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폭격기의 행동반경에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는 이전부터 이런 사태를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에 필요한 대비가 돼 있다. 적은 틀림없이 육해공군 연합작전으로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미국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쓴 저서 ‘국화와 칼’에 나오는 대목이다. 일…
햇볕은 따뜻했지만 찬 바람은 여전했다. 이곳은 서울 양천구 선별진료소 천막 대기실. 책을 들고 있었지만 한 시간째 계속 같은 페이지에 머물렀다. 그때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간호사가 진료실로 들어오라며 내 이름을 불렀다. “기침 증상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론조사 결과를 믿어도 될까?” 요즘 여야 의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체감하는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은 바닥인데 각종 조사에서 나타나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민주당 지지율 39%, 미래통합당 22%. 다른 조사에서도…
마스크와 아파트는 지금이 가장 싸다고 했던가. 마스크 가격은 사정없이 올라갔고 마스크를 게릴라로 판다는 쇼핑몰은 오픈 즉시 품절. 아기가 있는 데다 병원을 오가는 부모님도 계셔서 당장 쓸 마스크가 필요했다. 마스크 요일제로 구할까 했지만 업무시간 약국 방문은 힘들 듯했다. 주말에 인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밝았다. “올해 2월에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입학한 지 무려 15년 만이네요. 하하.”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난 후 다시 일어선 정재엽 씨(46)였다. 얼마 전 소식을 전해온 그에게서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2013년 …
“재택근무를 할 때 회사에 출근해서 하는 일 정도로만 하면 상사들이 일을 덜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일하는 모습을 못 보고 결과물만 보잖아요.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할 때보다 성과가 신경 쓰여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30대 차장 김모 씨) “재택근무 시작하기 전에는 제대로 일이…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약국마다 혼란은 여전했다. 마스크 공급 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보니 마스크를 사기까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구매 요일을 착각하거나, 품절 안내를 보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그 정책적 효과는 차차 검증되겠지만 마스크 대란이 쉽게 진정될 것 같진 않다…
3층 높이의 거대한 전면 통유리 앞에 푸른 포토맥강이 펼쳐지는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로드 리조트는 대형 컨벤션 행사들이 열리는 고급 호텔이다. 지난달 말 이곳에 굵은 빨간색 목줄 출입증을 맨 사람들이 몰려왔다. 미국 보수단체들의 최대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하기 위해…
같은 대한민국 하늘 아래 올해 중학생이 되는 두 아이가 있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겠지만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로 둘은 전혀 다른 3주를 보내게 됐다. A의 학교에서 온 연락은 문자메시지 단 두 건. 하나는 ‘외출 시 마스크를 끼고, PC방에 가지 말라’는 것…
‘404. 보려는 페이지는 존재하지 않거나 삭제됐습니다.’ 중국 매체 차이신(財新) 홈페이지에서 단독 기사 ‘코로나19 유전자 배열 추적, 경보는 언제 울렸나?’라는 기사를 검색하면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 ‘404’는 검열 등으로 삭제됐을 때 뜨는 숫자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제부처 고위 공직자였던 A 씨는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얘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위기 대처 이론을 소개했다. 첫째, 위기에 처음 맞닥뜨렸을 때는 가급적 신속하고 강도 높게 대응한다. 둘째, 나중에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절대 방심하지 말고 출구…
급박한 하루였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잠정 중단을 통보한 것은 오전 9시 반경. 그날 오후 7시 우리 인력들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전원 철수까지 10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시 북한의 일방 통보에 직원들은 급히 짐을 싸고, 사무실 집기 등에…
“우리는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으니…. 그게 더 힘듭니다. 민주주의가 퇴보했습니다.” 2018년 11월 유류세 반대로 시작돼 현재까지도 파리 시내에서 계속되고 있는 노란조끼 시위 현장에서 만난 프랑스 청년들이 한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
퇴근길 버스 안에서 기사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버스에 비치된 무료 마스크를 가져가는 일부 승객 때문이었다. ‘공짜 마스크를 가져가는 게 뭐가 잘못이냐’는 승객과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왜 굳이 가져가느냐’는 버스기사가 실랑이를 벌여 버스 안은 순식간에 냉랭해졌다. 요즘 한국 사회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을 보고 있자면 예전 생각이 떠오른다.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했던 2007년 김광현의 앳된 모습이다. 당시 그는 고교를 갓 졸업한 SK의 신인 투수였다. 지금 그는 메이저리그의 ‘늦깎이 신인’이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