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영등포역 부근 요셉의원 앞을 지나다가 우리 시대를 살다간 성자를 다시 그리워하게 되었다. 요셉의원은 가난하고 병들어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1987년에 선우경식 원장이 개원한 무료 병원이다. 내과의사인 선우 원장은 21년 동안 미혼인 채 극빈층과 노숙인에…
가을은 찾아왔지만 지난여름 태풍을 잊을 수 없다. 새벽에 느닷없이 창을 뒤흔들던 태풍은 순식간에 수많은 나무를 쓰러뜨렸다.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마당에 나가 보니 10여 그루의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져 있었다. 대부분 30m가 넘는 소나무로 어떤 녀석은 허리가 두 동강난 처참…
“집에서 무슨 신문 보세요?”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초면인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엔 무심코 대답하다가 이제는 그냥 씩 웃고 만다. 아니면 경제지나 스포츠신문을 본다고 말한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척 곤혹스럽다. 질문한 상대방과 내가 서로 다른 성향의 …
뙤약볕이 내리쬐는 8월의 길을 걸을 땐 누구나 나무 그늘을 찾아 걷는다. 강한 햇볕에 지친 걸음을 걷다가도 나무 그늘 밑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온몸에 생기가 돌고 마음도 시원해진다.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땀을 닦아본다. 내 발밑에 부지런히 기어가는 개미가 보이고 …
몇 해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 시인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고야마 슈이치(小山修一) 시인에게서 ‘한국의 별, 이수현(李秀賢) 님에게 바치는 시’라는 시집 한 권을 받았다. 그는 직접 사인을 해주면서 “이수현 씨의 의로운 죽음에 감동받아 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