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실종자 수색이 8일로 마무리됐다. 추가 붕괴 위험과 잔해 더미에 가로막혀 수색에 난관이 많았다. 실종자 6명이 차가운 콘크리트 더미에서 벗어나 가족 품으로 모두 돌아가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은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며 현장…
이달 초, 일본 NHK 오후 9시 뉴스인 ‘뉴스워치9’에 세계 최대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다룬 기획기사가 보도됐다. 이달 1일 한국에서 RCEP가 정식 발효된 것에 맞춘 기획이었다. 보도를 마무리하며 앵커가 미리 준비한 패널 하나를 들어 보였…
10년 전 연극 ‘헤다 가블러’의 주인공이던 배우 이혜영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헤다 가블러’는 그가 13년 만에 선택한 무대 복귀작이었다. 당시 50세였던 그는 “옛날처럼 멜로 연기를 하고 싶은데, 들어오는 작품마다 엄마 역할뿐이었다. 더 이상 할 엄마 역도 없다”고 고백했다. 그…
언젠가 이런 사이트가 생길 줄 알았다. 사실 그 필요성에 비하면 오히려 등장이 늦었다. 설 연휴 직전에 나타난 ‘오늘의 방역(o-bang.kr)’이란 웹사이트 얘기다. 이곳은 휙휙 바뀌는 그날의 방역수칙을 업데이트해서 표로 보여 준다. 6명이 오후 9시까지만 모일 수 있는 기본 방…
원교근공(遠交近攻). 중국의 병법서에 나오는 계책 중 하나다. ‘먼 나라와는 친선을 맺고, 가까운 나라부터 공략하라.’ 알 만한 국제정치학자들이 “여전히 유효한 명언”이라고 평가하는, 현재진행형 네 글자다. 저명한 학자를 최근 사석에서 만났다. 문재인 정부 외교 정책을 평가해 달랬더니…
설은 만두의 명절이다. 해묵은 김장 김치와 두부, 당면을 버무린 고향집 만두는 쪄도 맛있지만 기름을 두른 팬에 튀기듯 구우면 그만한 별미가 없다. 이름난 음식점 만두라도 몇 번 먹으면 감흥이 사라지는 데 비해 끼니를 대신해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어릴 적 식구들이 함께 둘러앉아 …
“아침 해가 희미하게 장밋빛 망토를 걸치고, 동쪽 높은 언덕의 이슬을 밟고 오는구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햄릿의 친구인 호레이쇼가 근위장교 마셀러스에게 한 말이다. 해가 뜨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지난해 말 세상을 뜬 사회생물학의 대가 에드워드 윌슨 미국 …
‘서핑 성지’로 뜬 강원 양양군 현남면을 찾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을회관 앞에 태닝한 구릿빛 몸을 가진 서퍼들이 비치타월을 걸치고 걸어 다니던 장면이었다. 이장님 안내 말씀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의 어촌마을을 미러 선글라스를 쓴 채 여유롭게 활보하는 힙스터라니. 그곳을…
카카오페이 ‘주식 먹튀’에 사람들이 분노한 건 단지 경영진이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상식 및 윤리와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철학을 내세웠지만 그들에게만 이로운 선택을 했다. “생애 첫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소액주주가 …
하셰미 낭얄라이 씨(33)는 지난해 8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극적으로 탈출해 한국에 온 특별기여자다. 임시생활시설에서 정착 교육을 받은 그는 현재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인천에 정착했다. 하셰미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과 공원에서 안전하게 걸을 …
서울 여의도는 온통 3·9대선에 매달려 있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정가(政街)의 관심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쏠려 있다. 선거법상 선거일 6개월 전까지 광역의원 선거구가 획정돼야 하는데, 아직도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를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 정…
연초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국내외 기관들이 수요예측에서 무려 1경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주문을 써냈다. 개인투자자 442만 명이 참여한 공모주 청약에선 사상 최대인 114조 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청약 전부터 온라인 카페에선 “설 전 재난지원금을 받는…
겨울방학은 중요한 입시철이다. 지난해 12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정시 일정도 끝나가는 마당에 뚱딴지같은 얘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1, 2월은 ‘레테(레벨 테스트)’ 준비를 위한 시간, 학원들은 반 배정을 위해 학생들의 실력을 측정하는 시험을 치른다…
당신은 한 외딴섬의 작은 방에 감금됐다. 방 안에는 쇠 한 덩어리와 낡은 도면 한 장뿐. 며칠 밤낮을 고민한 끝에 그 도면이 문에 걸린 자물쇠를 딸 열쇠 설계도라고 결론을 냈다. 변변한 도구가 없어 간신히 쇠를 갈아 열쇠를 완성했다. ‘드디어 밖으로 나간다’는 기대감에 부푼 순간, 열…
도브라는 비누 브랜드로 국내에 잘 알려진 유니레버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소비재 기업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면서도 적잖은 수익을 내는 이 회사는 글로벌 리더십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유니레버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경쟁사인 P&G에 1위 자리를 내주고 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