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 사이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보인다. 깊은 산중 골짜기에 자리 잡은 초가에서 홀로 책 읽던 선비가 문득 인기척을 느낀 듯 창밖 동자(童子)에게 고개를 돌린다. “이상하구나. 동자야 이게 무슨 소리냐?” 마당에 선 동자가 손으로 허공을 가리키며 선비에게 답…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다. 골목마다 들어선 트렌디한 카페와 레스토랑은 과거 동네 공장이 가득했던 후락한 성수동의 이미지를 뒤바꿨다. 이곳 힙스터들의 성지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창업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사회혁신가들의 도전이다.…
2·4공급대책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고를 받으며 “(국토교통부) 신임 장관 후보자가 구상하고 있는 공급 방안을 기획재정부도 함께 충분히 협의하는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당시 대…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돌풍’으로 온통 시끌벅적할 때다. “4·7 재·보선 참패에 이어 혁신과 쇄신마저 야당에 밀리게 생겼다”는 당 안팎의 우려와 달리 개인적으로 만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은 여유가 넘쳤다. “어차피 여름만 지나면 ‘이준석 할아버지’가 와도 …
“어떻게 그동안 너를 잃지 않고 자랄 수 있었니!” 영화 ‘블랙 위도우’에서 성인이 된 나타샤(스칼릿 조핸슨)와 재회한 과학자 멜리나(레이철 바이스)는 놀라워하며 나직하게 탄식한다. 오래전 이들이 위장 가족으로 살 때 멜리나는 나타샤의 엄마 역할을 했다. 소녀들의 뇌를 조종하고 살인 …
2, 3년 전만 해도 “‘노오력’을 하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였다. 청년층이 겪고 있는 실업난과 자산 격차의 원인을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노력 부족’에서 찾는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핀잔하는 말투를 비꼬아 ‘노력’을 ‘노오력’으로 바꾼 표현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
쓰레기 청소부의 작업복은 형광색이다. 깜깜한 새벽에 거리에서 일하려니 ‘보호색’ 유니폼을 입는다. 낮에 집 앞에 쓰레기가 내놓여 있으면 미관을 해치고, 사람들 틈으로 청소차가 지나면 악취와 소음 민원이 많아진다고 한다. 청소부들은 청소차 뒤편 작은 발판 위에 발을 딛고 도로를 누빈다.…
아프리카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 ‘최영함’과 해군특수전여단(UDT/SEAL)은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며 세계 최강 군대로 이름을 날렸다.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펼쳐 8명의 해적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한…
“총리님이 아까 답변하는 과정에서 바로잡을 내용이 있다고 하시는데….” 15일 국회 제2회의장. 박홍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발언 기회를 주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곧바로 발언대에 올랐다. 앞선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장관 인선에 대한 …
지난해 7월 집권 후반기 역점 사업으로 ‘한국판 뉴딜’을 꺼내들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1년 만에 ‘2.0 버전’을 내놨다. 2025년까지 220조 원을 들여 일자리 250만 개를 만드는 게 큰 틀이다. 1.0 버전보다 사업비는 60조 원, 일자리 목표는 60만 개가 늘었다. 정부가 주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이랑 똑같이 될 것 같다. 정권 바뀔 때까지 1심 선고도 안 될 수 있다.” 최근 만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의 A 검사는 원 전 원장의 이름을 꺼냈다. 2012년 대선을 앞둔 국정원의 댓글 사건으…
10년 묵은 ‘밤 12시 통금’이 드디어 풀릴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파장이 제법 크다. ‘강제적 셧다운제’(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를 이제는 진짜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MS가 자사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한국에서는 만 19세 이상만 이…
15년 전 프랑스를 대표하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온라인 판매 전략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배타성과 희소성이 핵심인 럭셔리와 대중성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은 상극이다. 온라인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시대를 …
3, 4년 전 일본에서 ‘아라포 크라이시스’라는 신조어가 회자됐다.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당시 40세 전후의 ‘아라포(어라운드 포티)’ 세대들이 경제 사회적으로 처한 곤궁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들의 위기는 1990, 2000년대 일본 경제 버블 붕괴에…
야구는 던지고, 치고, 달리는 종목이다. 하나라도 특출하면 프로가 될 수 있다. 잘 던지면 투수, 잘 치고 달린다면 야수를 하면 된다. 그런데 두 가지를 동시에 잘하기는 어렵다.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다. 죽기 살기로 한쪽에만 집중해도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가 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