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겠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그중에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등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에서 흔히 듣는 답변이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자주 등장한다. 답변하기 난처한 질문이면 후보자들은 어김없이 이같이 답한다. 법적·정치적 논란을 살짝 …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5만여 명인 A 씨. 해외 화장품 브랜드 초청으로 유럽 본사에 간다. 비행기 비즈니스석 탑승하는 사진부터 시작해 유럽 본사에서 제품 설명을 듣고 공장을 둘러보는 사진까지 실시간으로 올린다. 브랜드 역사뿐 아니라 제품 장점, 사용법까지 자세히 덧붙인다. 뿐만 아니다.…
“난 더 이상 앤디만의 장난감이 아니야.”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서며 인기몰이 중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4’에서 도자기 인형 보핍은 말한다.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다른 장난감들과 달리 선택받길 기다리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보핍은 확실히 눈에 띄는 캐릭터다. “장난감의 …
“직책이 팀장이고 직급이 차장이면 ‘김 팀장’으로, 실장이자 상무인 사람은 ‘김 상무’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고….” 미국에서 20여 년을 일하다 한국 기업에 온 A 부사장은 호칭이 어려웠다. 한국에선 직책과 직급 중 높은 것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다행히 …
“상산고 한 학년이 360명인데 재수생 포함해 275명이 의대로 간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발언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상산고가 입시교육만 한다는 근거로 의대 진학률을 들었는데 우선 사실이 아니다. 올해 상…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1일 차 TV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미 행정부의 전직 고위당국자와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물밑에서 출렁거리는 북-미 정상회담 재개 조짐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물어볼 참이었다. 그런데 웬걸, 이야기는 미국 대선으로 자꾸 흘러갔다. 엘리자베스 워런 …
한국에선 대선 때마다 김종필, 박찬종, 이인제, 안철수 등 제3지대 인물이 반짝 돌풍을 일으켰다. 연쇄적으로 당을 옮기는 철새 논란과 정계 개편도 흔했다. 기존 정당들은 새롭게 보이려 수시로 당명을 바꿨다. 그때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100년째 유지되고 있는 안정적인 유럽의 좌우 양…
사실 좀 얄밉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보니 이전과 인상이 달라졌다. 솔직해 보이기도 했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얘기다. 그는 일본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이자 한일 관계 등을 주무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핵심 외교 관료다. 그런…
얼마 전 일반 기업과 은행에 대한 규제 업무를 모두 해봤다는 관료를 만났다. 화제는 자연스레 두 집단의 차이가 무엇인지로 옮겨갔다. 결론을 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반 기업은 회사 이익이나 경영권에 조금이라도 해가 될 것 같으면 일단 끝까지 저항하는 데 반해, 금융회사…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피의자 조모 씨(30·구속)는 여성이 간발의 차로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가자 스마트폰 손전등을 켰다. 도어록에 묻은 지문을 보고 비밀번호를 알아내려 했다. 그날 새벽 여성은 현관문 너머의 낯선 남성이 비밀번호를 눌러대는 소리를 홀로 들었다. 23일 광주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정말 감동받은 듯했다. 20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에 이르는 27km 도로를 이동하는 내내 평양 시민 25만 명이 양옆 인도를 가득 채우고 ‘열렬히’ 환영했다. 평양 인구가 약 289만 명이니 시민 10명 중 1명(약 9%)이 나온…
퇴임 관료 A가 세금을 신고하려고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했다. 끙끙대며 겨우 신고서류를 채웠더니 재산세는 행정안전부에 내라는 안내가 떴다. 행안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어렵게 작업하고 나니 이번에는 건의사항을 쓰란다. 한마디 해야겠다 싶어 ‘내가 30년 넘게 공직생활 한 선배인데 이런 식이…
학벌이 중요한 대한민국에서 고졸이 대졸보다 우대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프로야구다. 실력 있는 고졸 선수들은 대개 프로에 직행한다. 신인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기량을 다듬을 필요가 있는 선수들은 대학에 간다. 그런데 최근에는 4년제보다 2년제 대학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KBO 규정…
“아빠, 내 뒷자리에 흑인 학생이 있어. 좀 시끄럽지만 재미있는 친구야.” 1월 일본 도쿄의 한 초등학교에 편입했던 4학년생 딸이 최근 이런 말을 했다. 일본 학생들이 낯선 한국 학생을 ‘왕따’ 시킬까 봐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른 외국인 학생이 더 있다는 말에 안도했다. 딸은 반 …
지난주 서울대가 2022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뽑는 정시의 비중을 30.3%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교육부가 ‘정부가 주는 재정지원사업 돈을 받고 싶으면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라’고 대학들에 요구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정시 확대와 함께 서울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