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걸 제쳐놓고 어떻게 입시제도를 개선하나요?” 얼마 전 만난 한 사립대 A 교수가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대입제도 개선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수시와 정시의 비율 조정이 없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정시를 반드시 늘려야 한다는 것…
국정감사가 며칠 남았지만 총평을 미리 말해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최악의 흉작이다. 아무리 여야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에 올인했다고 해도, 적어도 입법부가 행정부의 불필요한 예산 집행이나 방만한 업무를 걸러내는 국정감사 본연의 역할을 생각하면 올해 국감은 최악이라는 것이다. …
모든 사람이 마이크를 쥐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시대다. 디지털 미디어 확산으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의견을 올리고 포털이나 언론사 사이트에 가서 댓글을 단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팔로어가 적으면 목소리가 묻힐 가능성이 크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댓글은 때에 따라서 사람들의 인…
주말이면 집에서 간단한 음식을 해먹을 때가 많다. 어머니가 물려준 식칼은 잘 썰리지 않았다. 유명 브랜드의 칼을 구입할까 고심하다가 온라인에서 불광대장간을 발견했다. 서울에 아직도 대장간이 있다니. 지하철 불광역에서 내려 5분 걸으니 ‘주택가 대장간’이 나온다. 80대, 50대 주인 …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서점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18일부터 2024년 10월까지 5년 동안 대형 서점들은 연간 1곳만 출점할 수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이전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사퇴했다. 그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67일 동안 대한민국은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가 허물어진 ‘조국 아노미’에서 허우적댔다. 그 와중에도 상식의 붕괴를 막으려고 했던 분투는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 충돌로 볼 수 있으며 직무 배제도 가능하…
대선을 거치면서 보수에서 진보 정권으로, 또는 반대의 경우로 바뀐 뒤 말이 180도 달라지는 공직자들을 보면서 어이없다고 느낀 일이 적지 않았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게 이런 것이냐며 혀를 차는 기자에게 친한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게 아니라 영혼이 여러 개 있어서 갈아 끼운…
갑자기 불이 켜졌다. 공연장으로 남성 직원들이 들어오더니 객석 뒤쪽을 향했다. 솔직히 이것도 공연의 일부인 줄 알았다. 연극이 워낙 전위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다리가 완전히 풀린 중년 백인 여성을 직원들이 양쪽에서 부축해 데리고 나간 후에야 공연이 아닌 실제 상황임을 깨달았다. 수년 …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기자는 북한 대표단이 입국한 3일부터 이들이 출국한 6일 오전까지 공항은 물론이고 스톡홀름 외곽에 위치한 북한대사관과 회담장, 미국 대표단이 머문 호텔을 오가며 이른바 ‘24시간 뻗치기’를 했다. 하지만 비핵화 해…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자주 쓴다. 경기 흐름이 실제 사람들이 마음먹은 대로 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 전망이 좋고 자신의 미래도 탄탄하다고 본다면 돈을 쓰는 데도 어느 정도는 너그러워질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나쁠 것으로 보이면 사람들은 지갑을 더 닫게 되고 이는 소…
“이렇게 좋은 걸 안 쓰면 바보죠.” 인천 연수구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 씨는 지역화폐인 ‘연수e음’ 예찬론자다. 한 달에 사용액 50만 원까지는 10%, 100만 원까지는 6%를 캐시백으로 돌려받는다. 월 한도가 없던 초기에 비하면 아쉽지만 여전히 다른 카드에 비해 혜택이 좋다…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오전 10시(현지 시간)부터 베이징 중심 톈안먼(天安門) 일대에서 시작된 1일. 기자를 비롯한 외신 기자들은 열병식 시작 5시간 반 전인 오전 4시 반경 1차 보안검사를 거친 뒤 베이징 서부 미디어센터에 모였다. 컴컴한 새벽, 교통통제로 텅 빈 도로를…
최근 만난 국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유통·소비재 가운데 어떤 업종과 품목이 잘되는지 보려면 ‘혼자 사는 30대 여성’의 의식주 소비를 살펴보라고 했다. 먼저 식(食). 이들은 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나 새벽배송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웬만하면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을 이용한다. 그 다…
1만5375번째 공이 그의 손을 떠났다. 빨랫줄처럼 날아가던 공은 홈 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가라앉았다. 타자 박세혁(두산)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하지만 공이 더 날카로웠다. 시속 141km의 투심 패스트볼로 잡아낸 헛스윙 삼진. 전성기 시절의 150km 강속구는 아니었다. 그렇…
15호 태풍 ‘파사이’가 도쿄와 지바를 강타했던 지난달 9일 새벽. 창문 너머 바람 소리가 너무도 강렬해 창문이 깨질까 봐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태풍은 특히 지바에 큰 생채기를 냈다. 약 1만8000가구의 집이 파손됐고, 64만1000가구는 정전에 시달렸다. 9월이라지만 30도를 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