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맘때였다. 프로야구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미국)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떠난 뒤 염경엽 당시 SK 단장(52)이 새 감독으로 임명됐다. 적지 않은 야구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능력을 의심해서라기보다 타이밍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넥센(현 키움) …
2004년 7월 15일 삼성전자 경영진이 충남 아산시로 총출동했다. 소니와의 합작회사 S-LCD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전자가 발행 주식 50%+1주를, 소니가 50%―1주를 각각 가졌다.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대표는 삼성전자 측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공동대…
지난주 일요일 아침 기자들은 고속도로에서, 단풍이 물든 산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출근했다. 고 이 회장이 쓰러진 2014년 이후 틈틈이 기사를 준비했지만 막상 닥치니 취재할 일이 산더미였다. 장례기간 내내 고인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 통화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년간 보유한 경기 의왕시 아파트를 팔기 위해 꺼내든 해결책은 세입자 위로금이었다.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이 있는 홍 부총리는 2주택자 꼬리표를 떼려고 8월 초 의왕 아파트를 9억2000만 원에 파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가 돌연 2…
올가을 전세시장은 지난여름의 매매시장을 방불케 한다.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뛰어 아파트 단지별로 전셋값 신고가(新高價)가 속출한다. 돈이 모자라 매매시장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은 이제 전세금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나마 전세 매물이 있으면 다행…
“아직도 한국의 내 카운터파트(대화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올해 1월 일본의 국가안보회의(NSC)인 국가안전보장국 주요 보직에 임명된 한 인사가 한 달 뒤인 2월 주변에 한 말이다. 최근 만난 한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전해준 얘기다. 일본이 지난해 7월 한국에 …
“오늘도 대출금을 떠올리며 외식하고 싶은 거 참고, 짜장면 시켜 먹고 싶은 거 참고 짜파게티 끓여 먹고, 가을에 어울릴 만한 립스틱 하나 집어 들고 한참 고민하다 ‘에이 마스크 쓰는데 이 돈으로 대출이나 한 푼 더 갚지’ 하며 결국은 내려놓는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직장인들이 매달 받는 급여 명세서를 보면 미리 덜어낸 돈 내역이 나온다. 소득세 등과 함께 국민연금·건강·고용·노인장기요양보험료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5대 사회보험 중 4개다.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회사)가 절반씩 낸다. 나머지 하나인 산업재해보상보험료는 명세서 공제 내역에 없…
“미국에서 기대할 게 이제 더는 없는 것 같아요…. 한국에 가고 싶어요.” 햇살 좋은 워싱턴의 가을날, 오랜만에 식사를 함께 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한인 1.5세대인 30대 여성 A 씨는 미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 이름 있는 정책연구소에 다니고 있었다. 늘 넘치는 …
17일 오후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 15구에 있는 한 병원을 방문했다. 올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계절성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이 걱정돼서다. 진료실에 들어가는 순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의사부터 눈에 띄었다. 이 의사는 밀폐…
“3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했어요.” “카페 하면 돈 벌 줄 알았는데 적자만 내고 폐업합니다.” 요즘 온라인에서는 퇴사나 폐업당한 사연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일명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가 인기다. 해고통지서를 받은 직장인들은 10분 남짓한 영상에서 사표 내기, 짐 싸…
만년 하위 팀 야구팬들이 ‘가을잔치’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심정이 이럴까. 매년 가을 노벨상 발표를 지켜보는 기분이 딱 그렇다. ‘남의 잔치’다. 올해는 좀 달랐다.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우수 연구자를 선정, 발표하는 학술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
“이봐. 나 조(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야.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내 당선을 위해 12달러만 도와줘. 너무 대놓고 얘기해서 미안해.” “나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대통령의 장남)야. 지금 우리 아버지의 웅장한 연설 듣고 있지? 기부자 명단에 널 올리고 싶은데….” …
우리나라 서해안이 주 서식지인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2500∼3000마리만 남아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전 세계 조류보호단체가 힘을 합쳐 저어새 보호 및 관리에 나서고 있다. 저어새는 추운 겨울에는 대만까지 약 4000km를 날아 월동한다. 이렇게 겨울에 대만으로 날아온 저어새를 관찰하고…
1993년 말 치러진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이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온건개혁 노선을 표방하고 나선 ‘21세기 진보학생연합’ 후보 강병원 군(23)이 민중민주(PD) 계열 후보를 837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선거 결과를 알린 1993년 11월 28일자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