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총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난관에 직면했다. 희생자들은 불길에 휩싸인 공장 건물 2층에 몰려 있었다.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외벽이 무너져 내부 진입이 불가능했다. 수색은 2시간 41분간 중단됐다. 리튬을 먹고…
18일 오전 10시 51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 여당의 상임위 보이콧 속 야당 단독으로 열린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및 방송…
‘사랑하는 아들 롤랑에게. 아빠는 너처럼 어린 한국의 아이들이 길에서, 흙에서, 눈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단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프랑스의 랄프 몽클라르 장군(1892∼1964)이 1950년 12월 23일 당시 생후 11개월의 어린 아들에게 보낸 편지다. “…
“대한민국의 변화가 세계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고, 국가 이미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대통령실이 23일 내놓은 ‘대통령실 국민제안 개설 2년, 국민의 목소리를 민생정책으로’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올해 2월 별칭 김건희법으로 불리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
얼마 전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몇몇 대기업들이 지급하기 시작한 출산장려금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그런 뉴스에 오히려 박탈감을 느낄 뿐 아니라 ‘중소기업은 어쩔 수 없다’며 떠나려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9일 정부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언론은 오보를 내면 ‘바로잡습니다’ 같은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 초년 기자 시절 사람 이름을 잘못 써 ‘바로잡습니다’를 냈을 때 종일 얼굴을 들지 못했다. 지금도 이름과 숫자 등은 절대 틀리지 않도록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사도 판결문을 잘못 쓰면 경정(更正·수정) …
지난해 서울의료원의 적자는 379억 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227억 원이 투입됐음에도 적자였다. 부산의료원도 적자 178억 원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지급했던 손실보상금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진료 실적이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원인이…
“같이 어울려야 하는 관계인데 어울리기 부담스러운 상황, 그래도 결국 어울리려 할 것이다.”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정부 관계자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한 얘기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러 관계를 지켜보는 중국의 고민과 속내를 이렇게 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
‘기술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심사위원단이 평가했기 때문에.’ ‘피겨 여왕’ 김연아가 2014 소치 겨울올림픽 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은메달에 그친 이유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당시 금메달을 딴 개최국 러시아 대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보다 김연아가 정말로 기술 완성도가 떨어졌는지는…
“현실에서 도망치려 한 적도 있죠. 그런데 불가능하단 걸 아시잖아요?”(라얀 하루다·26) 한국에선 요즘 청년들을 MZ세대라 묶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분명 Z세대는 또 다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 출생을 일컫는 그들은 지금 딱 20대쯤 된다. Z세대 눈엔 30대에…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서 주목받은 신조어는 ‘젠새니티’다.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젠(Jen)’과 ‘광기(insanity)’를 합친 말로 대만에서 광기에 가까운 그의 인기를 의미한다. 인공지능(AI) 열풍에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한때 애플을 제치…
‘이재명은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1년 대선 후보 때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2014년 경기 성남시장 시절 ‘성남은 합니다’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사이다 추진력’을 집중 부각한 거다. 그는 171석 원내 1당 대표가 돼서도 계속 ‘하고 있다’. 국…
가끔 금요일에 쉴 때면 어린이집이 끝나는 오후 4시에 두 딸을 데리러 간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다음 목적지는 놀이터다. 40년 넘은 우리 아파트의 낡은 놀이터가 아니라 길 건너 신축 아파트의 새 놀이터다. 우레탄이 깔려 있고 큰 미끄럼틀이 있고 연못에 우렁이도 산다. 그 아파트는 단…
아침에는 한강을 내려다보며 호텔식 조식을 먹는다. 오후에는 지하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저녁에는 해외 업체가 디자인한 건물 주변의 산책로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들이 그리는 입주민의 삶이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의 진짜 모습은 이런 고급스러운 삶과는 거리가 멀어…
“바닥 밑 지하실로 내려왔는데 발아래 검은 구덩이가 또 보인다.” 재선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무기력한 당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과 원 구성 협상이 본격화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이 18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독식하면 반드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