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예언자가 되는 때가 있다’라는 문장을 종종 떠올린다. 김영하 작가가 2009년에 펴낸 에세이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에서 읽은 문장인데 다시 확인해 보니 원문은 나의 기억과 조금 달랐다. ‘우리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자기 운…
내 아버지는 생의 마지막 2년을 거의 밖에 나가지 못했다. 몸이 점점 굳어갔기 때문이다. 몇 개월에 한 번 병원에 가는 것도 힘들었다. 어느 날 아버지 방에 들어갔더니 책상 위에 전단지가 있었다. 공산당에 나라가 넘어가게 생겼다는 문구를 보니 태극기 부대의 전단지 같았다. 그게 왜 거…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한 남자아이가 탔다. 십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어수선하게 자리를 옮겨 다니더니 버스 기사에게 갔고 뭐라 말하며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장난이라 생각했는지 기사는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다. 혹시 길을 잃은 게 아닌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건 그때부…
정당 지지율, 총선이 다가오면서 모두가 관심을 갖는 질문이다. 상식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정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조사 방식은 물론 업체별로 너무나 다른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며칠 전 건강검진을 하고 결과를 통보받았다. 건강 상태에 대한 ‘성적표’를 받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혈액 검사 결과부터 복부 초음파, 경동맥, 위내시경, 골밀도 등 많은 지표들의 의미를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아 들었다. 작년과 비교해 좋아진 것도 있지만 중요한 수치 몇몇은 꽤 나빠…
10월 발표된 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독일에 이어 세계 4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언론은 주요 뉴스로 보도했지만, 요란을 떨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나 시민들 반응도 무덤덤한 느낌이다. 오히려 2030년이면 인도에 추월…
지난달 개최된 서울동물영화제 개막작은 우크라이나 영화감독 스타니슬라프 카프랄로프의 다큐멘터리 ‘니카를 찾아서’였다. 피란길에 잃어버린 반려견 니카를 찾기 위해 키이우로 돌아간 감독의 실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여전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는 적군과 아군, 원주민과 이방인들이 적대적…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변화를 강조했다. “농담도 못 하냐”며 한발 물러서긴 했으나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도 했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말 그래 보인다. 2020…
모든 것이 바쁘게 왔다 가는 우리 사회는 지난 것들을 빨리 잊는다. 불과 한 달여 전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감동과 흥분도 벌써 저만치 뒤로 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수영 중계를 보며 훤칠한 청년들의 뛰어난 실력과 승리에 흥분했고 막바지엔 탁구와 배드민턴 등에 열광했었다. 그…
미국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일본에 도입한 것은 ‘이토요카도’라는 슈퍼 체인을 운영하던 회사였다. 1973년 미국 운영사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했고, 1974년 도쿄에 1호점을 냈다.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1991년에는 모회사인 이토요카도와 공동으로 아예 미국 운영사의 지분을 취득해…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는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이 쓴 편지 모음집이다. 수신자는 캐나다 총리였고 마텔은 격주 간격으로 책 추천과 함께 역사, 문학, 철학을 아우르는 장쾌한 편지를 보냈다. 바쁜 총리를 위해 세심하게 책도 직접 사서 동봉했다. 그렇다면 답장은 받았을까…
선거를 앞둔 명절 때 언론 보도의 단골 메뉴는 단연 ‘밥상머리 민심’이다.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앉아 자연스럽게 정치 얘기를 하게 되고 이것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예외 없이 밥상머리 민심이 관심사였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많은 여론조사…
1923년 9월 1일에 일어난 간토대지진은 10만 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갔다. 지진에 놀란 사람들이 도쿄의 한 공원으로 피신했는데, 인근 마을에서 발생한 화재가 격렬한 돌풍처럼 공원을 덮쳤다. 불길이 피난민들의 가재도구와 마차에 옮겨붙으며 가축과 사람까지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그 자리…
삶의 목표가 자연사라고 한 적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지금처럼 부정할 수 없는 어른이 될 때까지 그것은 아주 절박한 목표였다. 나는 가족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는, 자살 생존자(Suicide Survivors)이기 때문이다. 자살 생존자는 자살을 시도했다 살아남은 사람이 아니…
‘언론 피해자.’ 10여 년 전만 해도 낯선 단어였으나 이제는 누구나 친숙하다. 억울한 사람들을 대변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해 내는 기관으로 인식된다. 정치인, 정부 각료 등 공인뿐 아니라 연예인이나 사회적 명망가, 일반인까지 피해자층도 다양하다. 기업들은 기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