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형법을 제정할 때도 낙태죄 찬반 논쟁이 있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일제강점기 ‘조선형사령’에 들어있던 낙태 처벌 조항 삭제를 포함한 입법안을 제출했는데 이유 중 하나가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6·25 동란으로 인구가 줄어든 데다 독립국으로서 주권…
의사 가운을 걸치지 않았다면 환자로 착각했을 것이다. 내과와 산부인과 전문의인 그는 2008년 82세의 나이에 경기 남양주시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내과 과장으로 재취업해 12년간 노년의 환자들을 진료하며 함께 늙어갔다. 병원에서 제안한 ‘명예원장’ 직함을 마다한 그가 숙환으로 쓰러질 때…
1980년대 대학 신입생은 고교 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지식의 세례를 받았다. 읽어야 할 도서 목록 가운데는 ‘여성해방의 이론과 현실’(1979년)도 들어 있었다. 한국 ‘여성운동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저서다. 이 교수가 4일 향년 96세로 영면에 들었다. …
힙합 가수 드레이크는 2011년 내놓은 모토(The Motto)라는 곡에서 가슴에 박히는 한 줄 가사로 미국 1020세대를 대변했다. “너는 딱 한 번 살 뿐이야, 그게 바로 모토야, 욜로(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YOLO).” 4년 후 오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정보기술(IT) 분야 ‘폐쇄적 생태계’의 최초 고안자로 꼽힐 만하다. 2000년대 수억 대가 팔린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노래 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아이튠스’ 프로그램과 짝을 이뤄 생태계를 키웠고 ‘아이폰’ ‘아이패드’가 합류하면서 애플만의 생태계…
같은 금액이라도 손 베일 것 같은 빳빳한 지폐가 든 용돈 봉투를 주면 왠지 어깨가 으쓱해지고 받는 사람도 기분이 더 좋아진다. 그래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앞두고서는 신권 지폐 인기가 더 높아진다. 은행 창구에서는 1인당 한정된 금액만 새 지폐로 바꿔주곤 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요즘 수백 년 동안 사용하지 않던 ‘와인창문(Buchette del Vino)’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벽에 낸 작은 구멍을 통해 술을 파는 것인데, 유럽에서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장사를 하기 위해 고안됐다. 세월이 흐르며 대부분 구멍을 …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 즉 가을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다. 오곡이 무르익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좋은 날을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산업화 이후 도시로 떠난 자식들은 아무리 길이 막혀도 고향을 찾아 ‘민족 대이동’을 해왔다. 1996년 강원도에서 무장공비…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살 만한 행성을 찾아 성간(星間)여행을 떠나게 하는 것은 지구가 건조해져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사는 미국 중서부에는 모래바람이 끊임없이 분다. 창문을 틀어막아도 집 안 곳곳이 먼지투성이다. 식사에는 가뭄에 강한 구황작물인 옥수수로 만든 음식만이 올…
이탈리아는 2018년 3월 총선이 끝난 후 86일간 정부 구성을 하지 못했다. 가까스로 지명된 주세페 콘테 총리도 대통령과의 내각 구성 불화로 6일 만에 사임했다. 유럽에서 ‘고비용 저효율’ 정치의 상징처럼 불린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랬던 이탈리아가 정치의 세계에서 난제 중 난…
국립해양조사원은 2006년부터 각국 해양업무 담당 공무원들을 초청해 최신 해양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국제수로기구(IHO)가 인증한 ‘해양조사기술연수’를 해왔다. 참가자들은 해도(海圖)에 대한 기초이론과 전자해도 등을 배운다. 막강한 자금력…
“저를 위해 기도하지 마십시오. 대신에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소집된 나의 승무원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1952년 3월 한국으로 떠나기 전 제임스 밴 플리트 주니어 중위(당시 27세)는 이런 편지를 어머니에게 보냈다. 미 8군사령관인 아버지 밴 플리트 장군이 있는 한국전선으로 …
18일 향년 87세로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은 ‘진보의 아이콘’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의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가 나오고, 그의 삶을 다룬 영화가 제작됐으며 유명 TV 코미디물엔 그를 패러디한 코너가 등장했다. 유대인, 여성, 기혼녀라는 3대 ‘약점…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 2층에서 10세와 8세 형제가 엄마 없는 집에서 끼니를 때우려 라면을 끓이다 불을 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불에 당황했을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평소에도 엄마 대신 동생을 돌보던 형인지라 어린 나이에도 책임감이 몸에 배었던 모양이다. 동생을 책상 …
“화상회의를 하려면 몇 시간 전엔 알려주셔야죠.” 재택근무 중인 외국계 기업의 남자 임원 A 씨는 이런 항의를 받고 나서야 노트북컴퓨터 앞에 앉기 전 여자 부하직원들에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단 걸 깨달았다. 이후 화상회의 횟수를 줄이고 시간도 정례화했다. 코로나19로 갑자기 닥친 재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