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는 실제 미국에서 벌어졌던 사기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스물다섯의 한 여성이 거액의 신탁자금이 있는 독일 상속녀로 자신을 소개하며 사기를 친 사건이다. 그 거짓말에 값비싼 호텔들이 숙박비를 뜯겼고, 사교계 거물급들과 월가의…
LG에너지솔루션(엔솔) 상장이 화제가 됐다. LG화학이 잘나가는 배터리 사업부를 자회사로 ‘물적 분할’한 후 상장을 시켜 단숨에 시가총액 2위의 공룡 기업을 만들었는데, 이 때문에 모회사 주가가 폭락하며 기존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산 게 그 이유다. 모회사 시가총액이 자회사 지분 가치의…
필자는 작년 3월 대선을 1년 앞두고 “대선 본격화 이전에 여론조사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2021년 3월 21일자 동아광장).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정치적 양극단화가 극에 달하고 ‘정권 교체론’이 비등하여 여론 지형에 대한 인식이 후보들의 단일화 의지와 유…
예전에 본 어느 라디오 광고에 이런 게 있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여기 잡초가 있어요.”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한다. “OO야, 세상에 잡초라는 이름의 풀은 없어.” 그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분명 다른 풀과는 다른 고유한 풀일 텐데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니 …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오며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후보들의 공약이 발표되고 있다.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기술패권 시대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과학기술은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과학기술 분야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는 메…
문재인 정권 마지막 검찰 인사가 대통령 임기 3개월을 남겨두고 단행됐다. 검찰과의 악연이 유별났고, 검찰개혁은 시대적 사명이라며 검찰개혁을 입에 달고 살았던 정권이었다. 이 정권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이 유례없이 무리하고 과격하게 행사된 것도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었다. 마지막 검찰 인사 …
2007년 6월 14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The Facts”라는 의견 광고가 실렸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역사사실위원회’라는 일본의 우익단체가 낸 광고였다. 미 하원에 상정돼 있는 ‘위안부에 대한 사죄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채택되는 …
몇 년 전에 도우미를 고용한 적이 있다. 어머니 식사를 살피고 집 안을 청소하는 게 주 일과였는데 어느 날 그분이 일하는 걸 보게 됐다. 청소를 마친 직후인데 마룻바닥 여기저기에 얼룩이 그대로였다. 잠시 고민하다 알은 체를 했다. “얼룩이 안 지워졌네요.”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36개 공기업과 95개 준정부기관은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거나 근로자 대표 추천을 받은 1인을 이사회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노동이사제가 경영 투명성을 제고해 보다 좋은 경영 성과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반면…
필자는 2017년 12월 33개 공공기관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 설문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 초기였다. 이 조사에서 60%의 응답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잘하고 있다”고 답하며 33개 기관 중 3번째로 높게 평가했다. 참고로 33개 기…
1월 5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CES)가 열렸다. CES는 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 중 하나로, 첨단기술의 동향과 기업들의 미래 계획을 파악할 수 있는 장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예전의 절반 규모로 축소됐으…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통신의 비밀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이자, 개인 간의 소통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누군가 사생활을 엿보고, 사적 대화나 통신을 엿듣는다고 생각해 보자. 행복의 최소 요건인 개인의 사적 영…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 경제학자이다 보니 한국에 오면 일본 경제와 비교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최근에는 한국의 1인당 소득이 일본보다 높다는데 사실인가 묻는 사람이 많다. 좋으면서도 정말 사실일까 의구심을 갖는데, 사실이다. 경제학자들은 국가 간 1인당 소득을 비교할 때 구매력을 …
이제 작년이 된 2021년의 12월, 미나리 한 단을 선물받았다. 작은 책자를 보내면서 누군가 상자에 함께 담아준 미나리였다. 푸르고 얇고 하늘하늘한 잎들, 만져만 봐도 상상되는 아삭거리는 식감. 잘못 사면 억세고 질겨 미나리의 참맛을 즐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 싱싱한 미나…
2021년 한 해가 우울하게 저물고 있다. 진화하는 괴(怪)바이러스와 최첨단 백신의 혈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눈 빠지게 기다리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는 45일 만에 조기 아웃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때문에 경제 전망도 어둡다. 정부는 임기 끝까지 헤매고 있고,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