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워킹맘을 인터뷰할 때면 기자들이 빼놓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어떻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셨나요?” 육아를 병행하면서 일과 가정생활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양성평등의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일-가정 양립환경 조성을 꼽는 이유다. …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몇 개 틀리면 SKY(서울 고려 연세) 대학에 갈 수 있나요?” 서울 강남 8학군의 한 고교 진학상담실에 종종 걸려 오는 전화 질문이다. 본인 소개는 물론이고 자녀의 신상은 일절 밝히지 않고 다짜고짜 이렇게 묻는다는 것이다. 상담 교사는 마음속으로 ‘학력고사 세대…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영국 태생의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1933∼2015)가 삶의 끝자락에서 남긴 글은 여운이 길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을 펴낸 색스는 의학계의 계관시…
캐나다의 사회학자 마셜 매클루언(1911∼1980)은 1960년대에 이미 TV 등 미디어와 통신,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작아지고,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세상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1962년 출간한 ‘구텐베르크 은하: 인쇄 인간의 탄생’에서 처…
‘평민이라도 기꺼이 덕을 심고 은혜를 베풀기를 즐기면 벼슬 없는 재상이요, 고위 고관이라도 권력을 탐하고 임금의 총애를 판다면 관직 있는 거지가 된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해 한국 사회는 ‘관직 있는 거지’의 실체를 똑똑히 목격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산골소녀 미자와 슈퍼돼지 옥자를 둘러싼 이야기다. 제작에 앞서 미국 콜로라도의 도살장을 답사한 봉 감독은 인터뷰에서 끔찍한 ‘분해’ 과정을 본 뒤 한 달 반 동안 고기를 입에 대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이 채식의 확산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
옛날 어머니들은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처방을 한두 가지 갖고 있었다. 아이가 먹은 것이 얹혔을 때 어머니가 반짇고리에서 굵은 바늘을 꺼내 머리에 쓱쓱 문지르고는 엄지손톱 바로 아래를 찔러 피를 내면, 체증은 거짓말처럼 내려가곤 했다. 지금 젊은 엄마들이라면 세균 감염될까 봐 질색할 것이…
‘빈자(貧者)의 성녀’로 우러름을 받았던 테레사 수녀를 성인으로 추대하면서 교황청은 영국 언론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히친스는 테레사 수녀가 선종하기 2년 전인 1995년 ‘자비를 팔다’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히친스는 테레사 수녀가 성녀는커녕 다국적 선교사업체의 …
1972년 당시 부탄 국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는 “국민총행복(GNH)이 국민총생산(GNP)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현자 국왕의 말에 그 뒤 부탄의 국가 정책은 지속 가능한 개발, 문화의 보존과 진흥, 환경 보호, 좋은 통치 등 네 가지 기준에 초점을 맞췄다. 2008년 네 가지…
일본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매회 맛집을 찾아 ‘먹방’을 펼친다. 주인공의 입맛은 범(汎)세계적이다. 일식은 물론 한국 태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의 음식을 가리지 않고 즐긴다. 그랬던 그가 일본차와 붕어빵을 먹으며 말한다.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다.” 이는 다른 드라마 …
대학 중퇴자의 졸업 축사 하면 ‘Stay Hungry, Stay Foolish’로 끝나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떠오른다. 잡스는 이 말대로 ‘언제나 갈망하며 늘 우직하게’ 살았다. 잡스가 스탠퍼드대에서 축사를 한 2005년은 애플을 다시 성공 궤도에 올려놓았고 시장의 틀을 바꾼 …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초청으로 홍콩을 찾은 것은 영화배우 장궈룽(張國榮)이 자살하고 반년이 지난 2003년 가을이었다. 엉뚱하게도 그가 투신한 만다린 오리엔탈호텔 24층 창문이 너무 작은 데 깜짝 놀랐다. 첫날 저녁을 빼고는 꽉 짜인 세미나로 사흘 내 웃을 일조차 없었다. 세계적…
과거나 지금이나 재소자들은 이름 대신 ‘수용번호’로 불린다.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같지만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재소자 배려 차원이 더 크다. 1999년 5월부터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미결수는 사복을 입고 출정(出廷)할 수 있게 됐다. 아크릴 인식표를 달고 법정에 나…
노태우 정부 마지막 해인 1992년 8월 감사원장을 연임한 김영준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바로 옷을 벗었다. 연임 6개월 만에 물러났으니 군부정권에서 문민정부로 권력이 바뀐 것을 실감케 했다. 헌법 98조 2항은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는 4년으로 …
50대 이상 남자들은 군에서 겪었던 추위와 허기를 지금도 기억한다. 추위는 초가을부터 늦봄까지 병사를 떨게 하지만 허기는 1년 365일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밥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훈련소에 들어서자마자 알게 된다. 소설가 황석영은 밤에 몰래 건빵 다섯 봉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