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매체의 글을 집중해 읽는다는 건 언제부터인가 사치재가 되어버렸다. 읽을 시간도 있어야 하고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 됐다. 스마트폰이나 PC 등 디지털 매체로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소비하면서 말이다. 인지학자들은 디지털 읽기가 확산되면서 인류의 읽기 패턴도 바뀔 수…
16일 전국 법원청사에 배달된 법률 전문지에 로펌의 변호사 영입 광고가 실렸다. 양복 차림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변호사의 명함판 얼굴 사진과 이름 아래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는 경력이 적혀 있었다. 하루 뒤인 17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광고의 김영식 변호사(52·사법연수원…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60대 A 씨는 매일 오전 5시 반이면 잠을 깨게 된다. 인근 건설현장의 확성기에서 새벽부터 터져 나오는 민중가요와 구호 때문이다. ‘우리 노조원을 우선 고용하라’는 건설노조의 시위가 벌써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A 씨는 “출근할 때도 현장을 피해 둘러가야…
올해 초 스웨덴 기업인 A사는 한국지사 폐쇄를 결정했다. A사는 초고압변압기 절연유, 타이어 원료유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런 제품들은 화학적 성상(性狀)이 맞는 원유가 따로 있어서 창업 이래 90년 동안 베네수엘라 원유를 써 왔다. 이 회사가 어려워진 건 베네수엘라 원유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관심사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예요. 북한은 후순위죠. 북한 문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무를 맡아요. 서로 같이 들여다보지만 역할 비중은 나뉘어 있다고 할까.” 이달 초 기자와 커피를 마시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볼턴 보좌관 이야기가…
“새로운 시대의 춤을 추는 사람이 나와야죠. 관객이 저를 지겨워할 것 같기도 하고요.” 김지영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41)는 농담처럼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그는 다음 달 22, 23일 열리는 ‘지젤’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1997년 최연소…
14일 오전 10시 프랑스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공화국 오토바이 경비대의 호위 속에 검은색 밴 두 대가 출발하자 수많은 시민은 박수를 치며 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밴 안에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인질을 구출하다 전사한 두 군인의 시신이 있었다. 10일 인질 구출 작전 도중 사…
수입과 지출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 나라의 경제발전 단계는 사람의 일생과 비슷한 면이 많다. 경제발전의 1단계는 자본과 기술이 모두 부족해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고 각종 재화도 수입하는 단계다. 사람으로 따지면 의식주와 학비 등 대부분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아동청소년기에 해당한다. 그…
“제가 112 신고했는데 별일 아니에요. 돌아가셔도 돼요.” 지난해 8월 한 사내가 집 문틈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 채 말했다. 전남 여수경찰서 최모 경위는 “친구가 술에 취해 때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참이었다. 흔한 주취폭행 신고였다. 어느새 문은 닫히고 있었다. 최 경위가…
“중국은 돕지 않는 게 돕는 것이다.” 북한 측 인사는 올해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인 상반기 북한을 방문한 대북 소식통에게 북핵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북한에 핵 포기를 설득하겠다며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자신들이 미국과의 담판을 유리하…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짐을 찾다 한 광고판에 눈길이 갔다. 중국 ‘광저우오토컴퍼니(GAC) 모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S8’을 알리는 거대한 광고판이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의 관문에 걸린 도전적인 GAC 모터 광고판을 보니 작년 10월 프랑스…
2014년 5월 8일 어버이날이었다. 프로야구 롯데 투수 심수창(38·현 LG)은 두산을 상대로 고작 2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홈런을 3개나 허용하며 무너졌다. 상심한 그는 경기 후 구단 사무실을 찾아갔다. “저, 야구 그만두겠습니다.” 이런 경우 대개 “왜 그러느냐”며 만류…
한바탕 축제를 치른 느낌이다. 1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와 함께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은 일본은 무척 떠들썩했다. 전달 27일부터 시작된 열흘 연휴 기간이어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기자는 레이와 열기를 취재하며 2010년 1월 일본 공영방송 NHK가 방송한 ‘료마전(傳)’이 떠…
어린이날 아침, 가족들과 외출 중에 폐지를 줍는 한 할아버지를 봤다. 어린이날 기대감을 종알종알 풀어내는 아이들 목소리를 들으며 할아버지를 바라보니 순간 먹먹한 마음이 들었다. 저 노인도 한때는 누군가에게 너무나 소중한 아이였을 텐데…. 폐지를 주우며 어린이날 아침을 보내는 자식의 노…
“오늘을 기점으로 총선 체제에 돌입하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4선 이상 중진과의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21대 총선 주요 공천 룰을 확정했다. 각 언론은 정치권이 총선 모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21대 총선은 내년 4월 15일 치러진다. 아직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