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여론조사에 대한 ‘선택적 신뢰’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한 조사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모닝컨설트’라는 조사업체가 22개국 리더들의 지지율을 조사해 매주 발표하는 ‘글로벌 리더스 조사’다. 일부 언론이지만 이 조사가 자주 인용되는 이유…
물건을 사고 계산대에 서면 많은 점원들이 이렇게 말한다. “고객님, 계산 도와 드리겠습니다.” 나는 이 말이 영 불편하다. 이상하지 않나? 계산은 점원의 일인데 왜 도와준다고 하는 걸까? 도와준다는 것은, 원래는 자신의 일이 아니나 선의로 다른 이의 일을 거들거나 대신 해주는 것이다.…
지난 몇 주는 그 어떤 모임에서든 챗GPT(ChatGPT·‘오픈AI’가 공개한 초거대 인공지능 기반 챗봇)가 언급되지 않은 적이 없다. 논문 초록 작성, 영문 에디팅, 음식 조리법 추천, 광고 카피 제안, 프로그램 코딩 등. 각자 자신이 경험한 챗GPT를 통해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를 …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면서 한국의 성장률을 일본의 1.8%보다 낮은 1.7%로 발표했다. 지난 30여 년간 없던 일이다. 한국에서는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부동산 버블이 꺼졌다. 고용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고, 국민연금이 불과 한 세대 후면 고갈된다고 한다.…
언젠가 독자분들이 내 미래에 대해 위로해준 적이 있다. AI가 소설을 쓰는 날이 오더라도 꼭 휴먼인 내가 쓴 소설을 읽겠다고, 너무 걱정 마시라고. 그 말을 듣고 슬프기도 기쁘기도 했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그런 날이 올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전과 관련해 들려오는 뉴…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치가 나올 때마다 그 숫자가 작아져서 마이너스 성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중장기 전망도 어둡다. 내부적으론 인구 구조의 급속한 고령화, 외부적으론 정치 논리가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곱슬머리들은 샴푸 후 머리를 잘 말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머리가 삐친다. 어떤 날은 차분하게 모양이 잘 잡히는데 어떤 날은 영 아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샴푸로, 같은 드라이기로 하는데도 그렇다. 왜 그럴까 오랫동안 의아했는데 어느 날 이런 생각에 닿았다. ‘생명이라서, 살아 있어…
세계 최초의 과학 학술지로 알려진 것은 1665년 시작된 영국왕립학회의 ‘철학회보’다. 그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주로 책을 통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책은 수년간 연구가 축적된 후에야 출판되므로 연구 내용을 공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연구 내용의 전달 범위 또한 제한적이…
한국에서 연말이 되면 교수신문이 그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듯이 일본에서는 한 민간기업이 그해의 유행어를 발표한다. 작년에는 ‘무라카미사마’가 대상에 선정됐다. 일본 야구 역사를 새롭게 쓴 젊은 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를 사람들이 찬사와 애정의 표시로 ‘무라카미사마(무라카미님)’로 부르…
새해는 ‘나이 들기’에 관해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하는 해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 하고 물으면 막 서른이 되었지만 조금 있으면 스물아홉이 됩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으니까. 마치 역주행하는 롤러코스터를 단체로 올라탄 것처럼 우리는 한 살 더 먹었다가 한 살, 최대 두 살 거꾸로 …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나섰다. 노조와 파업에 원칙 대응하며 지지율도 상승세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50년 만의 인플레이션 덕분인지 폭주하던 포퓰리즘에 제동이 걸렸다. 우울한 시기에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 득표율 차이는 0.73%포인트, 표로 환산하면 약 27만 표 차이였다. 많은 선거 전문가들이 이 차이의 원인 중 하나로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인 20대 남성 유권자의 이탈을 꼽았다. 지난 대선에서 20대 남성 투표자 수가 대략 230만 명 정…
우리 책방에선 거의 매일 저녁 뭔가가 벌어진다. 낮엔 한산했다가도 저녁이 되면 마치 호떡집에 불난 듯 책방 이곳저곳이 수런거리고 직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손님들도 한 분 두 분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지만 아무래도 책방에서 제일 많이 하는 …
2022년이 열흘 남짓 남았다. 연구자들에게는 한 해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고 내년의 연구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이다. 연구 성과는 주로 어떤 저널에 몇 편의 논문을 발표했는지에 의해 평가된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는 소위 ‘NSC(Nature, Science, Cell)’와 같은 우수 …
2020년 초 한국에 와서 경기도의 아파트 가격이 도쿄 신주쿠의 아파트 가격보다 조금 높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당이나 평촌이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그 주변 지역의 시세가 그랬다. 신주쿠는 도쿄 23구 중 집값이 평균 이상으로 높은 곳이다. 그 이전부터 한국에서 버블이 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