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방와, 오히사시부리데스네(안녕하세요, 오래간만입니다)”라며 조용필이 일본말로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올해 크게 히트를 친 ‘헬로’와 ‘바운스’의 일본어판 발표를 겸해 15년 만에 도쿄에서 열린 이달 7일의 콘서트. 오랫동안 그를 기다려 왔던 팬들 중에 나도 있었다. 내가 처음 …
“서울에서 일본말만 들려도 술병이 날아가던 1960년대였습니다. 그런 반일(反日) 혐일(嫌日)의 시절이던 1968년, 목포 시민들은 한 일본 핏줄 부인의 임종에 시민장(葬)을 치렀습니다. 일본 고치(高知) 태생으로 처녀 시절 이 땅에 왔다가 서남해안 갯가, 목포에서 고아 3000명을 …
“기적은 기적적으로 오는 게 아닙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국회에서 남긴 명언이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에 대해 “한국민의 피와 땀으로 실현한 기적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회의장에서는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1998년 10월 8일의 일이었으니 곧 15주년이다. 김 대통…
8월 15일 광복절에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하는 것을 TV에서 보면서 의외라고 생각했다. 일본에 “과거를 직시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저는 대다수 일본 국민들은 한일 양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염원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미 양국 국민…
더위로 잠을 뒤척이던 어느 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어디선가 만나고 있다. 다른 사람은 없고, 누가 만나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윽고 나에게는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왔다. ▽박근혜=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대승을 축하드립니다. ▽아베 신조…
6·25전쟁이 발발한 지 63년이 지난 엊그제 나의 뇌리에는 10여 년 전에 본 한국 영화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장동건과 원빈이 열연한 ‘브러더후드’(원제: 태극기 휘날리며)다. 그 전쟁에서 적과 아군으로 찢어진 형제의 비극. 너무도 슬픈 이야기에 눈물을 감출 수 없었던 나는 한편으로…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원폭이 투하된 것은 일본에 대한 신의 징벌이었다는 칼럼이 한국의 유력지에 실려서 놀랐다. 피폭자뿐 아니라 많은 일본인이 분노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만약 신의 징벌이었다면 그 원폭으로 많은 한국인도 피해자가 된 것은 무슨 연유인가. 같은 민족이 …
며칠 전 일이지만 동아일보에 ‘북-일 동시 압박’이라는 제목이 크게 실린 것을 보고 움찔했다. 제목은 또한 ‘한미중 트라이앵글이 뜬다’고 덧붙였다. 한미중 3국이 협력해 북한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압력을 가하자는 취지였다. 일본에 대한 비판에 익숙해 있지만 과연 일본이 북한과 같은 급으…
일본에는 ‘60세 공부’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31년 만에 서울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나는 ‘65세 학생 생활’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같은 반의 젊은이들을 따라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만 옛날에 배운 말이 되살아나는 것도 기쁘고,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것도 또한 즐겁다. 무슨 …
일본에는 ‘60세 공부’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31년 만에 서울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나는 ‘65세 학생 생활’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같은 반의 젊은이들을 따라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만 옛날에 배운 말이 되살아나는 것도 기쁘고,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것도 또한 즐겁다. 무슨 …
각오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2월 말 추운 날씨 아래 몇 시간이나 계속 앉아 있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수만 명이 모여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광경은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었다. 한때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왕조를 만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
지금부터 43년 전인 1970년 3월 31일.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도쿄(東京) 하네다공항에서 이륙해 후쿠오카(福岡)로 향하던 일본항공 여객기 ‘요도호’가 ‘적군파(赤軍派)’라는 이름의 일본 과격파 무리에게 탈취돼 평양행을 강요당했다. 일본…
한국 새 대통령에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하게 되면서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일본에도 확산되고 있다. 나도 새 정권 출범을 기대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파견한 특사를 따뜻하게 맞아준 것은 기쁜 일이었다. 차기 대통령은 일한 관계를 수복…
일본에서 6년 전 ‘재챌린지’라는 말을 내걸고 정권을 잡았던 인물은 아베 신조 전 총리였다. 고소득을 얻는 ‘승자’와 만족스러운 직업조차 구할 수 없는 ‘패자’. 그런 말이 유행할 만큼 빈부격차 확대가 문제였다. 다양한 재취업 지원책을 통해 노력한 사람이 보상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4년 전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탄생했을 때 그를 지지했던 음악가들이 만든 CD 앨범이 있다. 앨범 이름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걸었던 선거 구호인 ‘YES WE CAN’. 스티비 원더, 라이어넬 리치 등 스타 가수가 번갈아 노래와 연주를 하는 중간 중간에 오바마의 육성 연설이 섞여 있…