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대도시는 정권의 성격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마닐라는 필리핀 정부의 비효율을 반영하듯 무질서하고 혼돈스럽다. 상하이(上海)는 눈길을 끄는 도시적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외관처럼 단지 외국인투자가의 눈길을 끌기 위한 것이다. 베이징(北京)은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만…
현재 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난을 맞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 하나에 구직자 5명이 대기하고 있다. 평균 실업기간은 35주에 이른다. 현재 미국에서 100만 명이 넘는 장기 실업자들이 실업수당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런데 상원은 실업수당 연장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7월 4일 독립기념…
25일은 한국전쟁(6·25전쟁) 발발 60주년 기념일이었다. 한국전쟁은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도 비극이었다. 중국은 지원군을 파견했고, 3년의 전쟁기간에 수십만 명이 숨지고 다쳤다. 적어도 10만 명 이상의 중국군이 한반도에서 생명을 잃었다. 이 수치는 중국이 1949년 건국 이래 참…
나라를 평가할 때 눈에 보이는 통계수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무형의 기준도 있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같은 숫자는 국민의 애국심이나 낙관주의, 정체성 같은 것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에 딱 맞아떨어지는 사례다. 나는 한때 남아공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다른 곳에서는…
서양인은 한국을 자주 일본과 혼동하거나 중국 문명의 한 부속물 정도로 취급한다. 중국인에게 “한국은 뭐냐”고 묻는다면 “모든 것을 중국 문명에 빚지고 있는 소국(小國)”이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십상이다. 불합리한 편견이다. 프랑스가 로마 문명에 빚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가 이탈…
1982년 레바논 전쟁을 취재할 당시 나는 전쟁이 구경꾼과 참견하는 자, 선한 자, 나쁜 자 모두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갈등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관심을 자신들의 정체성 이슈와 열정, 편견을 풀어내는 데 이용한다. 1982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나타난 아서 블레싯…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선거를 보면 확실한 것은 하나뿐이다. 늘 선거전문가들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18일 실시된 예비경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펜실베이니아 주 민주당 상원 예비경선에서 현역 의원인 알린 스펙터 의원이 진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같은 날 실시된 펜실베이니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몇 가지 측면에서 기대를 가질 만했다. 우선 중국은 일련의 문제에 대해 북한 최고지도자가 마땅히 성의를 표시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예를 들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현재의 교착상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북한은 새로운 대책과 방법이 마땅히 있을 …
한국의 경제적 성공, 독재체제에서 민주체제로의 원만한 이행, 그 문화의 생동성은 전 세계에서 평가받고 있지만 동시에 인접국의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북 접경 해상에서의 한국 군함의 침몰은 단순한 군사적 사건을 넘어 이런 넓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적들은 올해 11월 서…
천안함의 함수 부분이 드디어 인양됐다. 현재 한국 국민의 이목은 온통 천안함 침몰의 원인 규명에 집중돼 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외국인이 이에 대해 논하는 것은 주저되지만 비교적 냉정한 시각에서 제3자가 생각하는 바를 한국인에게 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제너럴모터스(GM)가 잘되면 미국도 잘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더는 진실이 아니다. 미국 경제의 미래는 GM의 운명과는 이제 상관이 없다. 최근 방문한 세인트루이스에서 ‘엔도스팀’이라는 신생업체를 알게 됐다. 인체의 위산역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몸속에 심을 수 있는 의료기기…
위안화 환율이 중국과 미국 간에 주요 정치 경제 현안이 됐다. 위안화 절상 여부는 양국 간 경제 무역 관계를 넘어 정치적으로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서로 협조할 것인가, 아니면 충돌도 불사할 것인가는 양측이 서로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고 이에 …
한국과 프랑스 정부 간 관계는 마땅히 좋아야 할 만큼 좋지는 않다. 개인적 차원에서 양국의 문화적 경제적 교류는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누군가가 방한하면 그는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는다. 얼마 전 방한한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에…
조금 지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밴쿠버 올림픽으로 일본인은 한국을 보는 시각이 다시 한 번 달라졌다. 그것은 1988년의 서울올림픽, 2002년의 월드컵과 그 이후의 한류 붐에 이어 일본인에게는 ‘제3의 충격’이라고 말할 수…
며칠 전 만찬장에 다녀왔다. 흔히 만찬이라 하면 커다란 회관과 검정 넥타이, 긴 드레스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내빈 4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저녁은 좀 달랐다. 여기서 퀴즈 하나. 참석자 이름을 불러볼 테니 어떤 자리였는지 맞혀보시길. 린다 저우, 앨리스 웨이자오, 로리 잉, 앤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