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반대하는 쪽에 ‘베팅’하는 건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 2013년 12월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나온 조 바이든 당시 미 부통령의 이 발언 때문에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다. 중국을 가까이하려던 한국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그 바이든이 18일 뒤 미 …
한정된 물건의 가격을 정하는 데 경매만큼 신속 공정한 방식도 드물다. 뉴욕 크리스티 미술품 경매나 공동 어시장 경매를 보면 그 자리에서 가격과 낙찰자가 결정돼 버리고 다른 참가자들의 불평불만도 없다. 공공 공사나 정부 물품 조달은 좀 더 까다롭고 복잡하다. 1994년 32명의 목숨을 …
2008년 2월 서울 한복판에서 국보 제1호 숭례문(남대문)이 방화로 소실됐을 때 받은 보험금은 9508만 원. 한국을 상징하는 역사적 건축물이자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성문이라는 문화재적 가치는 전혀 인정받지 못한 액수였다. 당시 서울시가 화재보험에 가입하면서 목재 건축물로서…
초고층 빌딩에 불이 나면 가장 취약한 곳이 16∼29층이다. 15층까지는 소방 사다리차로 구조할 수 있다. 30층엔 피난안전구역이 설치돼 있어 이곳으로 대피하면 된다. 8일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 큰불이 났을 때 구명줄 역할을 한 것도 대피층이었다. ▷초고층 건축물(50…
거품경제가 꺼진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 당시 일본 사회에서는 매년 10만 명가량이 ‘실종’됐다. 이 중 8만5000명가량은 ‘스스로 증발’한 것이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는 이들을 추적한 책 ‘인간 증발’에서 “‘약한 불 위에 올려놓은 압력솥’으로 비유되던 일본 사…
155명을 태우고 뉴욕을 이륙한 비행기가 새떼와 충돌해 엔진을 잃고 추락한다. 기장은 강 착륙을 시도한다. 사망자는 0명. 2009년 1월 발생한 이 사건은 ‘허드슨강의 기적’이라 불리지만 42년간 2만 시간을 비행한 기장의 노련함, 착륙 후 얼음물에 빠진 승객들을 24분 만에 전원 …
1980년대 대학생, 특히 운동권 학생들은 군대 가기를 꺼렸다. 군사독재정권의 ‘군바리’가 되기 싫기도 했지만 군=강제징집=최전방으로 통하던 무서운 시절이었다. ‘녹화사업’이라 하여 학원 프락치 활동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당시 ‘동 뜬다’는 은어가 돌았는데 순번을 정해 가두시위의…
1953년 형법을 제정할 때도 낙태죄 찬반 논쟁이 있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일제강점기 ‘조선형사령’에 들어있던 낙태 처벌 조항 삭제를 포함한 입법안을 제출했는데 이유 중 하나가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6·25 동란으로 인구가 줄어든 데다 독립국으로서 주권…
의사 가운을 걸치지 않았다면 환자로 착각했을 것이다. 내과와 산부인과 전문의인 그는 2008년 82세의 나이에 경기 남양주시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내과 과장으로 재취업해 12년간 노년의 환자들을 진료하며 함께 늙어갔다. 병원에서 제안한 ‘명예원장’ 직함을 마다한 그가 숙환으로 쓰러질 때…
1980년대 대학 신입생은 고교 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지식의 세례를 받았다. 읽어야 할 도서 목록 가운데는 ‘여성해방의 이론과 현실’(1979년)도 들어 있었다. 한국 ‘여성운동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저서다. 이 교수가 4일 향년 96세로 영면에 들었다. …
힙합 가수 드레이크는 2011년 내놓은 모토(The Motto)라는 곡에서 가슴에 박히는 한 줄 가사로 미국 1020세대를 대변했다. “너는 딱 한 번 살 뿐이야, 그게 바로 모토야, 욜로(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YOLO).” 4년 후 오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정보기술(IT) 분야 ‘폐쇄적 생태계’의 최초 고안자로 꼽힐 만하다. 2000년대 수억 대가 팔린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노래 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아이튠스’ 프로그램과 짝을 이뤄 생태계를 키웠고 ‘아이폰’ ‘아이패드’가 합류하면서 애플만의 생태계…
같은 금액이라도 손 베일 것 같은 빳빳한 지폐가 든 용돈 봉투를 주면 왠지 어깨가 으쓱해지고 받는 사람도 기분이 더 좋아진다. 그래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앞두고서는 신권 지폐 인기가 더 높아진다. 은행 창구에서는 1인당 한정된 금액만 새 지폐로 바꿔주곤 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요즘 수백 년 동안 사용하지 않던 ‘와인창문(Buchette del Vino)’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벽에 낸 작은 구멍을 통해 술을 파는 것인데, 유럽에서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장사를 하기 위해 고안됐다. 세월이 흐르며 대부분 구멍을 …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 즉 가을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다. 오곡이 무르익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좋은 날을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산업화 이후 도시로 떠난 자식들은 아무리 길이 막혀도 고향을 찾아 ‘민족 대이동’을 해왔다. 1996년 강원도에서 무장공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