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東京)의 봄밤, 벚나무 아래에서 미국 중국 한국 일본의 오랜 친구들과 꽃놀이를 했다. 술기운까지 도니 의견백출. 이하는 내가 기억하는 ‘비정상회담’의 편린이다. 미국: 아, 창피하다. 설마 했는데 트럼프 씨가 공화당에서 독주하네. 미국의 품위가 여기까지 떨어질 줄이야. 일…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올해 초부터 헌법개정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자신의 재임 중에 실현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헌이 아베 총리의 비원(悲願)이라고는 하지만 왜 지금 이것을 눈앞의 과제로 삼은 걸까. 내 생각이 멈춘 곳은 지난해 말 한일 양국이 발표한 일본군…
북한이 2006년 첫 핵실험을 한 직후, 마침 프랑스 파리에 있었던 나는 에마뉘엘 토드 씨와 대담을 나눴다. 1970년대에 소련 붕괴를 예언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학자다. 2002년에 낸 저서 ‘제국의 몰락’에선 미국의 쇠락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배계(拜啓) 박근혜 대통령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통령 취임으로부터 곧 3년이 되는군요. 우연히 같은 시기에 신문사를 퇴직한 뒤 서울과 부산의 대학에도 적을 두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깊이 해온 제게도 지난 3년은 귀중한 체험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동안 양국 간에는 차디찬 관계가…
한국의 여러분께. 과거 한국이 대일본제국에 병합되어 있을 무렵 일본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언론인이 있었습니다.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입니다. 조선과 대만의 식민지, 그리고 만주국도 모두 포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전후에는 정치가로서 총리까지 됐지만 병으로 곧 퇴진한 비운의 인물이기도…
서울에 한중일의 3국협력사무소(TCS)가 있는 것을, 한국의 여러분은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일본이나 중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중일 3국이 자금과 인력을 함께 내 만든 공적 협력 기관이다.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2명은 임기가 2년으로 3국에서 순차적으로 선정된다. 9월에 부…
이제 럭비는 일본의 가예(家藝)일까. 얼마 전 럭비 월드컵에서 일본이 강호 남아프리카에 역사적인 승리를 거둬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그 며칠 전 일본 국회에서도 역사적인 럭비가 연출됐다.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이 위원장석에 쇄도해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여당이 안보…
한국의 히트 영화 ‘국제시장’ 시작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주인공 가족을 포함한 많은 군중이 북에서 쳐들어온 중국군의 공포에 떨면서 해안을 떠나는 미 군함에 구조를 요청한다. 미군 함장이 드디어 결단해 배에서 많은 무기를 내리고 대신 군중을 태운다. 그런 감동스러운 광경이었다. 오늘…
나는 지금 바다 위에서 이 칼럼을 쓰고 있다. 배 안에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날아다니며 왠지 떠들썩한 분위기지만 그도 그럴 것이 승객은 후쿠오카와 부산에서 승선한 한일 550명씩 총 1100명으로 남녀노소가 항해를 즐기고 있다. 어제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기항했고 앞으로 홋카이도 오…
이번 주 월요일 캐나다에서 열린 여자축구 월드컵 결승전에 전 일본의 시선이 고정돼 있었는데 미국에 뜻밖의 대패를 당해 기운이 쑥 빠졌다. 하지만 그 전날 밤 독일에서 날아든 뉴스에는 일본 곳곳이 들끓었다. 한국과의 협의가 난항해 연장전으로 이어진 유네스코 회의에서 ‘메이지 일본 산…
한국 국회는 일본을 규탄하기 위해 존재할까. 일본을 비난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 하지만 국교정상화 50주년을 한 달 앞둔 5월 12일 격렬한 규탄 결의가 두 개나 동시에 가결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표적 중 하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4월 말 미국 의회 연설. 연설에 …
36년 전 일본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 ‘에도 시대의 조선통신사’가 지금 한일 양국에서 부활하고 있다.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도 상영 움직임이 있고 도쿄에서는 내가 속한 일본국제교류센터가 기획하고 있다. 6월 중순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저명한 한일…
과거 일본에 스즈키 젠코(鈴木善幸)라는 총리가 있었다. 11년 전에 타계했지만 그 부인이 최근 작고해 집에 문상을 다녀왔다. 1980년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총리가 심장병으로 급사하고 대신 총리가 된 사람이 스즈키 씨다. 젊은 정치 기자였던 나는 매일같이 스즈키 자택을 출입하면서…
나는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 있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에 맞춰 대책을 세운 때문인지 대기오염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던 것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늘 사용하는 G메일을 사용할 수 없어 곤란했다. 중국 당국의 검열과 중국 국내발(發)로 여겨지는 해커의 공격에 고민하던 구글이 지난해 중국에서…
많은 이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비참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슬람국가(IS)’에 붙잡힌 일본인 인질 두 명의 이야기다. 두 번째로 살해된 고토 겐지(後藤健二) 씨는 전화(戰火) 아래 고통받는 서민과 어린이들을 보도해 온 저널리스트다. 적어도 그만이라도 구하고자 “I am Ken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