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매회 맛집을 찾아 ‘먹방’을 펼친다. 주인공의 입맛은 범(汎)세계적이다. 일식은 물론 한국 태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의 음식을 가리지 않고 즐긴다. 그랬던 그가 일본차와 붕어빵을 먹으며 말한다.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다.” 이는 다른 드라마 …
대학 중퇴자의 졸업 축사 하면 ‘Stay Hungry, Stay Foolish’로 끝나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떠오른다. 잡스는 이 말대로 ‘언제나 갈망하며 늘 우직하게’ 살았다. 잡스가 스탠퍼드대에서 축사를 한 2005년은 애플을 다시 성공 궤도에 올려놓았고 시장의 틀을 바꾼 …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초청으로 홍콩을 찾은 것은 영화배우 장궈룽(張國榮)이 자살하고 반년이 지난 2003년 가을이었다. 엉뚱하게도 그가 투신한 만다린 오리엔탈호텔 24층 창문이 너무 작은 데 깜짝 놀랐다. 첫날 저녁을 빼고는 꽉 짜인 세미나로 사흘 내 웃을 일조차 없었다. 세계적…
과거나 지금이나 재소자들은 이름 대신 ‘수용번호’로 불린다.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같지만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재소자 배려 차원이 더 크다. 1999년 5월부터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미결수는 사복을 입고 출정(出廷)할 수 있게 됐다. 아크릴 인식표를 달고 법정에 나…
노태우 정부 마지막 해인 1992년 8월 감사원장을 연임한 김영준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바로 옷을 벗었다. 연임 6개월 만에 물러났으니 군부정권에서 문민정부로 권력이 바뀐 것을 실감케 했다. 헌법 98조 2항은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는 4년으로 …
50대 이상 남자들은 군에서 겪었던 추위와 허기를 지금도 기억한다. 추위는 초가을부터 늦봄까지 병사를 떨게 하지만 허기는 1년 365일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밥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훈련소에 들어서자마자 알게 된다. 소설가 황석영은 밤에 몰래 건빵 다섯 봉지를…
자녀 이중국적 문제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던 사례로 남주홍 경기대 교수가 떠오른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이 될 뻔했던 남 교수는 부인과 아들이 미국 영주권을, 딸은 시민권을 갖고 있었다. 물론 부인의 부동산 투기 등도 낙마의 빌미가 됐다. ‘미스터 칩(Mr.…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12명 중 유일하게 태어난 집을 가볼 수 없다. 그의 고향이 휴전선 넘어 황해도 평산군 마산면 대경리에 있는 탓이다. 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잠깐 거처했던 이화장 정도다. 나머지 대통령 11명은 유년시절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생가(生家)가 있다…
스페인의 첫 여성 국방장관 카르메 차콘은 37세 때인 2008년 임신 7개월에 해병 파병부대를 찾아 격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만삭의 사열’은 군의 문민 통제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있다. 남성 우월의식이 강한 스페인에서도 군대는 매우 배타적인데 사회당 정부가 여성을 발탁한 건 신선한…
어제는 23세 여성이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살해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1년간 강남역 살인사건이 의미하는 바를 놓고 두 가지 규정이 대립했다. 한쪽은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의 묻지 마 범죄’라고 규정했고 다른 쪽은 ‘여성 혐오 범죄’라고 규정…
“참 고마운 사람이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지킨 전사(戰士)였다. 수구언론으로부터 노 대통령 다음으로 공격을 많이 받았다.” 2012년 1월 ‘노무현의 사람들, 이명박의 사람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문재인은 저자 양정철을 이렇게 소개했다. 문재인은 “저로 하여금 책을 쓰게 하고…
모피아(MOFIA)는 옛 재무부의 엘리트 경제관료를 가리킨다. 재무부 영문 앞글자(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를 합친 표현이다. 이름부터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모피아에는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법대를 나온 KS 출신들이 많다. 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한국 국민건강보험공단 격) 산하 병원 직원들이 사이버 공격을 받은 건 13일. e메일이 안 열리는가 싶더니 의료시스템과 환자보호시스템이 차례로 다운됐다. 곧이어 협박편지가 떴다. 각자 사흘 안에 비트코인(가상화폐) 300달러어치를 사야 파일 복구가 가능하고 …
“총장이 되고 나서 전에 논문을 쓰려고 만들었던 메모 카드를 봤더니 왜 이걸 적어 놓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더라.” 서울대 출입기자 시절 김종운 총장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1990년대 초반 총장을 지내는 동안 영문학자의 길에서 멀어지게 됐다는 회한이 서려 있었다. 김 총장은 수재를 받…
2008년 부임한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공기업 특유의 인사 문란 등 조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파격적 시도를 했다. 여성을 인사부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신의 한 수였다. 이 전 사장은 “여자를 인사부장으로 앉히자 여기저기서 동문회 향우회 등 남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