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처음 사용했는지 몰라도 ‘순살 아파트’는 기가 막힌 작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며 자제해 달라고 했다. 보강철근이 빠져 있는 것이지 철근 자체가 빠진 건 아닌데 국민들이 오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을 빼먹은, 그래서 국…
충청권에선 지난해 6·1지방선거 때 증평군수 선거가 화제가 됐다. 유명 배우 출신인 국민의힘 송기윤 후보가 부군수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재영 후보에게 301표, 불과 1.8%포인트 차이로 패한 것이다. 당선 가능성 설문조사에서 한때 15%포인트 가까이 앞질렀던 송 후보의 패인을 두…
최근 주말의 일이다. 통일기반 조성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부 과장이 문승현 차관 방을 찾았다. 통일기반 조성 관련 구상을 담은 두꺼운 보고서가 손에 들려 있었다. 이 과장은 문 차관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2시간여 보고서 내용을 토론했다. 새만금…
“제길, 하필 저는 이 나라를 사랑한단 말입니다.(Damn it, I happen to love this country.)”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원자폭탄 개발의 주역 J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과거 좌익 활동 전력 때문에 …
‘형량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로서는 피하기 어려운 숙명 같은 일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일부 언론은 이 후보자가 과거 성범죄 항소심 재판에서 ‘교화의 여지가 있는 젊은 나이’라는 등의 이유로 형을 낮춰준 것은 부적절하다…
“또 고추나 말리겠죠.” 정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과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25일 한 지방공항 임원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보안지역인 공항서 고추 말릴 일은 없지만, 이용도가 워낙 낮으니 활주로를 고추 말리는 용도로 쓴다는 우스갯소…
“연극은 혼자서는 못해서 좋아요.” 사람이 부족해 늘 허덕이던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연극 동아리가 2021년 회원 모집 공고를 내자 50명이 몰려들며 공통적으로 한 말이었다. 이 동아리는 2018, 2019년까지만 해도 공연을 올리는데 필요한 최소 인원인 20여 명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역 고가를 재활용한 공중 산책로 ‘서울로 7017’이 서울역 일대를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철거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리라던 기대와 달리 찾는 사람도 없고 막대한 관리비로 세금만 축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산책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정 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1월 금융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거시금융정책 책임자 4명이 ‘F4’를 이뤄 원팀 정신으로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금융(Finance)’ 정책을 담당하는 자신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4…
쌍방울그룹 관련 각종 의혹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의 재판에선 보기 드문 황당한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들이 당사자와 상의도 없이 불출석한 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이 전 지사의 아내가 변호인 해임신고서를 내고, 이 전 부지사는 “내 의사가 아니다”라고 …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은 미세공정에서 판가름 난다. 삼성전자는 현재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반도체를 양산해 내고 있다. 나노미터는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뜻하는데, 선폭이 좁을수록 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다. 초미세공정을 위해선 거기…
국민 실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금 제도를 한국처럼 매년 갈아엎는 나라도 드물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작년만 해도 법인세율, 소득세 구간, 종합부동산세 제도를 뜯어고쳤다. 세제의 큰 틀에 손대지 않고 ‘핀셋 감세’를 하겠다는 정부의 내년도 세법 개정안이 오히려 이례적인 경우다.…
휴가차 머물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번 주 18일 열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먼 발치에서 지나쳤던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에서도 의미가 독특하다. 우리로 치면 대통령이 휴가철에 머무는 저도, 청남대 같은 곳이 아니다. 백악관에서 헬기로 30…
“결과적으로 국민께 피해를 끼쳐 송구스럽습니다.” 정치인들이 자주 쓰는 사과의 표현이다. ‘결과적’이라는 단서를 붙였다는 점에서 좋은 사과의 예시라고 할 순 없다. 면피성 의미가 엿보이지만 사과의 뜻이 분명하다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그래도 국민의 질타를 인정했다는 뜻이고, 나아…
이달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차량 및 흉기 난동으로 14명의 사상자를 낸 최원종(22)에 대해 알려졌을 때 눈길이 간 건 ‘3년 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안 받았다’는 대목이었다. 2020년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