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내가 초등학생 아이의 학교로 상담을 갔다. 전화도 가능하지만 얼마 전 아이가 받아온 수학 평가 결과가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교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학원 안 다니세요? 학습지는요?” 사실 초등학교 때라도 학원 뺑뺑이를 돌리지 말자는 생…
“돈이죠.” A 씨는 수도권 지역구에서 내년도 총선 출마를 선언한 40대 정치 신인이다. 얼마 전 만난 그에게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1분도 머뭇거리지 않고 이같이 답했다. 영남 지역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30대 정치 신인 B 씨는 “…
인터넷 혁명을 촉발한 월드와이드웹(WWW·웹)이 탄생한 지 올해로 꼭 30년이 됐다. 컴퓨터 공학자 팀 버너스리는 1989년 곳곳의 컴퓨터에 흩어져 저장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일정한 표준(HTML)에 따라 연결하면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정보를 나누는 웹을 고안했다. 우리가 매일…
요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만나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지자체장이 너무 자잘한 사안까지 챙기려고 든다.” 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살핀다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 지자체장이 많다는 이야기다. 공무원이나 기업인 출신 단체장 정도만 ‘관성의 법칙’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일 것 …
2007년 한 부동산 개발회사(시행사) 사장은 노무현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분상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하자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동안 벌었던 돈을 직원들에게 퇴직금 조로 나눠주면서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몇 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걸로 버텨봐라. 분상제 적…
‘우리나라에 의사 수가 많다는 걸 의사 말고 누가 동의할까.’ 2월 설 연휴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밤샘 근무를 하다 순직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그가 생전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공급 과잉이라고 주장한 대한의사협회 홍보물을 띄우고는 …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20일(현지 시간) 상원 외교위 청문회장. 시작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 관련 질문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국무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의회와 충돌하고, 관계자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된 상황에서 국무부 2인자 후보…
사실 낡긴 낡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너절하다”고 했던 금강산 내 시설 얘기다.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취재를 위해 찾은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물들은 빛바래고 남루했다. 임시 식당으로 사용된 온정각 앞 나무 덱은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발이 빠질까 조심해야 했다. 작별 상봉장…
12일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 위치한 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회고록 출간을 기념하는 강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갑자기 학생 50여 명이 강연장에 들어와 회고록을 찢기 시작했다. “당신은 살인자”란 외침 속에 종잇조각이 강연장에 휘날렸고, 올랑드 전 대통령은…
“니들처럼 제멋대로인 애들은 처음 봤다. 축제 때 록카페나 다니는 놈들이라니.” 90년대 학번이 대학을 다닐 때 한국은 경제 고성장의 끝물이자 대중문화의 전성기였다. 이런 풍요로움은 집단보다 개인을, 국가나 사회보다 나 자신을 더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선배 세대인 586들이 …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세무사법 개정을 놓고 변호사와 세무사 업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변호사도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라는 헌법재판소의 권고 마감시한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무사들은 국회 앞에서 연일 1인 시위를 펼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
“솽스이(雙十一) 행사 때 이뤄진 모든 주문과 물류 데이터는 디지털화돼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됩니다.” 11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저장성 항저우시 본사에서 만난 리제링 기업사무 디렉터는 “이를 바탕으로 어떤 지역, 연령…
아직도 생생하다. 딱 10년 전인 2009년 11월 28일. 마침내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 정보기술(IT) 업계는 폭탄을 맞은 것 같았다. ‘아이폰 쇼크’란 말이 딱 맞았다. 기업은 자기반성에 나섰고, 언론은 세계 1등을 자랑했던 한국 휴대전화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며 기…
16세에 프로야구단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갔다. 하지만 야구장엔 들어가지도 못했다. “키가 너무 작다”는 것과 “나이를 속인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출생증명서를 들고 다음 날 다시 찾아갔다. 체구는 작아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휴스턴이 그에게 제시한 계약금은 1만5000달러(약 …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도 문희상 국회의장처럼 징용 배상문제 해결책 하나를 제안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위성방송인 BS후지에서 “한일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경제협력기금이라면 일본 기업이 돈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