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옷차림을 통해 한 사람에 관한 많은 정보를 유추한다. 누군가의 취향을 드러내는 가장 직관적 요소여서다. 운동화를 즐겨 신는 사람은 구두를 신는 사람에 비해 실용성과 편안함을 중시하고, 컬러풀한 옷을 즐겨 입는 사람은 무채색을 선호하는 사람에 비해 활달하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
미국 유학 시절 탔던 비행기 옆자리의 중년 신사와 나눴던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미니 당근 전문가라고 본인을 소개한 신사는 가장 맛있는 미니 당근을 가장 싸게 사서 미국 전역의 슈퍼마켓에 파는 자신의 직업이 자국 소비자 후생에 기여한다는 사실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나는 사이비 축구 팬이다. 우리가 잘하고 있을 때만 반짝 응원한다. 이런 내게도 이강인이란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남자 축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가는 동안 1골 4도움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그는 아직 어리지…
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다. 저출산 문제는 그동안 많이 거론돼 왔지만 대다수 국민은 특별히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급속한 저출산 추세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미래 국가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준이다. 2018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아이 수)은 0.98…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늘린다고 하면 나라 살림이 부실해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반면 정부가 세금을 걷은 만큼 쓰면 건전 재정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다음 두 방식을 비교해 보자. 첫째는 지금 쌀을 세금으로 내고 노후에 쌀을 수당으로 받는 방식이다. 둘째는 쌀을 주고 …
지난해 11월 19일 일본에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방불케 하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세계적 자동차 기업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카를로스 곤 회장이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된 것.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와 수사관들은 활주로 부근에 잠복했다가 전용기가 착륙하는 즉시 기내로 들어가 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이 지나면서 경제, 정치, 외교, 통일, 사회통합 성과에 대한 평가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제 침체, 소득 격차 심화, 고용지표 부진, 대북 관계 교착, 여의도 정치 실종 등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국갤럽이 5월에 발표한 집권 2년에 대한 국민 인식에서…
요즘은 별로 볼 수 없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암행어사가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특히 명절만 되면 춘향전의 여러 버전이 방영되었는데,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이몽룡의 어사출두였다. 고난받는 민초를 위해 홀연히 나타난 암행어사는 모든 악을 완전히 제거하고 민초의 눈물을 닦아준다. 비슷…
최근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가 논란이 됐다. 논란의 시작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차이를 4.4%포인트(언론은 ‘1.6%포인트 차이’로 보도했으나 리얼미터 측은 ‘주간 평균은 4.4%포인트 차이였다’는 입장)로 추정한 리얼미터의 5월 2주 차 결과였다. 같은 주 한국갤…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 가수 공일오비(015B)의 ‘텅 빈 거리에서’ 가사에서 우리는 이 노래가 발매된 때가 공중전화가 있던, 20원으로 한 통의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시절임을 알 수 있다. 1990년도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대중가…
초록이 물드는 아름다운 계절이라 실내에만 있기는 너무 아깝기도 했지만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이런저런 모임과 행사들에 묻혀 지내다 보니 5월도 벌써 하순에 접어들었다. 모임에서 만난 가족, 친지, 친구, 제자들, 만나는 사람마다 어깨가 처져 있고 유난히 경제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문…
10여 년 전 어느 봄날 나는 시나이산을 오르고 있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그 산 말이다. 꼭대기에서 일출을 볼 요량이었으므로 깜깜한 새벽에 길을 나섰다. 산은 꽤 가파르고 험해서 조심조심 발을 딛는데 여기저기서 어색한 발음의 ‘빨리빨리’ 소리가 들렸다. 이집트 낙타 몰이꾼들의…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재건축 건설현장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근로자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근로자의 출입을 막으면서 양 근로자 간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 각지의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건설회사에 자기 소속…
과감한 재정지출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늘고 있다. 인구 고령화 때문에 앞으로 재정지출이 급속히 늘 것이니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부터 재정건전성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무엇이 옳은가. 바나나를 생산하는 경제를 예로 들어보자. 고령화 때문에 20년 …
지난달 말 대한민국 국회에서 고속도로, 즉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이 열리고 기관차가 출발했다. 3개의 짐이 그 안에 실렸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하나하나가 폭발성이 강한 사안이라 대한민국 전체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