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A 씨(45)는 11일 오후 9시 40분경 광주 서구 풍암동 한 호프집 앞길에 앉아 슈퍼마켓에서 산 맥주를 마셨다. 3병 가운데 2병째를 마셨다. 취기가 올라온 그의 양손에는 손바닥이 코팅된 목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장갑 끝부분은 청테이프로 동여매져 있었고 옆에는 낫과 망치가…
“피고인이 올바른 심성으로 아름답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실형에 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피고인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피고인 부자(父子)의 죄책감과 고통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지난해 3월 성적에 대한 압박과 학대를 못 이겨 자고 있던 어머…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 15층. ‘중소기업 무너뜨린 키코(KIKO·환율 변동 관련 파생금융상품)’라는 플래카드 아래 앉은 중년 남성들은 후련한 것 같기도 하고 서글픈 것 같기도 한 묘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위원장. 은행과 금…
“주워(救我), 주워.” 살려달라고 애타게 소리쳤다. 쓰러진 배의 선실 유리창에 얼굴을 내밀고 멀리 보이는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28일 오전 11시경. 해경 구조대원들이 나타났다. ‘아, 이제 살았구나.’ 태풍 ‘볼라벤’이 닥치는데도 항구에 정박하기를 거부한 채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
“자기가 한 짓을 재연하면서 부들부들 떨 정도로 간이 작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는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회사 밀집지역 골목. 22일 오후 퇴근길 직장인으로 붐비는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전 직장 동료와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던 김모 씨(3…
“고개 들어 이 자식아! 얼굴을 왜 가려!” 24일 오전 10시 5분경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택가 골목. 20일 전자발찌를 찬 채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피의자 서모 씨(42)가 나타나자 주민들이 고함치기 시작했다. 하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
뉴스를 보다 그대로 넋을 잃었다. 깨어난 뒤엔 정신없이 아이를 찾았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세상에 없었다. 전해숙 씨(55)는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날. 1995년 6월 29일. 그날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전 씨의 상실감은 더 컸다. 당시 중3이던…
고등학교 1학년인 A 군의 손에서 흰 연기가 계속 나왔다. 입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났다.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요? 애들 다 여기서 피우는데….” 혼자 서 있는 B 양(17) 역시 마찬가지. 그는 “친구들 모두 피워요”라고 말했다. 금연홍보 표지판을 가리키자…
17일 오후 8시 반경 경기 광주시 초월읍 대쌍령리의 한 전원주택으로 50, 60대 주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일부는 승합차를 타고 왔고 개인 승용차나 택시도 대절해서 타고 왔다. 30여 명이 모이자 죽 둘러앉아 화투 패를 돌렸다. 수년 전부터 도박판에서 알고 지낸 이들은 ‘하우스장…
“단속에 걸리면 당장 과태료 내야 하지만…. 형편이 어려우니 어쩌겠어요.” 10년째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가판대를 운영 중인 신모 씨(56·여)는 23일 ‘가치담배’를 진열하느라 분주했다. 그가 한 갑(20개비)씩 포장돼 나오는 담배를 한 개비씩 따로 팔기 시작한 것은 두 달 전.…
4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A 씨(65·여)는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고법은 20일 피고와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가정폭력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남편이 잠들어 있을 때 살해한 것은 정당…
가정주부 김모 씨(64)는 올 5월 중순 경기 가평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수속을 밟기 시작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는 김 씨가 정신병동행을 택한 것은 자신의 곗돈 1억5000만 원을 갖고 정신병원으로 달아난 계주 정모 씨(69·여)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 씨가 …
11일 오전 10시 15분경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주최한 ‘다문화 정책의 주요 쟁점 및 입법과제’ 토론회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와이셔츠 차림의 한 40대 남성이 단상에 뛰어올랐다. 모두가 어리둥절할 때 이 남성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정책토론회인데 반대…
‘돈 좀 빌릴 수 있을까? 아버지를 봐서라도 사업으로 재기해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서….’ 이모 씨(50)는 아버지의 그릇을 뛰어넘는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유신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었다. 몇 년 전만…
6일 오후 장맛비 속에서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살인사건 현장을 찾은 중국동포 김모 씨(34) 얘기다. 김 씨는 2일 반지하방에서 새 남편 홍모 씨(67)의 칼에 찔려 숨진 결혼이주여성 이모 씨(57·중국동포)의 아들이다. 숨진 이 씨는 2005년 한국인인 홍 씨와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