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때리면서 돈을 요구했어요. 부모님께 알리면 가만두지 않는다면서요.” 7일 본보 기자와 만난 지적장애인 김모 씨(36)는 최모 씨(36) 때문에 10년 가까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털어놨다. 김 씨는 동네 친구의 소개로 2008년 최 씨를 알게 됐다…
“내도 전쟁터에 있었는디… 총알 맞아가 죽다 살았지.” 25일 강원 강릉에 사는 김명수 씨(87)가 TV를 보다 딸 복순 씨(45)에게 혼잣말처럼 얘기했다. TV에는 ‘6·25전쟁 68년’이란 자막이 깔리며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하는 공직자들 모습이 스쳐갔다. 매년 6…
“10년 전에 내가 그 운전자를 용서하지 않았다면 남편이 살아있지 않을까요.” 정모 씨(38·여)의 흐느낌 속에서 한스러움과 후회가 동시에 배어나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영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벤츠 차량 ‘만취 역주행’ 사고 때 피해 차량인 택시에 탔다가 숨진 김모 씨(38)의 …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8시경 정모(가명·55) 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정민지(가명·24·여) 씨 부모님이시죠? 민지 씨가 사고가 났습니다.” 서울의 경찰관이었다. 더 이상 설명은 없었다. 그저 “서울에 오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딸에게 “무슨 일 있느…
26일 오전 7시경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선착장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사흘째 이어진 짙은 안개 탓이었다. 바다 위 여객선의 모습이 흐릿했다. “해상의 짙은 안개로 여객선 출항이 연기됐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선을 기다리던 장병과 관광객 등 100여 명이 탄식했다. 이들 사이…
박두석 씨(56)는 작은방 앞에 설 때마다 심호흡을 한다. 그는 “이상하게 이 방에 들어갈 때면 가슴이 저린다”고 말했다. 안에는 그가 입었던 제복이 걸려 있다. 옆에는 대통령상 등 각종 표창이 진열돼 있다. 그는 ‘전직’ 소방관이다. 10개월 전 정든 제복을 벗었다. 지금은 사라…
“쓰레기 치우려고 그래? 절대 못 들어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 여자 화장실 앞에서 고성과 함께 실랑이가 벌어졌다. 소리를 지른 건 화장실 문 앞에 있던 한 60대 여성이다. 이 여성은 화장실로 다가오는 한 교직원 앞을 가로막았다. 이어 “화장실 이용도 안 되느냐”며…
‘어떡하노, 어떡하노….’ 지난달 26일 오전 경남 밀양소방서 구급대원 A 씨(29·여)는 시커먼 연기에 휩싸인 세종병원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 병원 3층에 입원 중인 할머니 강모 씨(88) 걱정 때문이었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지만 A 씨는 현장에서 할머니의 생사를 …
10일 오전 5시 잠에서 깬 환경미화원 최영우(가명·61) 씨가 옷을 갈아입으며 곤히 잠든 아내(62)를 내려다봤다. ‘오늘도 별 탈 없이 지나야 할 텐데….’ 13년 전 아내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일곱 살’이 됐다. 뇌출혈로 쓰러져 뇌병변 3급 판정을 받았다. 7세 수준의 지능으…
위크란다 시라란코 씨(38·사진)의 한국 생활은 올해로 16년째다. 스물세 살이던 2003년 태국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시라란코 씨는 지금의 남편(45)을 만나 한국에 왔다. 2년 후 아들을 낳고 세 사람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2008년 첫 위기가 닥쳤다. 일용…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1.2도까지 떨어진 14일 새벽 영등포구의 한 낡은 주택에서 불이 났다. 슬래브 지붕에 흙벽으로 지어진 건물은 금세 허물어졌다. 불이 꺼진 뒤 소방관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33m² 남짓한 공간에는 다 쓴 부탄가스통과 휴지, 검정 비닐봉투가 가득했다. 건강보험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팔을 벌려 서로 안았다. 겨울옷 너머로 박정구 씨(59)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박기월 씨(66·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14년 전 뇌동맥류 파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들 김상진 씨(당시 31세)가 남긴 심장이 여전히 박정구 씨의 몸속에서 힘차게 뛰고 …
무역업체 A사 최모 회장(89)에게 서울 종로구의 한 도심 재개발 사업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2000년 7월 서울시는 최 회장 소유의 1775m² 규모 땅과 건물이 포함된 지역을 도심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했다. 최 회장 등 일부 지주는 개발에 반대해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
“다리를 절단할지도 모릅니다.” 의사의 말이 떠오를 때마다 김모 씨(70·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열흘도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김 씨는 자신의 현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닥쳤을 때 김 씨는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자신의 연립주택에 있었…
시인 박진성(39)은 지난해 10월 그 사건 이후 1년 넘게 ‘성범죄자’로 살고 있다. 성범죄가 아니라고 판명 났지만 소용이 없다. 박 씨의 성추행 혐의를 수사한 경찰과 검찰은 9월 “근거가 전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허위사실로 박 씨를 고소한 A 씨(27·여)는 죄질이 나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