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심장 수술을 기다린 지 1년이 지났다. 수술 날짜는 아직도 기약이 없다. 해외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해 주겠다는 브로커를 떠올렸다.’ 이런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게 된 건 동아일보가 10일 대한소아심장학회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를 읽으면서다. 이 보고서는 2035년 소아·청…
올 4월 대전에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승아 양의 오빠 송승준 씨는 장례를 치른 뒤 거의 매일 국회 홈페이지를 찾고 있다. 동생이 떠난 뒤 정치권에서 우후죽순으로 내놓은 법안들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음주운전 방지 관련 법 발의에 누가 …
출근길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차들 틈새로 버스 옆면 광고 문구가 보였다. ‘우리 아이를 위한 완벽한 식사.’ 이유식 광고일까. 차량 대열이 움직이자 가려져 있던 강아지 사진이 드러났다. 아하, ‘우리 아이’가 저 아이였구나. 걷다 보니 버스 뒤편에도 광고가 있었다. ‘잠만 자는…
“한국은행 총재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요즘처럼 거의 매주 본 적이 없다.” 통화, 금융정책 엇박자로 가계부채 위기가 심각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최근 만난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이창용 총재와 추경호 부총리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
“우리가 선거 때마다 너무 ‘뉴페이스’에 집착했던 탓은 아닐까.” 지난주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끝내 부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였다는 20대 대선의 후폭풍이 1년 반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오늘은 제580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영어 ‘baseball’을 ‘야구’로 쓰게 된 걸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베이스볼’이라고 쓸 수 있게 된 걸 축하하는 날이다. 한글이 없었더라도 baseball은 野球(야구), 奉球(봉구) 또는 영어 그대로 壘球(누구)가 되어 한국에서 인기를 끌…
“나나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고 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보는 게 어때요?’ 그들이 위층에 올라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위 글은 인공지능(AI) 가상 여자친구 만들기 앱(이하 …
4분기(10∼12월)가 시작됐지만 이번 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 때를 되돌아보면 최종 결정까진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2분기 전기요금은 2분기가 한 달 반이나 지나 결정됐다.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이 조정안을 만들어 산…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주바일항 인근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는 연간 40척 이상의 선박을 만들 수 있는 사우디 합작조선소(IMI)가 막바지 공사 중이다. 독 3개짜리인 이 조선소의 부지 규모는 약 500만 ㎡(약 150만 평)로 축구장 700개 크기다. 2016년 12월 사우디 국가사업으…
“윤석열 정부 외교의 결정적 장면은 3월 한일 관계 정상화다.” 대통령실의 한 참모는 윤석열 대통령의 3월 방일, 4월 국빈 방미, 5월 한일 셔틀외교,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외교 드라이브의 가장 결정적 순간을 방일로 평가한 적이 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가동,…
“지금 집을 사는 건 실수요자가 아니다. 투기 세력이 가격 불안을 일으키는 것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 지금은 저금리로 인한 ‘가(假)수요’가 작용하는 것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무원들을 만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질문을 하다 보면 꼭 이런 대답이 나오곤 했다. 저금…
“토란국에 솔잎떡을 새로 차려(芋羹松餠○初新)/마루 위에서 은근히 모친을 위로하네(堂上慇懃慰母親)/자매와 형제가 한 사람 적다고 탄식하니(姊妹弟兄歎少一)/올해 추석은 가장 마음이 아프네(今年秋夕最傷神)”(‘하재일기·荷齋日記’에서) 궁과 관청에 그릇을 납품했던 중인 출신 지규식은 1…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필자 등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협력…
부모가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인생 2회차’를 산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동요 가사를 수십 년 만에 떠올리며 열창하고, 일상생활에서 별생각 없이 쓰던 한글의 창제 원리를 새삼 분석하며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칠 때 등 말이다. 그럴 때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단식을 중단했다. 이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곧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그는 올해 6월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했는데,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 사실상 ‘부결 호소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