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일본의 한 병원에서 인상 깊은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음식을 남긴 손님에게 눈살을 찌푸리는 식당 종업원이 그려진 그림 위에 ‘음식 남기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나도 어린 시절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았는데, 아마 일본에도 같…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논란 끝에 임기를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이 재판관에 대한 검증은 이 재판관과 가족의 주식 거래를 둘러싼 의혹에 집중됐다. 이마저도 진보 진영에서는 문제의 핵심인 이해 충돌 가능성은 외면한 채 ‘자본주의에서 주식 투자가 왜 문제냐’ ‘부동산 투기보다는 낫지 않으냐’는…
국회에서 벌어지는 선거법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정당 간 전투와 비교하면 한가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우리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인구위기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실 선거법 개정도 인구구조의 변화에 맞춰 한 표의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한 노력이다. 인구학자들…
퇴근길 막히는 도로에서 앞차 뒤창에 붙여놓은 ‘나도 내가 무서워요’라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보고 빵 터졌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이 한마디가 운전 초보일 때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집으로 오는 내내 남을 배려하는 운전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북송시대의 선승인 종고 대사가 한 말이라는 ‘촌철…
문학은 체험하지 못한 시대를 세밀하게 간접 경험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일례로 소설 ‘향수’의 도입부를 읽는다면, 1700년대 유럽의 퀴퀴한 거리를 거닌 듯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은 문학을 통해 글자만으로 상상 속에서 오감으로 체험해온 감각을 총동원해 온 시대를 여행할 수 …
경제 양극화 개선은 현재 한국의 최대 현안 중 하나다. 과거 개발연대에는 경제 성장과 함께 소득 분배도 개선됐으나 최근에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니계수는 1992년 0.254에서 2015년에는 0.305로 악화됐다. 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
요즘 대학의 경제학 강의실에 들어가 보면 여학생 비율이 절반이다. 전국 대학 신입생 중 여학생 비율은 몇 년 전부터 50%다. 학점이나 취업률 등 질적 측면에서도 여학생의 성취는 남학생과 동등하다. 그러나 이들이 사회생활을 10년 정도 하고 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20대 후반에 …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인연을 맺게 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길 가다 옷깃 한 번 스치는 데 500겁(劫),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려면 1000겁, 하루 동안 같은 길을 동행하는 데 2000겁, 하룻밤 한 집에서 자는 데 3000겁에 걸친 전생의 인연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1겁이…
일본에는 도쿄(東京)도, 홋카이도(北海道), 교토(京都)부, 오사카(大阪)부와 43개의 현(縣)으로 이루어진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그중에서 건강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이 가장 긴 곳은 어디일까. 건강수명은 의료나 요양에 의존하지 않고 일상적이고 지…
내일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선거의 계절이 재개된다. 지난 총선 당시 여론조사가 야기한 혼란을 기억할 것이다. 내년 총선 전에 관련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총선 직후 당시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됐던 674개 여론조사를 분석해 여론조사가 부정확했던 원인을 살펴봤…
누군가 내게 한국의 정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진영논리’라 답할 것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과 이념에 대한 맹신과 다른 조직을 향한 무조건적 배척을 의미하는 진영논리는 정치적 냉소를 심화하는 주범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정치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처절…
아기가 운다. 탑승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불편하다. 보호자에게 매달려 서럽게 우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불편한 것이 아니다. 아기가 탑승한 것을 발견한 순간부터 흘끔거린 사람들이 불편하다. 아기가 큰 소리를 딱 내자마자, 애가 있으니 저럴 줄 알았다는 듯이 ‘큼큼’ 괜히 목청 가다…
지난해 정부는 예상보다 많은 25조4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었다. 결과적으로 긴축정책을 쓴 셈이다. 경제가 불안한 지금, 예기치 못한 긴축재정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추경을 검토해야 한다. 미세먼지 핑계를 댈 필요도 없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재난적 출산율(0.98…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부처마다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던 과거사 규명 특별기구의 활동이 대부분 종료되었다. 반면 법무부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소위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등 현재 떠들썩한 사건들을 모두 조사하고 있다. 대통령의 철저한 조사 지시가 있은 뒤로는 …
베트남 하노이 북미(北美) 정상회담의 결렬이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강경파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했다고 주장 할 것이다. 온건파는 그 반대를 내세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쪽에서는 보여주기식 회담이 성과를 내기에는 미국 대통령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