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영역에서 시간이라는 것은 완벽하게 정의할 수 없는 어떤 것,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학설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불과 3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시간 약속이란 개념도 없었다. 대충 해의 위치를 헤아려 점심때쯤, 동이 틀 때쯤 만남을 기…
지금까지 이런 해는 없었다. 올해 영화산업의 결과를 놓고 영화비평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다. 관람 누적관객 1000만 명 이상 동원한 영화가 무려 5편이다. 1919년 한국 최초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의리적 구토’가 만들어진 이후 한국 영화사 100년을 맞이한 해에 이룬 쾌거라 뜻깊다…
며칠 전 한 대학교수와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내가 질문했다. 사회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알려는 노력이 한창인데 혹시 요즘 학생들도 예전 선배들과 차이가 많이 나는가 하고. 그의 답은 이랬다. 대학에 들어오기까지 혹독한 준비를 한 세대인 만큼 자질은 매우 우수하다. 하지만 뭔가를 …
한동안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규제 완화와 작은 정부가 세계적 흐름이었는데 최근 양극화가 심화되고 금융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큰 정부 주장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한국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정 지출이 확대되면서 일자리 예산과 복지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초연금, 청년수당 등 …
서울 집값은 거품인가. 금융위기들을 돌이켜보면 시장이 집값에 내재된 위험을 과소평가했던 사례가 부지기수다. 집값이 위험신호를 보낼 때 사람들은 그것을 새 시대가 열리는 신호라고 착각하곤 한다.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자산가격이 경제의 기초 여건과 괴리되는 현상을 ‘케첩 …
소위 ‘민식이법’이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 단속 카메라와 보행자용 신호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바꿔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를 중형에 처하도록 했다. 스쿨존의 어린이 보호를 강화…
“소선(小善)은 대악(大惡)이 될 수 있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할 수 있다.” 일본인 기업가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가 한 말이다. 1932년생인 그는 27세에 교세라를, 56세에 KDDI를 창업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0년에는 일본항공(JAL)의 재생을 …
10일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를 점검하다가 숨진 김용균 씨의 1주기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원·하청 구조를 통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공분을 자아냈지만 변한 것은 없다. 사실 한국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처음 이루어진 것은 3D(Dirty, Dangerous, D…
나는 여러 종류의 일을 하며 “그것을 잘한다”는 말이 구체적으로는 어떤 것을 말하는지 살펴보길 좋아한다. 예컨대 잘나가는 작곡가는 단지 좋은 멜로디를 쓰고 편곡을 잘한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녹음실에서 가수와 섬세하게 소통해 최고치를 이끌어낼 줄 아는 것. 가수의 장단점을 잘 파악…
시간강사를 전전하다가 4대 보험이 되는 정규직으로 들어간 은행연구소에서 필자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경제와 금융시장을 전망하는 일이었다. 특히 연말이 되면 이 전망에 기초해 영업계획을 짜는지라 실로 부담이 컸다. 이후 직장을 옮기면서도 전망 작업은 이어져 국가예산 설계를 위한 경제전…
나도 ‘동백이’ 이야기를 해야겠다. 오랜만에 시청률 20%를 넘기며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야기다. 뒤늦게 후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보기 시작했는데 한 번 보자 도저히 다음 회를 보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 결국 꼬박 이틀을 바쳐 다 보고야 말았다. 드라…
저출산 고령화와 국가부채 급증의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로 2050년경에는 국가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최근 추계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현재 14%에서 2050년에는 40%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총인구는 2029년부터 감소할…
최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곳간에 작물을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며 재정 확대를 주장해 화제가 됐다. 논평이 잇따랐다. 돈이 작물처럼 썩느냐는 지적도 있고, 적자재정으로 나랏빚을 늘리면 후손에게 부담이 된다는 우려도 있다. 우선 돈도 작물처럼 썩을 수 있을까. 화폐…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울긋불긋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낙엽이 거센 비바람에 떨어져 보도 위를 뒹굴고 있다. 갑작스레 싸늘해진 대기가 벌써 겨울이 왔다고 외치는 것 같다. 지난주에 사무실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만든 2020년 휴대용 수첩이 배달되었다. 어느덧 올해가 저물고 연말이 왔다는 …
2017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공개 방송에서 일본 경제에 대해 강연하고 청중과 토론하는 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일본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주로 논의하다 보니 일본 경제의 강점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오간 것 같다. 한 청중이 손을 들고, 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것은 없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