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년 기자회견을 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다”며 모두 발언을 시작할 때는 여유가 넘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한 이후 작년에도, 올해도 신년회견을 마다하는 상황이다. 기자들을 한사…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명된 지 사흘 뒤면 한 달이다. ‘여의도 문법’에 맞춰 삼고초려 하는 연출을 안 했던 건 산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세력 폭주를 막겠다”며 가는 데마다 8도 사나이의 친화력을 보인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거…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특검법을 그냥 넘기지 않을 태세다. 어제도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숫자에 약한 나로선 김 여사가 결혼 전 주가를 어쨌다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친윤(친윤석열)계…
노파심에 고백하자면 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일면식도 없다. 하지만 한동훈이 ‘윤석열 아바타’는 아니라고 본다. 검찰 때 일 잘해 윤 대통령 총애를 받았다지만 첫째, 한동훈은 술을 입에도 못 대기 때문이다. 둘째, 구리구리한 꼰대가 아니다. 셋째, 옷도 잘 입고 정제된 언어로 말도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잠언시집이 있다. 지난날에 대한 회한이 떠올라 가슴을 치게 만드는 제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최근 한 일간지가 연재하고 있는 회고록을 보면 ‘나는 몰랐다’는 대목이 왜 그리 많은지 가슴을 칠 정도다. 2016년 2…
마침내 국민의힘 혁신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모양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 표현대로라면 ‘나라님’ 목이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22일 “많은 분들이 왜 대통령을 향해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고 이야기한다”며 “일반 당원이라면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5호나 6호 혁…
너무 솔직한 것도 병이다. 경기 김포, 하남, 광명 등을 서울에 편입시키는 ‘메가시티 서울’ 구상은 2008년 총선에서 집권당에 승리를 안겨준 뉴타운 공약과 똑같다고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가 말했다고 한다. 이명박(MB) 정부 출범 직후 치른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국힘)은 ‘헌 …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한 달이 넘었다.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임기가 끝나면서 지금껏 비어 있다.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35년 만에 국회에서 부결되자 대통령실은 “야당의 일방적 반대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사태를 초래했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1988…
차라리 선거에 지는 게 낫다는 말은 대놓고 할 소리는 못 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수박’으로 찍히기 딱 좋다. 국민의힘 같으면 ‘내부 총질하는 자’로 걸릴 수 있는 불온한 발언이다. 그런 말이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은밀히, 그러나 끈덕지게 나왔다. 물론 표면적으론 윤석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마디는 민생이었다. 27일 새벽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그는 서울구치소 문 앞에서 “이제 모레면 즐거워해야 마땅한 추석이지만 국민들의 삶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고 했다. 휠체어에서 내려와 지팡이를 짚고 선 야당 대표의 말은 상투적임에도, 고마웠…
야당 대표 김대중(DJ) 평민당 총재의 단식장에 여당 대표인 김영삼(YS)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이 찾아온 건 단식 4일째였다. 1990년 10월 DJ는 ‘3당 합당 비밀각서’에서 드러난 내각제의 포기, 지방자치제 실시 등을 주장하며 당사 총재실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터였다. 징하고…
‘당신들은 모르실 거예요/이 땅에 태어난 여자들은/누구나 한때 군인을 애인으로 갖는답니다’. 시인 문정희는 ‘군인을 위한 노래’에서 이렇게 썼다. 소녀 때는 군인에게 위문편지를 쓰고 처녀 때는 군대로 면회를 가고 어느 중년의 오후 군복 벗은 그를 우연히 만나 속으로 조금 울기도 한다고…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난 사이, 국내는 ‘옷로비 사건’으로 들끓고 있었다. 김대중(DJ) 대통령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나라의 위상을 높여보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었는데도 정상외교는 신문 한쪽 구석에’ 실렸고(김대중 자서전), 기자들 관…
좌중우러.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인 지난달 27일, 북한 김정은은 좌우에 중국 대표와 러시아 대표를 세우고 주석단 중앙에 섰다. 공식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북에서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그날, 열병식을 보기 위해 김정은의 양편에 선 양국 대표는 자신들의 조국이 요즘 ‘…
‘막을 수 있는 참사’라는 말이 또 나왔다. 112신고 무시, 제 할 일 안 한 지방자치단체-경찰-소방당국의 “네 탓” 공방, 경찰 수사 착수, 높은 사람들의 복장 터지는 대응까지. 14명이 희생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작년 10월 이태원 참사 때와 통탄할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