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가장 먼저 전화벨을 울린 이는 누구였는가. 그러니까 지진이 가만히 앉아 있는 나의 집이며 나의 얼굴을 마구 흔들던 날 저녁에 말이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어어∼” 하고 있는 사이 내가 앉아 있는 자리는 마치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흔들거리고 있었다. 나는 옷을 챙겨 입고 할…
휘영청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는 국민들 심사는 착잡하다. 청와대 실세와 사법부 부패 논란 끝에 터진 북한의 5차 핵실험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대체로 오랜 기간에 걸쳐 숙성된 것들이다.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두 번째 탈퇴한 북한은…
무더위 끝에 후진국 전염병이 창궐한다고 난리다. 15년간 잠잠했던 콜레라나 집단 식중독은 우려스럽다. 수천 명의 C형 간염 조사 보도 또한 정부의 느린 대처를 비난한다. 그나마 예방접종 백신이 있는 일본뇌염은 나은 편이다. 결핵 관리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10년 주기 발생 속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망명을 계기로 북한 붕괴론이 다시 부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 핵심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이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이 교체되거나 체제가 붕괴하려면 안과 밖의 엘리트층이 함께 무너지거나 조직화된 민중 봉기가 일어나야 한다. 하…
2013년 미국은 연방정부 폐쇄로 곤혹을 치렀다. 핵심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 내용이 포함된 2014년도 예산안 합의가 실패하면서 국가부채한도 증액이 이루어지지 않자, 예산을 배정하지 못해 연방정부 업무가 중단된 것이다. 연방정부 폐쇄의 근본 원인은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
최근 진경준 검사장 구속 사건 이후 검찰 개혁 논란이 불붙었다. 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국민이 바라보는 검찰 개혁 과제의 중심은 대략 세 가지다. 첫째는 검찰권이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가 미흡하다는 …
혹독한 무더위다. 카페, 은행, 도서관으로 피난 가는 사람도 많다.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부조리다. 오직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징벌적 요금 체계는 전력이 부족하던 시절, 가정에 근검절약을 강요하고, 전력 소모가 많은 가전제품이 별로 없던 시대의 유물이다.…
올림픽 하면 ‘대한민국 선수들의 눈물’이 인상적으로 떠오른다. 금메달을 따고 기뻐서 울든, 금메달을 따지 못해 서러워 울든, 우리 선수들의 눈물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늘 마음이 아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도무지 울음을 멈추지 못했던 남자 유도 60kg급의 최민호…
모든 것은 서울구치소에서 죄수복을 입은 정운호가 여자 변호사를 폭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심상치 않은 사건을 계기로, 몇 달째 신문조차 읽지 못하고 생활하던 나는 뉴스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기업인의 원정도박, 50억 원의 로비자금을 받은 최유정 체포, 123채의 오피스텔을 사들인 …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발표 이후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사드 배치에 대해 “우리 지역은 절대로 안 된다”는 님비 현상, 외부 투쟁세력의 상투적 개입, 정치권의 안보 문제 정치화 등이며, 국제적으로는 중국의 고압적·비합리적 과민반응과 북한의 노…
정부는 최근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우리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제고시켜 경제 활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산업 발전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완돼야 할 점 또한 많다. 먼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서비스산업…
국회의원들의 가족 보좌진 채용에서 비롯된 특권 남용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을 중징계하기로 했지만 막상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당윤리심판원은 당 지도부나 본인이 결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져 쇄신 의지가 멀어져 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
20대 국회의 개원과 더불어 개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하던 원포인트 개헌이 정당 대표들과의 약속에 따라 제18대 국회로 미뤄진 이래 개헌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숙제였다. 그동안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되었지만 구체…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교육 발전을 이룩하였다. 대학교육의 발전 수준은 선례를 찾기 어렵다. 고교 졸업생들의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미국 대통령도 수시로 한국의 대학교육을 거론하며, 대학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한국을 벤치마킹하라고 한다. 또한 교수들…
최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김정은이 이수용을 중국에 파견한 의도는 자명하다. 표면적인 이유는 5월 초 열린 노동당 7차 대회 결과를 설명한다는 것이었지만 내심으로는 경색된 대(對)중국 관계 회복의 단초를 찾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