 식목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터여서 공무원과 학…
케이트 미들턴 영국 세손빈(36)이 23일(현지 시간) 셋째 아이를 낳고 7시간 만에 병원 밖으로 나왔다. 화사한 메이크업과 깔끔하게 손질한 긴 머리, 무릎 위까지 올라온 붉은색 드레스, 굽 7cm짜리 하이힐…. 세손빈은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에게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남편 윌리엄 …
소설가 이순원은 초등학교 시절 백일장에 나갈 때마다 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풀 죽은 제자에게 담임교사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같은 나무에도 먼저 피는 꽃이 있고 나중 피는 꽃이 있더라. 일찍 피는 꽃이 눈길은 더 끌지만 선생님 보기엔 큰 열매를 맺는 꽃들은 늘 더 많이 준비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