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지내던 낡은 사진첩을 뒤적이다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색 바랜 돌잔치 사진 속에서 남자 아이들은 한복 입고 모자인 복건(幅巾)까지 갖춰 쓴 채 의젓하게 웃고 있다. 여자 아이들은 치마, 저고리에 굴레를 썼다. 중고교에 진학할 때면 아버지 어머니와…
지금은 사라졌을까? ‘Six times’ ‘Bear tang’ ‘Chicken asshole house’…. 예전에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은 이런 영문 메뉴판을 길가에 세워뒀다. 관광객용 메뉴판이겠으나 정작 외국인들은 도무지 어떤 음식인지 감을 잡지 못했을 터다. 국내 관광지의 영문 …
프랑스 파리에는 해변이 없다. 2002년 당시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없으면 만들자’고 과감한 발상 전환을 했다. 센강 주변을 달리는 도로를 막고 수천 t의 모래를 퍼와 인공 해변을 만들었다. ‘파리 플라주(plage·해변)’다. 물살이 빠른 센강에서의 수영은 금지돼 있지만 …
‘만리장성은 여전한데 옛 진시황은 어디서나 볼까(萬里長城今尙在, ;見當年秦始皇).’ 1956년 11월 소련 니키타 흐루쇼프가 집권하자마자 보낸 주중 소련대사에게 마오쩌둥이 한 말이다. 청나라 장영이 담장 때문에 이웃과 싸우던 고향집에 보낸 7언 절구의 일부로 최고의 담장인 만리장성도 …
광해군을 몰아낸 뒤 임금이 된 인조(仁祖)가 논어를 놓고 아침 공부를 하다 ‘부이무교(富而無驕·부유해도 교만하지 않다)’ 구절에서 멈췄다. 한 신하가 “지위가 높으면 저절로 교만해지고 녹봉이 많으면 저절로 사치스러워지는데 사람은 모두 그렇다”라고 했다. 옛날 왕들은 위로는 하늘과 조상…
자녀에게 언제쯤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좋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62)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스무 살인 제니퍼 아래 세 살 터울로 로리와 피비 1남 2녀를 둔 그는 아이들이 14세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친구들은 다 갖고 있다고 …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투자가 유행했다. 네덜란드에 막 소개된 터키 원산의 튤립이 상류층에서 인기를 끌자 너도나도 사겠다고 나서면서 튤립 가격이 급등했다. 일부 종자는 한 뿌리가 집 한 채와 맞먹을 만큼 값이 올랐다. 그러나 사겠다는 사람만 있고 팔겠다는 사람이 없는 거품은 …
“흑인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보여준 역사적인 선거였다. 오바마 의원은 자신과 조국을 위해 위대한 것을 성취해냈다. 오늘 밤 미국인들은 지구상의 가장 위대한 민족이 됐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패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승복 연설은 미 정치사의 감동적…
대한민국에서 한 번이라도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이들은 ‘3분 진료’를 거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렇잖아도 병 때문에 주눅 든 환자는 ‘교수님’께 묻고 싶은 질문이 태산 같지만 할당받은 3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다음 환자 호명하는 소리에 허둥지둥 진료실을 나선 뒤에야 “아, 참!…
홍콩영화 ‘첨밀밀’(1996년)에서는 청춘의 운명적 사랑이야기와 감성적 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 영화 삽입곡 ‘첨밀밀(甛蜜蜜·꿀처럼 달콤한)’과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달빛이 나의 마음을 대신하네)’은 대만 출신 가수 덩리쥔(1953∼1995)이 불렀던 노래다. 한국…
해방정국에서 서로를 민족반역자로 규정할 만큼 가장 치열한 대립각을 세운 것은 한민당과 공산당이다. 해방정국의 정치세력을 우파로부터 좌파까지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거론한다면 한민당과 이승만과 김구, 김규식과 안재홍, 여운형, 박헌영과 김일성의 순이 될 것이다. 한민당과 이승만과 김구는 우…
US여자오픈 골프대회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의 메이저 5개 대회 중에서도 으뜸이다. 어제 끝난 올해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이 1위를 차지했다.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우승한 1998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한국 선수의 우승이 9차례로 미국 선수의 8차례를 앞질렀다. 최근 1…
논산 훈련소의 아침은 활기찬 노래로 시작했다. 군가와 함께 건전가요도 제법 많이 틀었다. ‘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 30여 년 전 훈련병 시절 들은 ‘조국 찬가’ 같은 노래는 폭염 속에 박박 기는 와중에서도 멜로디와 가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기도 했다. ‘귓속 벌레(e…
1940년대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우정을 그린 영화 ‘시네마천국’(1988년)은 아름다운 테마곡이 흐르는 마지막 장면으로 유명하다. 훗날 영화감독이 된 토토는 알프레도가 유품으로 전한 필름 뭉치를 돌려 보며 눈물을 흘린다.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 보고…
거대한 슬픔 앞에서 때로는 눈물이 사치다. 8세 막내딸의 생명을 무참히 짓밟은 17세 앳된 범인과 법정에서 첫 대면한 엄마의 심정이 그랬을 터다.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데 그렇게 보낼 수가 없어 수목장을 했다. 언제나 같이 있어주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그렇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