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 연주된 음악 중에는 여왕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곡이 있다. 작곡가 랠프 본 윌리엄스(1872∼1958)가 여왕의 대관식을 위해 작곡한 찬송가 ‘오 주께서 얼마나 자비로우신지 보고 맛보라’다. 1953년 6월 2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
3년 전 필자는 미국의 금융위기 원인과 그것이 몰고 올 파장을 다룬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란 책을 발간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 필자가 특히 주목했던 것은 세계에서 가장 중산층이 두껍다고 간주되던 미국에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그동안 미국 하면 떠올랐던 ‘…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일은 정말 어렵다. 우리는 일제가 한 세기 전, 주안과 동래에서 처음 생산했던 대만식 천일염을 전통소금이라고 착각한다. 진흙으로 만든 소금가마에서 끓여낸 자염(煮鹽)이 우리의 진짜 전통소금이라는 역사적 진실은 까맣게 잊혀졌다. 교육 현장에서의 역사인식도…
이웃의 고통을 함께 아파할 수 있는 공감능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신(神)의 성품’ 중 하나일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는 2001년 9·11사태 직후인 9월 14∼16일 성인 560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한 결과 사고 발생 지역인 맨해튼을 중심으로 재난지역에서 …
요즘 나도 모르게 잠든 아이들 방에 들어가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는 세 딸을 토닥거리면서 한참을 울고 나올 때도 있다. 세월호 사고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엄청난 생채기를 남겼다.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할지 막막할 뿐인 절망감이 …
#1. 먼지가 자욱한 지하실에서 고사리 같은 손들이 바쁘게 카펫을 짠다. 손은 성한 곳이 없다. 이제 겨우 10대 초반인 소년 소녀들은 학교가 아닌 카펫 공장의 지하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인도에 살고 있는 이 아이들은 부모가 진 빚을 갚기 위해 혹독한 노동에 시달린다. #…
얼마 전 친구 아들 민상이가 군대에 갔다. 민상 엄마와는 20년 전 영국에서 처음 만나 지금껏 친구로 지낸다. 당시 민상이는 두 살이었다. 그 꼬마가 어느새 입대할 나이의 청년이 되다니. 세월이 아득히 느껴졌다. 유난히 곰살궂은 아들이라 친구는 예전부터 아들이 군대 갈 때도 따라가 부…
겨울이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인왕산 둘레길을 걸을 때면 자꾸 발밑을 보게 된다. 인왕산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꽃이 제비꽃이기 때문이다. 제비꽃이 무리지어 피었던 곳을 더듬으며 여기저기 들여다보지만, 쑥 냉이 돌나물만 보일 뿐이다. 여러 번 그러길 반복하다 제풀에 지…
지난해 말에 아내가 ‘떡국 떡’이란 것을 마트에서 사 왔다. 가지런히 썬 가래떡을 두고 요사이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단다. 심지어 아예 상표명에도 ‘떡국 떡’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떡국의 떡을 두고 ‘떡국 떡’이란 이상한 이름이 붙었을까. 한 웹사이트가 운영하는 뉴…
어머니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진단받은 지 7년이 돼 간다. 누구나 그러하듯 처음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제는 담담해졌다. 그러면서 주변 친구들이 가족 중에 누군가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전화해 오면 “축하할 일”이라고까지 안심시켜 주기에 이르렀다. 내 말에 놀라는 그들에게 나는…
2014년은 갑오(甲午)년이다. 갑(甲)은 명리학에서 갑목(甲木)을 뜻한다. 갑목은 초목의 씨가 땅속에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발아해 껍데기를 쓰고 땅 밖으로 나오는 모양으로 새로운 일이 시작되는 개벽을 의미한다. 꼭 120년 전인 1894년 갑오년에 갑오개혁,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이…
불문학계 원로이자 문학평론가인 김화영 씨는 책방 나들이를 아이가 사탕가게에 가는 일에 빗대어 말한다. 알록달록한 사탕들을 보는 순간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인터넷 서점 대신 굳이 서점을 찾는 이유도 이 책 저 책 들춰 보면서 생각하지도 못한 책을 발견해…
대학에서 전임교수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어느 은퇴하시는 교수님의 정년퇴임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주인공이 몹시 섭섭하고 허탈해 하시는 것 같아서 ‘축하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 정년퇴임하시는 선생님들께 드릴 적절한 인사말이 늘 고민스러웠다. 그런데 …
올해 대관령의 여름은 두 개의 음악제가 주는 감동으로 가득 찼다. 10회를 맞은 대관령 국제음악제(GMMFS)는 정명화 정경화 자매가 강효 전 예술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오로라(Northern lights)의 노래’라는 주제로 차원 높은 감동을 선사했다. 첼로의 거장 다비드 …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터쇼를 가보면 자동차의 미래를 알 수 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가보면 전자제품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미래 콘셉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