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2분기(4∼6월) 주요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을 지나며 문득 이 유명한 문장이 떠올랐다. 프랑스 혁명 격동기를 묘사한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속 첫 문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
근래 나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나는 노예인가? 나의 인식 수준은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가? 나는 내 집 마련이 삶의 안정성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의 주택시장을 볼 때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가 월세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회초년생 박모 씨(26)는 입사 2년 차인데 신용카드가 없다.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것보다는 아예 카드를 긁지 않고 돈을 아끼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친구들과 만나 지출이 생기면 며칠은 돈을 안 쓴다. 한 달 용돈 30만 원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스트레스도 재테크로 푼다…
“지금 한 자리씩 띄어 앉으신 거죠? 낯설지만 그래도 익숙해져야겠죠?”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일 열린 한 콘서트에서 반짝이는 은빛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 옥주현이 말했다. 관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띄어 앉은 풍경은 관객은 물론이고 그에게도 새로운 모습이었나 보다. …
최근 겪은 불쾌한 경험은 모두 전동킥보드로 인한 거였다. 인도에서 걷고 있는데 전동킥보드가 맞은편에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게 아닌가. 짧은 순간이지만 혹시나 킥보드가 넘어지거나 해서 나를 덮치지는 않을까 위협을 느꼈다. 인도, 차도, 자전거도로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질주하는 전동킥…
간만에 가슴 설렜다. 갑갑한 뺄셈식 과거 논쟁이 아니라 덧셈식 미래 비전을 보여준 것 같아서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한국형 뉴딜’ 얘기다. 스케일부터 남다르다. 국비만 114조 원, 지방비와 민간 투자를 포함하면 160조 원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의 22조 원 ‘녹색성장’(4대강 …
주독미군의 3분의 1을 감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결정이 발표되는 과정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은 물론 당사국인 독일도 모른 채 언론 보도로 내용이 알려진 시작부터 그랬거니와 지난달 29일 공식 발표 과정에서 내놓은 실무부처와 트럼프 대통령의 …
순직한 아빠 대신 상을 받는 자리에서 일곱 살 윤성이는 내내 의연했다. 빳빳한 제복 차림의 어른들 틈에서 아빠 이름이 적힌 상패를 가슴 한가득 안고 고개를 빠끔히 내밀어 기념촬영도 했다. 시상식 팸플릿에 윤성이 아빠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다가 차량에 치여 순직한…
주말에 가족과 함께 프랑스 남부 보르도 지역을 찾았다. 와인 농장을 견학하기 위해서였다. 방문한 곳은 레드와인 명산지인 메도크, 생테밀리옹 지역을 지나 보르도에서 남동쪽으로 40km 떨어진 소테른이다. 소테른은 다른 보르도 지역과 달리 단맛이 강한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하다. 보통…
한 달 전 뉴욕에 부임한 첫날 나를 맞아준 것은 맨해튼 브루클린 다리를 지나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대였다. 이들을 따라가 보니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뉴욕시청 앞에 캠프를 차려놓고 점거 농성을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시위를 계속할 건지 묻자…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최근 1년간 회사 연수차 미국에 머물면서도 은행 갈 일이 거의 없었다. 체이스은행 계좌를 처음 개설할 때와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 딱 2번 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 나머지 업무는 스마트폰 앱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해결했다. 3월 중순부터 체이스은행이 신종 …
요즘 중국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라들과 다투고 있는 것일까.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갈등을 빚고 있는 국가가 최소 15개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싸우고 있다. 정치·경제 분야에서 상호 물리적 영향까지 주고받은 나라는 적어도 4개다. 총영사관 폐쇄라는 사상 초유의 갈등으…
“당명은 민주당이 괜찮은데 저쪽이 가져가 버려서….” 지난달 9일 미래통합당이 당명 개정 계획을 공식 발표한 직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불쑥 던진 말이다.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진 못했다. 정치적 무게가 실린 발언이 아니라 김 위원장 특유의 시니컬한 위트쯤으로 여…
대망의 우승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마운드에는 고교 최고의 왼손 투수 김진욱(18)이 서 있었다. 하지만 강릉고의 사상 첫 전국대회 우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진욱이 9회초 마지막 상대 타자에게 공 2개를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갔기 때문이다. 결과는 김해고의 4-3 대역전승.…
재일교포 3세 여성인 A 씨가 일본 오사카에 있는 부동산 회사 후지주택에 입사한 것은 2002년 2월이었다. 일이 재미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고 생각했다. 1974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점차 규모가 커졌고 2003년 12월 도쿄증시에 상장됐다. 사원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