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 중심에 남산 송신탑이 있다면 18세기 조선에는 백탑(白塔)이 있었다. 백탑은 서울 종로3가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지 10층 석탑(국보 2호)을 말한다. 단종을 죽이고 보위에 오른 세조는 불교에 귀의하며 원각사를 창건했다. 그때 만들어진 10층 석탑은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화강…
오전 6시에 일어나 모든 조간신문을 훑는다. 신문 속 시사만화의 독창적 아이디어, 풍자와 해학의 완성도를 견주어 보며 승부를 판단한다. 오전 편집국 제작회의에 참여해 중요 뉴스를 점검하고 최신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개그콘서트’는 꼭 챙겨 본다. 줄담배는 기본이다. 그래도 아이…
경제부장으로 일하던 약 8년 전 어느 그룹의 ‘오너 3세’ 고위 임원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30대였던 그가 동석한 훨씬 연상(年上)의 임원에게 하는 말투는 대체로 반말이었다. 그날 일을 전해 들은 후배 기자의 반응은 이랬다. “그 정도면 비교적 ‘양질’입니다. 임직원을 머슴 다루듯…
자살하는 사람은 머뭇거린다. 대부분 한 번에 목숨을 끊지 못하고 여러 번 시도하다가 실패하거나 마지막으로 치명상을 가해 죽는다. 이때 치명상이 아닌 자해로 생긴 손상을 주저흔(躊躇痕·주저한 흔적)이라고 한다. 서초 세 모녀의 살인범 강모 씨(48)의 손에도 자살을 머뭇거린 흔적이 남아…
1765년 영국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제임스 스미스슨은 과학자로 활동하다 1829년 이탈리아에서 타계했다. 미국에 가본 적도 없던 그가 조국 대신 미국에 ‘위대한 유산’을 남긴 이유는 미스터리다. 인류의 지식 증진과 보급에 기여하는 재단을 설립해 달라는 유언과 함께 미국 정부에 10만 …
경제학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논쟁은 19세기 초반 영국 곡물법 폐지를 둘러싼 리카도와 맬서스의 논쟁이다. 리카도의 자유무역과 맬서스의 보호무역이 맞붙어 자유무역이 승리했다. 20세기에 다시 큰 논쟁이 케인스와 하이에크 사이에 벌어졌다. 케인스는 국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을, 하이에크는 …
대한민국 여심(女心)을 뒤흔든 세 남자가 있다. 바로 2012년 3월생 세 쌍둥이인 대한-민국-만세, 배우 송일국의 세 아들이다. ‘삼둥이’란 호칭으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 안방극장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지난 연말 KBS 연예대상에선 인기상도 받았다. 해가 바뀌어…
2012년 개봉된 영화 ‘화차’는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인공 장문호는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 선영을 찾다가 그의 이름, 경력, 주민등록번호까지 모든 게 다른 인물의 것임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빚쟁이로부터 시달리던 약혼녀는 선영을 살해하고…
성욕에는 정년이 없다는 말이 있다. 노인도 성욕이 있다. 그러나 노인의 성욕이 아니라 노인을 향한 성욕은 적응이 잘 안 된다. 노인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을 노인성애증(gerontophilia)이라고 한다. 아이에게 성욕을 느끼는 소아성애증(pedophilia)과 마찬가지로 병적인 증상…
파란 풀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 떼의 모습. 나이 든 세대에게는 왠지 눈에 익은 목가적 풍경일 것이다. 1950∼80년대 동네 이발소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었던, 이른바 ‘이발소 그림’의 단골 소재였다. 대량 판매용으로 제작된 싸구려 복제화는 이제 사라졌어도 고즈넉한 풍경 속 양…
소설가 공지영 씨는 2011년 출판사 대표 등과 함께 유럽 7개국을 여행했다. 유럽 철도회사인 유레일그룹이 한국 홍보대행사를 통해 항공권과 1등석 유레일패스 등 1700만원의 비용을 댔다.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기를 책으로 펴낸다”는 약속이 출판사를 통해 이뤄졌다. 두 달 뒤 공 씨…
경기 화성시에서 살거나 화성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시차를 두고 간헐적으로 발생한 사건인데도 신문방송 보도는 예외 없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었다. 화성 주민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강력 범죄로 불안…
경기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애기봉. 병자호란 때 기생 애기(愛妓)는 피란 중 평양감사와 생이별을 했다. 애기는 이곳에 정착한 뒤 매일 산봉우리에 올라 오랑캐가 북녘 땅으로 끌고 간 감사를 그리워하다 병이 들어 숨졌다. 마을 사람들은 애기의 유언대로 그를 봉우리 부근에 묻었다. 1966…
가수 이효리의 ‘티볼리 발언’이 연일 화제다. 이효리가 트위터에 “쌍용자동차의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자들도 복직되면 좋겠다. 그러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고 올렸다. 트위터 친구들이 “광고 출연은 어떠냐”고 제안하자 이효리는 “써 주기만…
러시아 전통 요리 중에 ‘보르시’가 있다. 빨간색 사탕무에 쇠고기 등을 넣고 끓인 수프로 한국의 쇠고기뭇국 같은 구수한 맛이 난다. 러시아인들은 여기에 서양식 사워크림을 넣어 먹는다. 동서양 요리의 만남이랄까.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자본주의의 길을 걸은 러시아는 굳은 빵 조각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