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중앙도서관에 갔다. 전공 공부에 참고할 책을 찾아보니 몇몇 책에는 밑줄과 낙서가 되어 있고, 어떤 페이지는 찢겨 있었다. 문제집도 마찬가지였다. 그중 한 권은 도저히 다음 사람이 빌릴 수 없도록 사용했다. 정답을 적어 놓은 것은 물론이고 채점도 한 상…
경쟁의 시대 속에서 캠퍼스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는 자신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목적도 모른 채 남들과 경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 좋지만, 문제는 우리가 경쟁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는 데 있다. 사회는 우리에게 더욱 경쟁을 조장하고 부추긴다. 어릴 적…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갔던 친구가 신나는 목소리로 “퇴소했다”고 휴대전화로 알려왔다. 오후 5시가 채 되지 않았다. “그게 가능해?”라고 반문했더니 그는 사격 성적이 좋으면 조기 퇴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전에는 없던 제도라서 놀라웠다. 얼마 후 조기 퇴소의 부푼 기대를 안고 4월 하…
정보화와 세계화는 21세기를 지탱하는 키워드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구촌’이라는 용어도 이로부터 비롯되었다. 이 변화의 흐름에서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아노미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충남 연기군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주관…
요즘 대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여러 봉사활동을 했지만 대부분 길게는 6개월, 짧게는 며칠이라 보람만큼 아쉬움도 컸다. 꾸준히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다가 작년부터 서울아동복지센터에서 학습보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곳은 가정환경이 나쁘거나 학대 등으…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유학할 당시 한국에서 보낸 우편물을 받았다. 발신인은 남양주시선거관리위원회였다. 모국어로 쓰인 편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대한민국이 타국에 있는 국민인 나를 잊지 않고 유권자로 인정한다는 데 감격했다. 한국 유학생들은 언어 장벽으로 위축돼 있고, 소…
지난해 대학생이 돼 여러 교과목 수강과 연구, 시험,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면서 정신없이 1년이 흘렀다. 고교 3년 동안 책상에 앉아 기계처럼 공부만 하다가 대학 캠퍼스를 밟아보니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의 세계는 신선한 충격과 감동이었으며, 미래에 대한 확신과 변화에 대한 적…
올해 초 고려대 앞의 마지막 소형 서점이 사라졌다. 대학 1학년 때부터 다양한 전공서적과 교양서적을 샀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이제 학교 주변에는 영어책과 고시서적이 가득한 학교 내 프랜차이즈 서점만 남게 됐다. 인터넷에서 책을 사는 학생도 많고 학교 내 도서관 시설이 좋아져 작은 서…
학기보다 더 바쁜 방학을 보내고 있다. 계절학기나 인턴활동 때문이 아니다. 뜻이 맞는 다른 학생 4명과 ‘독도레이서2’ 활동을 기획해 준비하고 있다. 세계일주를 하며 독도를 전 세계에 알리는 프로젝트다. 2월에 시작하는 독도레이서2는 북중미 남미 유럽 아시아 대륙을 거쳐 8월에 일본에…
“대학생이었어?” “직업이 있었어?”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 두 가지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 때문인데 조금 힘들긴 하지만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학생이 되어서 관심 있는 분야를 생각했는데 전공 공부, 정보기술(IT), 기획마케팅, 봉사 등 네 가지로 압축됐다. 내 상황에 어떻게 적…
삼성백주년기념관, LG포스코관, 동원글로벌리더십홀, 하나스퀘어…. 최근 지은 교내 건물은 모두 기업의 이름을 머리에 달고 있다. 대학의 기업화라는 화두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나열하고 보니 대학이 기업의 경쟁 시장으로 전락한 듯한 모양새다. 이번에는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경영관을 지어…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터키 친구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시내로 나가서 외식을 하자고 했다. 갑자기 웬일이냐고 물으니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작년에 이곳에서 공부했던 터키 친구가 스시 식당을 알려줬어. 매주 화요일엔 스시를 개당 1달러에 먹을 수 있대!” 너무 기다려왔다며 꼭 가겠다…
얼마 전 청계천문화관에 다녀왔다. 7080 영화 전시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옛 영화에 대한 호기심에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 ‘고교 얄개’ ‘별들의 고향’ 등 지금 세대에게도 널리 알려진 영화 포스터가 줄지어 전시된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있었다. ‘F학점의 천재들’이란 영화였…
축구를 매우 좋아하는 나에게 국제축구연맹(FIFA) 방문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배낭여행의 종착지를 스위스 취리히로 정한 것도 FIFA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고객센터의 안내에 따라 지도를 보며 FIFA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내가 도착한 곳은 FIFA의 옛 건물이었고 정문에는…
“도대체 언제 철들거니, 너는….” 밤이 늦도록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면 어김없이 전화가 울리고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그러고는 국가고시에 붙은 누구 이야기, 유수 기업 취직에 성공했다는 누구 이야기가 귀가 따갑도록 이어진다. 머리가 묵직해지고 가슴이 뜨끔해온다. 그래서 잊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