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원들은 ‘다 죽어도 대통령이 살면 성공, 다 살아도 대통령이 죽으면 실패’라는 직업의식을 갖고 산다. 사람은 위험에 닥칠 때 자기부터 챙기기 마련인데 이 본능을 억제하고 대통령을 지키려 자신을 희생하는 기술을 연마하는 게 경호원이다. 사적 감정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대통령…
‘그와는 상종을 못 하겠다’라는 말이 영어로 뭘까 궁금했다. 인터넷 번역 사이트 몇 곳에 넣어봤는데 번역된 문장 중에 ‘he is an asshole’이 있었다. 한글로 재번역하면 ‘그는 나쁜 놈이다’로, 경멸적 뉘앙스가 그대로 포함된 의역이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이렇게 …
여권 관계자가 전한 얘기다. 지금은 전직이 된 한 대통령실 참모가 임명된 지 얼마 안 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러 갔다. 윤 대통령은 이 참모에게 “아내에게도 같은 내용을 보내 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뒤로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같은 내용을 김건희 여사에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되자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했다. 당시 여당 대변인은 ‘사죄’ 표현과 함께 “오로지 국민 눈높이에서 환골탈태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의원들이 모인 국회 본회의장 화면을 지켜보면서 ‘곧 계엄군이 들이닥쳐 난장판이 되리라’고 걱정한 이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표결은 순탄하게 진행됐고 계엄은 실패로 끝났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편으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의아…
12·3 비상계엄은 국민을 놀라게 한 충격적 사건이며, 그 후폭풍인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세 번째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로 인해, 국정 혼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 …
2019년 미국 뉴욕 외신기자 취재 현장에서 당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던 홍콩의 유력 언론사 기자를 만났다. “한국 특파원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명함을 건넨 그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룬 한국이 부럽다”고 말을 걸어왔다. 결연한 그의 표정에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묵직한 믿음이…
“큰일 났어. 이러다 회사 문 닫겠어.”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검찰 관계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한 말이다. 검찰이 살기 위해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특별수사본부가 6일 구성됐고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
육군사관학교 입교부터 40년가량을 군에 몸담았던 예비역 군인으로서 송구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1985년 육사 생활을 시작했다.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선 시위가 극심하던 시기였다. 정복을 입고 주말 외출을 나갈 때는 시민들 시선이 따가웠다. 그 세월을 견디고 나니 어느 순간 국민은 …
오래전에 이 정부 인수위에 참여했던 고위 공직자에게 들은 얘기다. 대선 직후 새 정부도 ‘문민정부’, ‘참여정부’처럼 별칭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서 실제 몇 가지 아이디어가 논의됐다고 한다. 그때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며 내부에서 공유되는 것 중에 ‘상식(常識)의 정부’가…
“전두환이 전권을 휘둘러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가담 혐의로 법정에 섰던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과 주영복 국방부 장관은 이런 주장을 폈다. 실제 당시 공식 지휘계통이던 주영복-이희성은 사실상 허수아비였고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하…
윤석열 정부 초기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국정원장 특보가 왜 그렇게 많냐.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당시 국정원엔 원장특보 여러 명이 전문 분야를 나눠 맡고 있었다. 국정원 청사에 사무실을 두는 원장특보는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한다. 외교…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나온 포고령에는 “전공의 등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은 48시간 내 복귀해야 하고 위반 시 처단한다”는 문구가 있다. 역대 계엄 포고령 중 특정 직군이 언급된 건 처음이다. 이 문구를 보며 “윤석열 대통령 등 계엄 주도 세력이 의정 갈등을 여전히 이해…
아이가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온 날. 실화를 각색했다고 알려주며 ‘검문’ ‘금서’ 같은 기억 조각을 꺼내 5공화국 당시 사회적 상황을 들려줬다. “진짜야?” 돌아온 반응이었다. 2024년 한국에 사는 아이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표현하는 말로 ‘혼돈’이나 ‘혼란’보다 더 적합한 말을 떠올릴 수 있을까.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나 배웠을 법한 ‘비상계엄’이 현실화하면서 서울 한복판에선 군인들과 시민들의 대치 상황까지 빚어졌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을 뜻하는 ‘X-이벤트’가 2024년 대한민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