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역무원인 피해자는 제복 차림으로 순찰 중이었다. 공격당한 직후 곧바로 비상벨을 눌러 1분 만에 동료 역무원들이 달려왔고, 119구조대가 8분 만에 도착했다. 하지만 제복도, 적시의 대응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 스토킹…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의 공동실험센터에선 LG전자, 화학, 이노텍, 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 연구원들이 같은 사무실을 쓴다. 미래사업에 쓸 소자를 함께 개발하고 소재, 부품 관련 연구를 하려면 서로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필요에 따라 뭉쳤다가 성과를 낸 뒤 흩어지는 빠…
“공화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공허했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외톨이였다. 동맹국과 적국 모두 트럼프 리더십을 무시하고 비웃었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집에 나온 내용이다. 트럼프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바이든을 보면서 그가 당선되면…
모든 시상식의 주인공은 수상자다. 그제 열린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선 아시아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가 특히 주목받았다. 그런데 시상식 뒤풀이를 뒤집어 놓은 건 조연배우 오영수(78)였다. ▷에미상 뒤풀이 참석자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모든 보고는 내게 먼저 하라.” 2017년 7월 취임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전 직원을 소집해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4성 장군 출신의 켈리는 파벌 간의 암투와 보고체계 붕괴로 혼란스럽던 도널드 트럼프 초기 대통령실의 기강을 잡기 위해 투입된 소방수였다. 그는 실세로 평가받던 …
세계 첫 핵실험의 거대한 폭발을 지켜본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관제소 안 기둥을 붙들고 힌두교 경전의 구절을 떠올렸다. “천 개 태양의 빛이 하늘에서 일시에 폭발한다면, 그것은 전능한 자의 광채와 같으리라.” 하지만 뒤이어 그의 머릿속에 들어온 다른 구절은 이랬다. …
서른일곱에 얻은 늦둥이여서일까. 사춘기 반항이 한창이라는 남의 집 중2와 달리 아들은 엄마와 꼭 붙어 다니는 ‘엄마 껌딱지’였다. 폭우가 쏟아지던 6일 새벽도 그랬다. ‘차를 옮기라’는 관리사무소 방송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엄마를 따라나섰다. 그날은 따라오지 말라고, 엄마 혼자 가…
영국 내각에는 ‘The Great Offices of State(국가 중요 관직)’라고 불리는 4개의 자리가 있다. 내각 구성원 중에서도 특히 역할이 중요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총리와 재무장관, 외교장관, 내무장관을 가리킨다. 6일 출범한 리즈 트러스 내각은 이 ‘빅4’를 모두 …
‘추석 차례상은 송편과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이 기본이고 육류와 생선, 떡 정도를 추가할 수 있다.’ 성균관이 추석을 앞두고 차례 음식을 최대 9가지만 올리도록 간소화한 차례상 새 표준안을 발표했다. 차례 음식 가운데 며느리들의 원성이 자자한 전은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은 ‘카멜레온’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다. 군주제 폐지와 마약 합법화 등을 외치며 진보당에서 활동하다가 보수당으로 옮겨 외교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2014년부터 8년간 환경·농림부와 법무부, 재무부, 통상부 장관을 두루 거쳐 “직업이 장관”이라는 말도 듣…
“4학년 학생들의 성적이 2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전역에서 올해 실시된 4학년 대상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이렇게 한마디로 평가했다. 올해 평균 수학 점수(234점)는 1999년 점수, 읽기 점수(215점)는 2004년 점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 …
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부시장으로 일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중앙 무대로 끌어올려 준 사람은 보리스 베레좁스키였다.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의 상징인 베레좁스키의 후원으로 푸틴은 크렘린에 부국장으로 입성했고 총리를 거쳐 2000년 대권을 잡았다. 하지만 푸틴이…
정관계와 재계 유력 인사들의 재킷이나 바지 주머니가 이상하게 두툼한 것은 대개 휴대전화를 두 개씩 넣어 다니기 때문이다. 과도한 업무 연락에 시달리거나 공적으로 노출돼 있는 인사들 상당수가 업무폰 외에 개인폰을 따로 갖고 다닌다. “당신에게 알려준 것은 내 개인폰 번호”라고 은근히 귀…
1985년 3월 54세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오르자 세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고 없이 연설하고 부축 받지 않고 걷는 소련 지도자의 모습 자체가 신기했다. 소련은 이미 노쇠할 대로 노쇠한 제국이었다. 권력 핵심부터 늙고 병들었다. 불과 3년 사이에 브레즈네…
“구조 활동을 위해 내륙에 처음으로 해군을 출동시켰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땅이 작은 바다처럼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셰리 레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이 외신 인터뷰에서 홍수의 심각성을 표현한 말이다.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물에 잠겼고, 3300만 명이 수해를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