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의 관점에서 볼 때, 최호성(46)은 확실히 이단이다. 그의 스윙은 골프계가 600년 동안 고수해 온 스윙의 정석을 모조리 부정한다. 공을 치고 나서 오른쪽 다리를 들고, 그것도 모자라 한 바퀴 돌기도 한다. 허리도 뒤로 거의 90도 꺾는다. 교본에서 하지 말라는 건 다 한다. 골…
“공기가 나빠서 목이 아파. 파란 하늘을 본 기억이 거의 없어.” 지난달 3년 만에 한국에 들어간 한 지인에게 연락하니 이 말부터 했다. 실제 파리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들어간 이들은 한결같이 공기 얘기부터 먼저 꺼낸다. 파리에선 멀쩡했던 아이들이 한국에 가면 아토피에 시달리고 비…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 자칫 학부모들에게 ‘몰매’ 맞을 말이다. 인권과 안전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시대착오적 발언이기도 하다. ‘폭력을 미화하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인간의 생각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학창 시절, 기자가 다닌 학…
“왜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정보 없이 매번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데….” 지난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을 받은 미국 워싱턴의 한 한반도 전문가가 지인들에게 투덜대며 했다는 말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남북 경협을 적극 추진하며 워싱턴 싱크탱크 인사들을 상…
“국회의원 전원 이해충돌 조사하자.”(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자유한국당 이군현 노철래 의원 ‘재판 청탁’ 의혹도 밝혀야 한다.”(민주당 이해식 대변인) 민주당이 최근 터지는 각종 악재에 대처하는 방법은 ‘너희도 했잖아’ 프레임이다. 의혹이 터지면 일단 부인한다. 여론이 악…
지난해 1월 그날은 국립암센터 정규직 필기시험을 한 달쯤 앞둔 날이었다. 이 병원 방사선과 임시직 민수(가명·28)는 직속 상사인 A 씨(44·여)의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달 뒤 치르게 될 정규직 필기시험 문제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제야 민수는 A 씨가 출…
“하책(下策) 중 하책이 상한제, 그보다 더 하책은 쿼터제….” 몇 해 전 기획재정부를 취재하면서 한 관료에게 들은 얘기다. 정부의 서비스업 규제 개혁을 총괄 조정하는 업무를 하던 그는 다른 부처들이 말도 안 되는 규제 권한을 틀어쥔 채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를 …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제조업 혁신을 위해 중소기업에 세금을 투입해 스마트공장 3만 개를 설립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업체들은 요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홍종학 장관도 스마트공장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5000억 원을 집행…
최근의 고용 참사를 의식해서일까. 정태호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이 직접 나섰다. ‘현 정권의 어용지식인’을 자처해온 친여(親與) 인사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최근 출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하고 정책 홍보에 유튜브를 활용하라고 지시한 직후였다. 정 수석은 자신의 출…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월 20일 기자는 스위스 로잔 올림픽박물관에 있었다. 그 자리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일국 북한 체육상은 평창 겨울올림픽 북한 참가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발표했다. 국내 여론은 그리…
두 번째 특파원 부임 길은 험난했다. 가장 애를 먹은 게 집 구하기. 부임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도쿄 오사키역 근처 맨션을 찾았다. 일본에서 집을 구할 때는 보증회사 심사와 집주인 심사를 각각 거쳐야 하는데, 둘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노(NO)’라고 하면 계약할 수 없다.…
인터뷰를 마친 신재용, 유용 씨는 서둘러 커피숍을 빠져나갔다. 어둠 속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급히 방송국으로 향했다. 남매는 14일 이른 아침부터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끼니도 거른 채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공론화) 기회가 찾아왔을 때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게 …
“아니, 그래도 명색이 정부가 실시하는 설문조사 아닙니까. 그런데 ‘빽’도 안 되더라고요. ‘빽’도.” 지난해 여름쯤이다. 과학계 인사로부터 갑자기 “‘빽’도 안 됐다”고 외치는 전화가 걸려왔다. 들어보니 당시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교육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던 …
#1.지난해 하반기 어느 날 두만강을 사이에 둔 북-중 접경 지역 다리. 북한 쪽에서 트럭 몇 대가 넘어왔다. 화물 덮개 사이로 광물이 포착됐다. 북한 광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을 …
“장관은 사실 큰 의미 없어.” 2017년 가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정치권 출신 A 씨가 ○○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그는 장관과도 막역했다. 사석에서 만난 그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관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