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2년 미국 중서부에 있는 한 대학의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인구 20만 명 규모 소도시는 중서부의 대학도시가 으레 그렇듯 조용하고 지루한 곳이었다. 미국치고는 큰 사건사고가 별로 없는 곳이었지만 그 작은 도시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과 상대적으로 위험한 곳, 백인이 많은 지역…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우리의 미래에 가장 심각한 도전이다. 연 40만 명이 넘던 출생 건수는 2020년 30만 명 선이 무너진 27만5815명을 기록하며 사망자보다 출생자 수가 낮은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처음 발생했다. 인구 감소의 이유와 파국에 대한 우려는 모든 …
작년에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봉준호 감독은 연출을 하고 각본을 공동으로 집필했지만 촬영을 하거나 편집을 하지는 않았다. 음악이나 미술을 맡지도 않았고 연기는 더더욱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생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봉준호 감독이다.…
지난해 역사상 처음으로 주민등록인구가 2만 명 감소했다. 그동안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추세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995년 이후 초(超)저출산율(1.3명 이하)을 25년째 유지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세계 최저인 0.8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재 세계에서 …
자산시장에서 돈 버는 비법을 한마디로 요약해 보라고 하면,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블래시(BLASH·Buy Low And Sell High)’, 즉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정답이다. 이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면 사실 사고파는 시점의 선후는 중요하지 않다. 비싸게 팔아 싸게 사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2021년 정부 예산이 의결·확정되었다. 총수입 482조6000억 원에 총지출이 558조 원이므로 75조4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예정이다. 당연히 정부 부채도 늘어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24년 60% 정도까지 높…
새해가 밝았다. 암울했던 2020년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눈과 귀가 편한 소식으로 가득하길 기원한다. 새해 초부터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을 보면 올해도 쉽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특히 여권에서 나온 사회 갈등 완화와 국민 통합을 위한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의 사…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의 시 중에 ‘선운사에서’가 있다. 그중 한 구절을 옮겨 적는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연인과 헤어진 후의 감상인가 싶지만 어디 사랑과 이별만 그럴…
지루하고 뻔한 논쟁이다.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등 기업 관련 3법 이야기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이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높이는 ‘특효약’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기업들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막대한 유무형의 추가 비용을 …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국가 주도의 다양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정부 조직과 공기업의 대규모 증원 등이다. 아파트 가격과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해 20여 차례 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다. 고용은…
한국어 문법은 현재와 미래를 정확히 구별한다. 비가 ‘온다’와 ‘오겠다’는 각각 다른 시점을 가리킨다. 영어 프랑스어 히브리어 등도 우리처럼 현재와 미래를 뚜렷이 구별한다. 그러나 미래 시제(時制)가 없는 언어들도 많다. 현재형을 쓰면서 ‘내일’ 비가 온다는 식으로 미래를 지칭하는 언…
거대 여당의 폭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정권 초만 해도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상당했지만 지금은 여당이 말하는 검찰개혁의 정체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발족시키는 것이 검찰개혁의 첫 단추인 것처럼 선전하지만, 애초에 약속했던 야당의 비토…
추미애와 윤석열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쯤 되니 집권세력이 꿈꿔온 세상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적폐청산은 자신도 적폐로 흑화해야 가능한 것이었는지. 검찰개혁의 핵심인 정치적 독립은 자신의 치부에는 눈 감을 때만 적절한 것이었는지. 주택정책은 설득과 동의 없이 왜 항상 전격적이어야만…
내가 일했던 광고회사는 한 해에만 수백 편의 광고 캠페인을 만들었다. 한국 넘버원 회사에,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지만 우리가 만드는 모든 캠페인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 띄고 사랑 받는 건 아니었다. 어느 회사나 시장을 흔드는 괜찮은 캠페인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니 성공 …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국민의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선출한다. 국민들은 선출된 공직자들이 전체 국민을 위해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들은 자기의 당선을 최우선으로 활동한다. 득표에 도움이 되면 전체 국민에게 손해가 되는 포퓰리즘 정책도 추진한다. 금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