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장을 지낸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몇 년 전 강연에서 “게으른 공무원이 국가에 덜 해로울 수도 있다”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공직자의 무사안일이나 복지부동(伏地不動)을 옹호하려는 뜻이 아니었다. 틈만 나면 이런저런 명분으로 규제를 늘리고 권한과 자리를 확대하려는 …
프랑스 파리 16구의 앙드레 파스칼 가(街)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이 있는 곳이다. OECD에서는 26개 전문위원회와 200여 개 작업반이 세계의 경제, 사회와 관련된 거의 모든 과제를 다룬다. 2008년까지 2년간 OECD 대표부 대사를 지낸 권태신 전…
올해 55세인 1955년생은 6·25전쟁 이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맏형이다. 동갑내기 인구가 많아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치열한 입시 전쟁을 치렀다. 사회에 진출해서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자녀의 대학졸업, 취업, 결혼까지 챙기려면 직장…
1950년대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사는 나라였다. 1949년 동남아국가 중 우리나라와 처음으로 수교했고, 1963년엔 필리핀 기술자들이 우리나라 최초의 돔식 실내체육관인 서울의 장충체육관을 지어줬다. 6·25전쟁이 터지자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디…
전남 담양의 용추봉에서 발원해 항구도시 목포에 이르는 영산강은 예부터 중요한 뱃길이었다. 흑산도에서 홍어를 잡아 뱃길을 따라 영산포에 도착하면 벌써 푹 삭아 코끝을 찌르는 특유의 맛을 냈다. 영산포에는 국내 유일의 강변 등대가 남아 있다. 오래전에는 밀물 때 바닷물이 광주 하남과 장성…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로 경제난이 가중되자 중소기업 육성이 이슈로 부각됐다. 당시 상공부(현 지식경제부)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세웠다. 초창기에는 공무원 출신이 아닌 기관장이 임명됐으나 언제부터인가 지식경제부 퇴직 간부가 줄줄이 내려왔다. 규모도 나날이 커져 해외 사무소와 12곳의 …
판사들은 유난히 권위를 좋아한다. 법복의 권위, 법정의 권위, 법원의 권위…. 판사라는 직업 명칭부터 헌법과 법원조직법 형사소송법에는 ‘법관’으로 통일돼 있다. 판사들은 더 권위 있게 들리는 ‘법관’에 애착을 갖는다. 대법관의 명칭에도 비슷한 맥락의 역사가 있었다. 제헌헌법 이래 5·…
1999년 경찰에 체포된 탈옥수 신창원을 영국 로이터 통신이 영국의 전설적인 의적 로빈 후드에 비유해 한국 경찰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로빈 후드의 모험’은 우리의 ‘홍길동전’에 비견되는 영국 동화다. 잉글랜드 셔우드의 숲을 근거지로 삼아 포악한 관리와 욕심 많은 귀족이나 성직자…
드라마는 현실의 갈증을 반영하는가. 여성 대통령이 없는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 드라마가 꽤 많이 만들어졌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한국 지상파TV에서도 방영된 ABC 방송의 ‘커맨더 인 치프’. 지나 데이비스가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미국 최초의 여…
2009년 5월 4일 서울 우신초등학교 컴퓨터실. 학생들이 컴퓨터 앞에 두세 명씩 모여 게임에 열중하느라 정신이 없다. 컴퓨터 화면을 보니 영락없이 게임이다. 게임을 말려야 할 선생님도 학생들이 벌이는 게임을 들여다보고 있다. 선생님은 가끔 “1조 20점 추가”라며 마치 학생들의 게임…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충돌은 가라앉았지만 인터넷에서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꽤 지명도가 있는 재미 블로거 A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비자금 일부를 미국으로 반출했다”며 구체적 정황을 제시했다. 지난달 30…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중(韓中) 고위언론인 포럼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중국 기자들의 발언은 거의 ‘관보(官報)의 합창’이었다. 중국 기자들은 “현재까지 북한의 소행이라는 완벽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의 한 간부는 “한국군이 냉전 시기에…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는 국제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성 단기 자본, 즉 핫머니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990년대 중반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금융시장에 들어왔던 핫머니가 1997년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아시아 각국을 경제위기로 몰아넣었다. ‘국제 환(換…
농구에 마이클 조든, 골프에 타이거 우즈가 있다면 카레이싱에도 ‘황제’가 있다. 7차례 월드챔피언과 91차례 그랑프리 우승에 빛나는 독일의 마이클 슈마허다. 아쉽게도 2006년 은퇴했지만 전성기 한 해 소득이 1억 달러에 이른 스포츠 재벌이었다. 카레이싱은 우리에겐 친숙하지 않지만 선…
미국 금융위기를 몰고 온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은행의 고임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 뒤 국책은행 임원 임금이 삭감됐고 시중은행 임원들도 연봉을 반납했다. 은행들은 연봉 지급액을 줄이느라 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