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꼼짝없이 당했다.” 2018년 5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주총회 일주일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날, 이 회사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지 한 달 만이었다. 이 관…
“저는 오래가야 합니다.” ‘실세 차관’으로 불리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취임 뒤 외교부 간부들과 만나 한 얘기라고 한다. 그는 남북관계의 독자노선을 중시하는 ‘자주파’로 불려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이던 그가 차관에 임명됐을 때 외교부는 출렁였다. 청와대가…
“부동산 감독기구에 (검찰의) 기소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국민 주거권을 침해하는 세력에 감독 기능을 철저히 행사해야 합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라는 토론회에서 부동산 감독 권한 강화 방안이 쏟아졌다. 내년 초 부동산거래분석원 …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오고 열흘쯤 지난 1월 말. 한 지방자치단체가 채용공고를 냈다. 1명을 뽑는데 연봉 ‘6100만 원(하한액)’, 근무 기간은 2년이었다. 업무 실적에 따라 계약 기간을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지원자는 없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처음으로 원격수업을 선보였다. 20명 가까운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이라니. 수업에 대한 기대를 접고 몇 번 해본 뒤 영 아니다 싶으면 그때 다시 고민하자는 생각으로 일단 시작했다. 학원은 본격적인 수업…
10년 넘게 서울 도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김모 씨(50)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올해 제대로 영업을 한 날이 석 달도 채 되지 않는다. 올 3월 터진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이후 유흥업소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이 여러 번 내려지면서 가게 문을 어쩔 수 없이 …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작 ‘격노(Rage)’의 공식 출간을 앞두고 ‘공포(Fear)’를 다시 읽었다. 2년 전 그가 내놨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책이다. 책에 담긴 한국 관련 내용들은 다시 봐도 우리가 격노할 만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프롤로그부터 등장하는 트럼프…
“다 팔렸습니다. 좀 일찍 오지 그랬어요?” 지난주 프랑스 파리 시내를 이동할 때마다 신문 가판대부터 찾았다. 2일 발간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사기 위해서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2015년 1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총격 테…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다. 강제징용 문제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어 있었기에 양국 정상이 만나 대화를 나눌지가 언론의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만남은 개막 환영식 때 8초간 악수를 나눈 게 다였다…
허리를 비틀고 골반을 쭉 빼며 조금이라도 작아 보이려 안간힘을 쓴다. 키가 줄었다는 측정 결과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한다. 2018년 한국프로농구(KBL)에서 외국인 선수의 키가 2m를 넘으면 뛸 수 없다는 신장 제한 규정을 만들자 벌어진 진풍경이었다. 해외 언론은 ‘한국에선 키가 …
“…시인은/어느 누구에게도 영혼 팔지 말고/권리 못지않게 의무 행하며/생명의 존엄/도도하게 노래하라 해야 한다”(‘시인1’) “…세상에는 결론이 없다/우주 그 어디에도 결론은 없다/결론은 삼라만상의 끝을 의미하고/만물은 상극의 긴장 속에서 존재한다…”(‘모순’) 우리말로 또박또…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강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에 대해서만 ‘기업인 입국절차 간소화(신속통로)’ 제도를 도입한 점, 삼성과 SK가 각각 중국 시안(西安)과 옌청(鹽城)에 전세기를…
4·15총선이 끝난 뒤 여권엔 ‘열린우리당 전철을 밟지 말자’는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말씀과 행동에 더욱 신중을 기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그 고삐가 확 풀렸다. 부동산 문제,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부터다. 지난달 만난…
키움 프로야구단은 지난달 덕수고 투수 장재영(18)을 1차 지명했다. 하지만 거꾸로 장재영이 키움을 선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장재영은 올해 고교 최대어로 평가받는 선수다. 듬직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가 일품이다. 고1 때부터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졌다. 올해는 최…
얼마 전 뉴욕 센트럴파크를 걷던 중이었다. 공원 한복판에서 청년들이 갑자기 말을 걸어오길래 ‘누가 호객 행위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자 예기치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렬로 서 있던 청년들이 각자 앞에 오는 ‘손님’에게 즉석 공연을 무료로 한 토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