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마케터인 김모 씨(34)는 출근길 가장 먼저 e메일을 확인한다. 업무 연락을 위해서가 아니다. 뉴스레터로 최신 트렌드를 살피기 위해서다. 기존엔 소셜미디어나 포털을 먼저 봤지만 올 들어 패턴을 바꿨다. 현재 구독하는 뉴스레터는 20여 개에 이른다. 주제도 경영, 라이프스타일, …
3월 초 법조윤리협의회에서 연락이 왔다. ‘공직퇴임(전관) 변호사 등의 연도별 수임 내역 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8월부터 여러 차례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가 번번이 거절당한 바로 그 자료였다. 곧바로 윤리협의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 5층 사무…
올림픽대로를 타고 서울 잠실 쪽을 지나다 보면 아파트 꼭대기에 내걸린 붉은 바탕의 플래카드가 눈에 확 띈다. ‘박원순 (서울시장) 거짓말쟁이’ ‘청와대 눈치가 웬 말이냐’ 등의 내용도 살벌하다. 플래카드를 내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와대 사…
또 하나의 교육정책이 길을 잃고 산으로 간다. 대통령 공약인 ‘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 얘기다. 최근 전북 전주 상산고를 다녀왔다. 구호에 가까운 성긴 정책이 정치적인 동기로 추동됐을 때 어떤 참사가 일어나는지 그곳에서 봤다. 올해 전체 자사고의 절반이 넘는 24곳의 존폐가 …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11일 백악관 브리핑룸은 썰렁했다. 뒤편에서 장비를 손질하는 방송카메라 기자와 노트북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는 기자 몇 명만이 눈에 띄었다. ‘파리라도 날아들어 올 분위기군…’이라고 말할 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유모차를 미는 한 여성이 들어왔다. 출입증이 달린 목…
“가업을 힘들게 이끌어가고 있는 것보다는 단순히 부를 대물림한다는 식으로 가업 승계를 바라보는 인식이 안타깝습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가업 승계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흥진정밀 정태련 부회장의 말이다. 그의 아버지 정기복 창업주가 1974년 설립한 ㈜흥진정밀은…
바티칸 시스티나 대성당에 있는 거장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 ‘천지창조’와 ‘최후의 만찬’. ‘인류 최고의 회화’로 불리는 이 그림들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면 늘 일본이 떠오른다. 미켈란젤로가 걸작을 완성한 뒤 약 500년이 흘러 색이 바래고 손상되자 바티칸은 1981년 복원을 추진했…
“원격진료든 뭐든 우리도 하고야 싶지. 근데 된 적이 있냐고. 맨날 싸움질만 하고. 어차피 안 될 걸로 끙끙 앓느니 되는 거라도 먼저 해야지.” “또 그런 게 한 방에 되나. TF도 가동하고, 시범사업부터 해보고, 그러고 나서 ‘이런 게 있습니다’ 해야 하지 않겠어?” 취재를 …
열두 살 금모 양은 17일 새벽 “불이 야” 소리에 잠에서 깼다. 금 양은 아빠, 엄마, 할머니와 함께 아파트 4층 복도로 뛰어나왔다. 안인득의 집인 406호가 불타고 있었다. 아빠는 세 여성을 먼저 대피시키고 이웃들을 깨우러 위층으로 향했다. 금 양은 평소 소방교육을 받은 대로 엘리…
최근 만난 중국 측 인사들에게 “중국은 한 국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고 물었다. 지난달 말 중국 정부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이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하자마자 한국 정부가…
오래 알고 지낸 경찰한테 물어봤다. “마약범 잡기가 쉬워요?” “뭔 소리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형사과에서만 20년 넘게 일한 이 경찰은 “마약팀 형사들한테는 혹시라도 이런 거 물어보지 말라”고 했다. “돌 맞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이렇게 묻게 된 건 서…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판정 결과를 접한 것은 공식 발표보다 약 3시간 앞선 11일 오후 9시경이었다. 승소를 당연시하던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패소’ 소식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외무성은 승소를 전제로 미리 만들었던 ‘한국은 국제법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해 달…
한창때 오승환(37·콜로라도)과 임창용(43·은퇴)은 ‘반칙 투구’의 대가였다. 투수는 야구공을 던져야 한다. 그런데 오승환은 돌처럼 묵직한 ‘돌직구’를 던졌다. 임창용의 주무기는 뱀처럼 춤추듯 날아드는 ‘뱀직구’였다. 돌과 뱀을 상대해야 했던 타자들은 ‘반칙’이라고 느낄 만했다. …
이달 10일은 복잡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던 날이다. 안타까움과 경이로움, 부러움과 허탈함이 뒤섞여 밀려왔다. 이유는 그날 있었던 두 가지 일 때문이다. 먼저 이날은 규제에 성장을 억제당하고 있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현실을 보도한 날이었다. 요약하면, 수도권 인구 과밀을 막기 위해…
지난달 28일, 매일 열리는 현안점검회의지만 이날 청와대는 평소와 달리 더욱 긴박했다. 이날 오전 각 신문에 보도된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이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각 수석실 비서관, 선임행정관 등 핵심 인사들이 속속 회의실로 입장했다. 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