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기관은 여론조사 업체들이다. 앞서고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밴드왜건(Bandwagon)’이나 뒤지는 후보를 지지하는 ‘언더도그(underdog)’ 효과 같은 실체가 불분명한 현상들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국 정치에서는 상대 진영에 …
엊그제 직장인을 대상으로 커리어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후배와 송년 점심을 했다. 다른 이의 커리어 고민에 해법을 찾아주는 게 그녀의 일인데 요즘은 자신이 고민 시즌에 돌입했다고 했다. 뭔가를 계속 만들고는 있는데 새로운 거라고는 없이 과거를 우려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거다.…
2021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직의 인사고과 평가도 끝났을 것이고,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도 통지됐다. 지금은 아마 우리가 1년 중 가장 많은 성공을, 그리고 실패를 겪고 있는 시점일 것이다. 사실 성공 못지않은 실패의 가치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실패는 배…
체포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됐다. 피의자 조사 없이 이번엔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같은 피의자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또 기각됐다. 같은 사람에 대해 보름 동안 연거푸 3회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모두 기각된 것이다. 법관은 범죄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
여러 해 전 이른 아침에 아버지와 함께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조카가 서울의 큰 병원에서 작은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아버지는 수술 전에 손주를 꼭 보고 싶어 했다. 노인을 모시고 지하철을 타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고집이 센 분이었고 나는 대개 그랬듯이 아버지 고집을 이기지…
윤성희 작가의 ‘날마다 만우절’에는 인생의 방학을 맞이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아니고 어른들 얘기다. 다니던 사학재단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직을 한 병자 씨는 마지막 퇴근길에 자기 자신을 위한 꽃다발을 사고 가족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돌림자가 든 이름을 버리고 개…
기후변화 시대를 돌파하려면 경제성, 안정성, 친환경성 3박자를 겸비한 전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류가 풀어야만 하는 난제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전력대란은 시민들의 불편과 부담을 최소화하며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날씨에 관한…
이번 대선에서 20대 유권자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전과 달리 20대가 30, 40대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올 1월 이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지지율 조사 전수를 취…
어제 아버지의 사십구재를 치렀다. 생을 다한 다음의 묫자리가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그래도 유골을 모신 자리가 해도 잘 들고 경관이 좋으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아버지는 여름의 끝자락에 응급실로 실려 가셨다. 배가 많이 아파서였는데 CT를 찍으니 담석이었다. 구십을 넘긴 고령이라 전신 …
지난주 ‘여성과학기술인 정책, 차기 정부에 묻다’라는 주제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가 개최됐다. 여성 과학기술인의 한 명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말씀드리고자 참여했는데 지난 수년간 성평등을 …
검찰총장이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8개월 전까지 윤석열 후보는 현 정권의 검찰총장이었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거치지도 않았다. 검찰 수장이 단기간에 가장 정치적인 위치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또 그래야 하는 조직이다. 더욱이 윤 총장은 …
11월 들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의 50%를 차지한 유럽이 다시 코로나19 팬데믹 진원지가 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13일부터 코로나 재유행으로 서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부분 봉쇄를 다시 실시했다. 술집과 레스토랑은 오후 8시 이후 영업을 금지하기로 했으며 향후 3주…
다우치 지즈코는 1912년 10월 31일 일본 고치현 고치시에서 태어났다. 조선총독부 목포부청 하급관리로 부임하는 아버지를 따라 1919년 목포로 이주했다. 목포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목포정명여학교에서 음악교사로 근무하던 중, 여학교 시절 은사의 소개로 공생원이라는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오랫동안 기르던 반려견이 떠난 뒤 엄마와 자주 어디를 다니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는 부산을 함께 갔다. 부산행은 엄마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십 대의 엄마가 꿈을 위해 나가본 대도시였고 아이들을 낳고 길렀지만 결국 생계를 위해 떠났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향과 자기 가족을 떠난 사…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20년 2월 워싱턴을 방문하고 20개월 만에 미국 출장 기회가 생겼다. 항상 만석이던 비행기 좌석이 대부분 비었고, 북적이던 미국 공항 입국장은 너무도 한산해서 택시 예약 시간보다 훨씬 빨리 수속을 마치고 나왔다. 호텔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