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과천.” 1990년대 중반까지 매일 밤 서울 도심의 도로에선 조수석 차창을 연 택시기사들이 줄지어 선 사람들 앞을 지나며 행선지를 외쳤다. 대강 목적지가 일치하면 손님들은 재빨리 차문을 열고 올라탔다. “방향 맞으면 같이 가시죠”란 말만 던져 놓고 합승 손님을 찾느라 바…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신조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월루’(월급 루팡·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 등 주로 일상과 관련한 줄임말 신조어다. ‘네카라쿠배당토직’은 요즘 뜨는 신조어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직…
미얀마의 한 시민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 ‘미얀마를 구하라’ ‘여성과 어린이를 그만 죽여라’와 함께 ‘우리는 R2P가 필요하다’는 문구의 팻말이 있다. 요즘 미얀마의 트위터에는 해시태그 ‘#R2P’가 달린 게시물이 넘쳐난다. 유엔의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
“올해는 SES야, 핑클이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학에 신입생이 들어오면 공대생들은 이런 궁금증을 공유했다. 100명 넘는 정원에 여학생이 달랑 3, 4명이어서 걸그룹 멤버 숫자와 비교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공대는 다르다. 지난해 공대 재학생 중 여성 비율은 사상 최고인 2…
배 한 척이 모래톱에 박히자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배는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높이보다 길다. 좌초한 장소는 하필 수에즈 운하다.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떡하니 운하를 가로막은 지 5일째. 국제 유가는 오르고, 물류 수송이 차질을 빚고, 운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와 퍼지고 있는 15초짜리 영상에서는 미국 나이키 운동화들이 불타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소셜미디어에 나이키 등을 ‘블랙리스트’로 선정해 올린 게 불씨였다. 여기서 블랙리스트는 중국 신장의 강제노동에 반대해 신장산(産) 면화를 쓰지 않는 …
인터넷 교보문고 3월 2주 차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2위, 종합순위 10위에 오른 책은 ‘주택과 세금’이었다. 초판 1만 부가 매진돼 2만5000부를 더 찍었고 이마저 부족해 1만5000부를 더 찍고 있다. 작가는 다름 아닌 국세청.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너무 자주, 많이 뜯어고…
“배우들은 천장이 낡아 떨어진 강당에서 학생들의 환영식에 참가했다. 올갠(오르간) 하나 없는 강당에서 다 같이 부른 애국가 합창이 끝났을 때 (배우들의) 울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1965년 5월 한국 배우들이 일본 교토의 한국중고등학교를 방문한 장면을 전한 본보 기사 내용이다. …
지난해 K팝 등의 수출 실적이 반영된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가 사상 첫 흑자를 냈다. 흑자 규모도 1억6000만 달러에 이른다. 특히 음악과 영상 분야 저작권이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2억 달러에 가까운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한국의 대중문화(K컬처)가 세계인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이 수…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는 말이 요즘 자주 쓰인다. 그리스어로 인류를 뜻하는 anthropos와 지질시대 단위인 세(世)를 나타내는 접미사 cene의 결합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사용해 담론을 확산시킨 말로, 인류로 인해 빚어진 시대란 뜻이다.…
일본 도쿄만큼 올림픽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도시는 없다. 1940년 여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고도 중일전쟁으로 개최권을 반납했다. 1964년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여름 올림픽을 개최하는 영광을 누렸으나 2020년 여름 올림픽은 코로나19 탓으로 1년 연기 끝에 사상 처음으로 해외 관중 없…
“본국에 안식년 가 있는 외국인 동료 교수가 연락을 해 왔어요. 서울의 모든 외국인 근로자가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게 사실이냐고요. 그렇다고 했더니 서울에서 교수를 계속 해야 하는지 환멸을 느낀다고 했어요. 많이들 마음에 상처를 입었지만 이제라도 서울시가 행정명령을 거둬들여 다행…
국내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반세기 만의 최저치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도 사상 최저인 4.2건으로 감소했다. 가장 많았던 1980년의 10.6건에 비하면 …
‘인터스텔라’나 ‘블레이드 러너’ 같은 미래 영화에선 잿빛 하늘에 산성비가 내린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니 온 세상이 뿌옇게 되고, 미세먼지는 강산성 오염물질이어서 산성비가 내리는 것이다. 중국발 최악의 황사가 덮친 요즘 한국은 미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
본인이 말하길 “특별히 전성기나 대표작이 없었던 것 같다”는 나이 일흔넷의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아시아계로는 5번째다. 이미 거머쥔 다른 여우조연상만 33개.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우리 사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