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국에 와서 먼저 와 있던 선배에게 한국말을 빨리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선배는 “한국말을 빨리 배우려면 김치를 먹으라”고 조언을 했다. 당시엔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어 흘려들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20여 년을 지낸 지금은 그 선배의 조언이 얼마나 …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됐던 런던 올림픽이 끝났다. 오랫동안 준비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방학이라 몽골에 머물고 있는데, 마침 올림픽 기간과 딱 맞아떨어져 고국의 가족들과 올림픽을 즐길 수 있어 더없이 기쁜 시간이기도 했다. 이 기간 아침에 눈을 뜨면 국가별 메…
나는 1983년에 봉사활동차 한국에 왔다. 내가 처음 살았던 곳은 경상남도 통영, 옥빛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당시 그곳에서 내가 가장 즐겨 찾던 곳은 미륵산 용화사였는데, 거기서 바라본 다도해의 모습은 그야말로 ‘원더풀! 또 원더풀!’이었다. 커다란 섬을 따라 점점이 늘…
한국에 살면서 세계화 시대를 체감한다. 어디에서나 외국인을 볼 수 있고, 더이상 외국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다.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의외로 갈등이 없는 안정적인 사회라는 느낌이 든다. 주위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한 느낌이나 이미지를 물으면 대부분 “살…
지금은 금요일 오후 8시, 서울 삼성동 사무실 밖의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 차량의 행렬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금요일 저녁의 모습이지만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는 ‘이것이 한국인의 힘이고, 대한민국의 저력이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세계적으로 이민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결혼을 통해 이민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한국과 몽골이 1990년 외교관계를 맺은 뒤로 민간 차원에서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 한국으로 오는 결혼 이민자 수가 대폭 증가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 중 몽골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중국…
한국에서 5월은 감사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모두 들어 있는 달인데, 그중에서도 어버이날(8일)이 인상적이다.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효(孝)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날을 전국적으로 기념한다.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부모와 조부모에게…
한국에 온 지 꽤 되었다. 이 나라는 나에게 늘 따뜻해 조국과도 같다. 물론 초기에는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나라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어느 사회든 다양한 면모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내게도 한국인의 성격이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다…
유례없이 시끄러웠던 선거가 끝났다. 선거 과정에서 잡음이 많은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시끄러움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징표이기도 하다. 나는 최근 한국 국적을 얻어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했다. 집으로 투표 안내문이 왔지만 투표 당일 안내문을 제대로 찾지 못해 투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한국어 호칭이 참 어렵다고 한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이 저지르는 흔한 말실수 역시 가족간의 호칭과 얽혀 있다. 주위에서 보면 TV 드라마에 ‘오빠’란 호칭이 넘쳐나다 보니 외국 새댁들도 곧잘 ‘오빠’라고 따라 부르곤 한다. 남편도 ‘오빠’고 비슷한 연배…
1990년대 초 세브란스병원에서 연구강사로 근무하던 때다. 대형 국제학회가 한국에서 열렸다. 나를 포함해 젊은 의료진이 학회 진행요원으로 차출됐다. 행사 마지막 날, 학회 참석자들은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으로 관광을 떠났다. 남산1호터널을 지나면서 나는 이날 점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는 6500여 종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에는 사용되는 것보다 사라지는 과정에 있는 언어가 더 많다. 언어는 사용하는 민족의 흥망성쇠에 따라 널리 사용되기도 하고 그 수명이 다하기도 한다. 언어는 대체적으로 민족의 문화, 생활방식과 연계되어 깊은 …
1998년 2월 나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순천이 고향인 내게 그날은 특별했다. 전라도 사람들이 평생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소망해 온 김대중 ‘선생님’이 대통령에 취임한 일은 흥분되고 감개무량했다. 유진벨재단 이사장인 나의 둘째 형 스티브 린튼은 김대중 대…
모든 민족은 나름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한국인들은 농경사회 전통 속에서 조선 이후 유교의 가르침에 의거해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한다. 이런 풍습은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가족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로 확대됐고, 한국인들의 일…
전남 순천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일이다. 공화당과 신민당 시절이었다. 선거가 있던 해였는데, 아랫동네에서 한 할아버지가 우리 동네로 마실을 나왔다. 할아버지가 친구에게 짐짓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자네 선거술 먹었는가? 나 선거술 먹으러 가네!” 집권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불법 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