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시중은행 임원을 지내고 퇴임한 A 씨를 만났다. 30년 직장 생활을 찬찬히 회고하던 그는 대뜸 자녀 얘기를 꺼냈다. 아버지를 따라 은행원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 법조인에 도전할지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했다고 했다. 그러자 A 씨는 자신처럼 은행에 들어…
대공황으로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았던 1933년의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 하워드 휴스는 초호화 요트를 구입했다. 나라 전체가 경제난으로 시름하고 있던 때인데도 그는 이 소비로 인해 오히려 ‘핫한 멋쟁이’란 이미지를 입고 당대 최고 미녀 배우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텍사스…
1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37%,더불어민주당이 31%다.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도 지지율 4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건 중도층이 셋 모두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 성향의 응답자 중 지지 정당…
2015년 12월.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불가역하게 해결됐음을 확인한다”고 썼다. 결과적으로 이 합의는 최종적이지도 불가역적이지도 못했다. 애매한 문구의 해석을 놓…
지난해 12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국회의원들 입에 오르내렸다. 예산안 대치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며 나섰을 때였다. 야당 단독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면 정부가 국회에 보낸 예산안에서 감액만 가능했다. 흔히 ‘쪽지 예산’이라 불리며 의원 요구…
2021년 뉴질랜드 팀은 유명한 요트 대회인 ‘아메리카 컵’을 준비하면서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알파고에게 바둑을 가르쳤던 것처럼 AI에게 항해를 가르쳤다. AI는 인간들과 달리 잠을 자거나 밥을 먹지도 않고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을 무섭게 학습하더니 8주 만에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서울시는 23일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승차요금을 전액 면제 조치했다.’ 1984년 5월 23일 자 동아일보 사회면(10면)에 실린 기사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노인 복지 향상과 경로사상을 높이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운임을 면제토록 …
‘하우스 비전’이라는 전시가 충북 진천에서 열려 다녀왔다. 논밭에 각종 집과 농막이 들어선 것도 신선했지만 그걸 보러 진천까지 온 젊은이들이 많은 건 더 신기했다. 하우스 비전은 일본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하라 겐야가 ‘급속한 도시화를 거친 아시아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면 로컬로 눈…
블랙핑크 제니나 방탄소년단(BTS) 지민 등 K팝 스타들이 샤넬, 디올 같은 명품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약하는 것은 이제 뉴노멀이다. 이런 현상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커지면서 한국 셀러브리티의 영향력이 더 이상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특…
“갑을 관계가 완전히 바뀐 것 같다.” 충청 지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A 씨의 하소연이다.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한 정책계획서 작성을 홍보기획사에 맡기려 했는데 알아보니 최근 비용이 급증한 것은 물론 콧대가 높아져 맡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10조 원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지방소멸대응기…
소비자가 물건을 사려는데 3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건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비자들은 기다림에 지쳐 구매를 포기하거나 대체품을 찾을 테니까. 유명 맛집 앞에서 한두 시간 줄을 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그런데 서너 달 전까지 자동차 시장이 실제 그랬다. …
신문에 글을 쓰는 건 규칙을 따르는 일이다. 예컨대 지금 읽고 계신 ‘광화문에서’는 제목을 반드시 두 줄로 달아야 하고, 본문은 1450자 안팎으로 써야 한다. 더 쓸 말이 전혀 없거나 더 할 말이 넘칠 때도 ‘얄짤없다’. 작은따옴표까지 써가며 일부러 속어를 쓴 건 신문에 글을 쓸 때…
“연임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조직이 난장판 됐을 겁니다.” 몇 해 전 금융회사를 취재할 때 차기 은행장 경쟁 레이스를 스스로 포기했던 한 은행장과 인터뷰를 나눈 기억이 있다. 당시 재임 중이던 대통령과 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차기 행장 후보로 급부상하자 고심 끝에 연임을 포기하…
“법률학의 발달, 사법사무, 변호사사무의 쇄신 개선, 변호사의 품위 보전과 국제 친선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1949년 11월 만들어진 변호사법 제정안 43조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설립 목적에 대해 이같이 규정하고 있다. 1950년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자 수는 16명에 불과했고 …
얼마 전 한 지방 도시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KTX역에서 내리자마자 역 앞에 산을 깎아 최소 500채 규모 아파트는 지을 수 있을 만큼 큰 공터를 조성해 놓은 것이 보였다. 바로 다음 블록부터는 대단지 아파트가 줄지어 올라가고 있었다. 중도금 대출 무이자 등 각종 분양 요건을 홍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