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캄캄했다. 아들 유치원이 지난주 온라인 수업 시범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엄마 손이 많이 간다고 들어서 부랴부랴 근무를 조정하느라 진땀을 뺐다. 스케줄 조정이란 허들을 뛰어넘으니 자책감과 울화가 뒤섞인 인내심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여섯 살짜리가 컴퓨터 앞에서 …
텅텅 비어가는 마트의 생필품 진열대에서 미국의 코로나는 시작됐다. 올해 봄 나는 미국에 머물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정부의 물자 관리를 믿지 않았다. 코로나가 퍼질수록 마트 계산대 앞 카트 행렬이 길어졌다. 방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여부에 따라 갈렸다. 민주당 주지사들이 “…
“엄마 아빠 신혼 때는 6개월마다 이사 다녔다고?” 최근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국토교통부가 제작한 ‘90년대생은 모르는 그때 그 시절’이라는 웹툰이다. 이삿짐 싸기 힘들다고 불평하는 자녀에게 부모는 ‘라떼는 말이지…’라며 말문을 뗀다. 신혼 시절에는 멀쩡한 집을 두고 6개월마…
“홍콩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 겁니까?” 미중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한창 대립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답답했는지 먼저 참모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에게 어떤 상황인지, 한국이 어떤 원칙과 입장을 취해야 할지 제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 같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섭게 확산되면서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폭풍 칭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이 1위로 전망될 정도로 경제부총리가 경제사령탑으로서 총체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부동산 정책 실패로 홍 부총리 등 경제정책 라인에 대한 책임…
정말로 이상한 전당대회이긴 했다. 대형 행사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도, 박수도, 청중이 뿜어내는 후끈한 열기도 없었다. 화려한 색깔의 풍선이나 플래카드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때로 다큐멘터리, TV 인터뷰 아니면 유튜브 강연을 연상케 하는 프로그램과 생중계 연설이 뒤섞인 2시간짜리…
“뭐 이렇게 ‘하지 마라’, ‘안 된다’가 많아?” 모니터를 보던 기자 뒤에서 아이가 한 말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새 학년을 맞아 자녀가 다니는 학교 교장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개학 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안전 프로토콜’을 시행한다는 내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한 적 있다. 응답자의 54%가 생활방역 5대 수칙 중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게 아프면 3, 4일 쉬는 거라고 했다. 거리 두기나 30초 손 씻기, 하루 두 번 환기를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
미국에서도 원격 브리핑, 화상 포럼이 대세다. 공간의 제약이 없다 보니 비록 노트북 화면을 통해서이지만 거물급 인사를 의외로 자주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온라인 강연을 들었다. 빌 클린턴 정부 차관·장관을 거쳐 하버드대 총장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까지 지낸…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스타벅스의 사은품 행사는 이번에도 뜨거웠다. 스타벅스는 올여름 단골고객을 위한 사은품으로 조그만 여행가방인 레디백과 캠핑의자를 제공했다. 17잔 마셔야 받을 수 있는데 이걸 충족하려면 대략 6만 원이 넘는다.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사은품을 매트, 타월 등으로 …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직접 체험하면 놀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엔 중국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그랬다. 국제사회에서 중국 정부의 이중성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질감은 차원이 달랐다. 미국이 중국의 15초짜리 동영상 애플…
정세균, 정동영, 김효석, 유선호 전 의원의 공통점은? 2012년 19대 총선 때 호남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에서 출마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중진 의원들이다. 기득권 포기, 말이 쉽지 십수 년을 닦아온 지역구를 떠난다는 건 성(城)을 버리고 광야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지막 날까지 그는 ‘국민타자’다웠다. 2017년 10월 3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종전. 삼성 이승엽(44)은 1회말 첫 타석에서 넥센(현 키움) 한현희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대형 홈런을 때렸다. 타구는 무려 150.4m를 날아갔다. 그해 KBO리그에서 나온 모든 홈런을…
일본 집권 자민당의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81) 간사장은 2008년 4월 한국의 18대 총선 직후 고향 와카야마의 한 매체에 한국 정치인에 관한 글을 실었다. “나는 밤늦게까지 한국 선거 결과를 기다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친구의 당선을 고대했다.” 이 친구가 바로 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